책을 불태우다 / 리처드 오벤든 / 책과함께 / 2022



“지식은 아직도 공격을 받고 있다. 체계화된 지식의 집적체는 과거 역사 속에서 공격을 받아 왔던 것처럼 지금도 공격을 받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는 지식 보존을 도서관과 기록관에 맡겼다. 그러나 오늘날 이 기관들은 여러 가지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진실을 부정하고 과거를 말살하고자 하는 개인과 집단, 심지어는 국가들의 목표가 되고 있다.” - 본문 10쪽


영국 보들리 도서관의 제25대 관장인 저자는 책머리에서 이와 같은 우려를 토로했다.

한 시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남긴 흔적들과 그들이 깨우친 것들을 그 다음 대 사람들이 이어받아 배우고 발전시키고 확장시키면서 인간 문명의 역사가 발전해 왔음을 우리 모두가 안다. 그 흔적과 깨우침들이 사라지지 않고 후대에 계속 전해질 수 있도록 인간은 문자를 만들고 점토판과 파피루스와 종이에 이들을 정리하고 작성했다. 우리는 그것을 기록이라 부르고, 그 기록들을 엮은 집합체를 책이라 부르며, 그 책들이 집적된 곳을 도서관 또는 기록관이라 부른다. 도서관과 기록관이 문명, 즉 지식과 문화의 저장소이자 보루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이치로, 한 지역의 도서관에는 당연히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고 여기서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적, 정신적 정체성이 형성되기 마련이며 그 정체성은 그 지역민, 혹은 민족이 자신들의 역사를 지키고 미래를 향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누구도 쉽게 흔들 수 없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긴 세월 동안 세계 도처에서는 책과 도서관을 파괴함으로써 특정 민족, 특정 지역민의 지성과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 엄연한 정신적 학살 행위다. 물론 당연히 그에 맞서 싸우는 고귀한 사람들도 존재했다. 역사 속의 수많은 사서와 기록관리사들은 지식인이라기보다 차라리 전사(戰士)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러한 전쟁은 아주 최근까지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책은 흔히 누군가의 방화로 한순간에 불탄 걸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 전부터 이미 당대 사람들의 안일한 관리와 대처 속에서 방치된 채 서서히 녹슬어 사그라져 갔던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이야기와, 영국 왕실을 둘러싼 종교 내전 속에서 벌어졌던 고문서들의 수난과 실종 그리고 그 혼란 한가운데에서 큰 위기의식을 느낀 한 지식인(토머스 보들리)의 분투에 의해 설립된 보들리 도서관의 건립사를 언급하며 운을 뗀다. 먼 고대와 중세를 거쳐 19세기 영국의 미국 의회도서관 파괴 사건, 1,2차 세계대전과 나치의 홀로코스트, 보스니아 내전, 21세기 초입에 벌어진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전쟁 중에 작정하고 벌어지는 침략자들의 ‘정신 학살’, 그리고 여기에 맞서 목숨을 걸고 고서와 공문서들을 피신시킨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의 상당 부분을 채우고 있다.

“이 책은 과거에 이 기관들(도서관과 기록관들)이 파괴됐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서와 기록 관리자들이 저항한 사실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상찬하기 위해 쓰였다. 지식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수되고, 사람들과 사회가 그 지식으로부터 영감을 개발하고 추구할 수 있도록 보존된 것은 그들의 노력을 통해서였다.” - 본문 27쪽
“수백 년에 걸쳐 약화한 감독, 지도, 투자의 부족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파괴의 궁극적 원인이었던 듯하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야만적 무지가 문명화한 진실에 승리했다는 파멸적인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라기보다는, 지식을 보존하고 공유하는 기관을 금전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후순위로 돌리며 전반적으로 경시하는 데 따른 점진적인 몰락의 위험성에 관한 교훈적인 이야기다.” - 본문 62쪽
“1814년 영국에 의한 (미국 의회)도서관 파괴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상대로 한 행위였다. 그것은 정치와 행정의 중심부를 약화시키기 위해 설계된 계획적인 정치 행위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건은 고대 세계의 몇몇 지식에 대한 공격과 닮았다.” - 본문 145쪽
“도서관과 기록물을 파괴하는 동기는 사례마다 각기 다르지만, 특정 문화를 말소한다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 본문 246쪽
“한 사회에서 지식을 빼돌리는 것은 (그 지식이 파괴되지 않을지라도)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 사회가 자기네 스스로의 역사에 접근하지 못하면 과거에 대한 서술이 통제되고 조작되며 문화적, 정치적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 본문 284쪽
“기록관원과 도서관원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지식을 보호하는 전략과 기법을 개발했다. 그들은 개인으로서 기록물 파괴를 막기 위해 때로 놀라운 수준의 헌신과 용기를 보여 주었다. 1940년대 빌나(현재의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종이부대’ 남녀들이 그랬고. 1992년 사라예보에서 죽은 아이다 부투로비치가 그랬고, 2000년대 바그다드의 이라크기억재단의 카난 마이캬와 그 동료들이 그랬다.” - 본문 341쪽


종이책과 기록의 파괴와 보존을 둘러싼 오랜 전쟁을 상세히 서술하던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대두 속에 거대 IT 업체로 대표되는 ‘민간 열강’의 사유재가 되어 가는 디지털 기록자료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아울러 거세지는 온라인 상업주의와 스낵컬처의 물결 속에서 물리적, 금전적 지원 문제에 맞닥뜨린 ‘공공 지식 보급의 보루’ 공공도서관의 위기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주의 환기를 호소한다.

“오늘날 미래는 언제나 과거에 대한 지식에 접하는 데 의존하고 있고, 디지털 기술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변화시킴에 따라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디지털 생활에 의해 만들어진 지식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여러 조직들에 의해 정치적, 상업적 이득을 얻는 데 어떻게 이용되느냐에도 달렸을 것이다.” - 본문 328쪽
“사회의 지식이 개인 영역에서 상업 영역으로 옮겨진 것은 사회가 응답해야 할 커다란 문제를 동반했다.” - 본문 336쪽
“현대의 삶은 갈수록 단기적인 것에 집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즉각적인 수익을 얻기를 기대하고 있고, 거래는 증권거래소에서 매 시간 수십억 회의 매매가 체결될 정도로 자동화됐다. 이렇게 단기적인 것에 고착됐음은 삶의 여러 측면에서 분명하다. 장기적인 사고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됐다. (...) 지식을 평가하고 정리하고 보존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보다 파괴하는 것이 더 값싸고 더 편리하고 더 쉽고 더 빠르겠지만, 단기적인 편의 때문에 지식을 버리는 것은 사회의 진실 파악 능력을 약화시키는 확실한 길이다. 지식과 진실이 줄곧 공격의 목표가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계속 우리의 기록관과 도서관을 신뢰해야 한다. 보존은 사회에 대한 서비스로 보아야 한다. 그것은 온전성(장소에 대한 인식)을 뒷받침하며 사상, 의견, 기억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기록관은 일반 대중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자금 지원은 줄고 있다. 이런 일이 디지털 형태를 띤 지식 보존이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를 위해 중요한 요구인 시대에 일어나고 있다.” - 본문 348쪽


가짜뉴스와 근거 없는 선동성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SNS를 휩쓸고 사람들이 그때그때 순간적이고 말초적인 이슈에 부초(浮草)처럼 몰려다니며 오락처럼 소비되는 맥락 없는 혐오가 대세가 되어 버린 시대에, 정제된 책과 문서를 조금이라도 깊게 살피며 좀 더 길게 생각하고 사유하는 일이야말로 여러 모로 위기에 처한 사회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나는 믿는다. 깨어서 생각하고 현명하게 처신하는 시민들만이 무너지는 공동체를 일으켜세울 수 있다고, 그리고 공공도서관이야말로 시민들의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무기고이자 보루라고 믿고 있다. 책의 저자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인 듯하다. 그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자프나의 공공도서관이, 그곳 공동체의 교육 기회를 손상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공격에서 의도적인 목표물이 됐다는 것을 읽을 때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주변 모든 곳에서 공공도서관은 문을 닫고, 그 자금 지원은 삭감되고 있다.” - 본문 353쪽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우리의 민주적 과정에 비판 정신을 새로이 불어넣기 위한 사상의 자유로운 유포에 의존한다. 이는 부분적으로 출판의 자유를 의미하지만, 시민들은 온갖 색깔의 의견에 대한 지식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은 온갖 종류의 콘텐츠를 취득하며, 이런 자원이 우리의 견해가 도전받을 수 있게 하고 시민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한다.” - 본문 354쪽
“우리는 모두 책에 대한 공격을, 인간에 대한 공격이 곧 다가오리라는 ‘조기 경보’ 신호로 보아야 한다.” - 본문 362쪽
by 해피의서재 2024. 3. 24. 11:33

3월

4월

5월

그리고 6월

달마다 지역 미술가들이 일정 기간 동안 개인 작품을 도서관 로비에 전시한다고 한다. 전시와 연계된 강좌도 병행한다고.


6월에도 역시 미술 강좌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다.


5월에는 그림책 내용을 소재로 제작된 인형과 소품을 원작 책과 함께 전시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도서관의 변신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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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의서재 2023. 6. 9. 08:50

전주시에는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들을 관광자원으로 묶어 예약을 받아 투어를 도는 ‘전주 도서관 여행’이 운영되고 있다.
2022년 도서관 여행을 갈무리하는 영상이 지난 연말 유튜브에 올라왔다.

https://youtu.be/8686AppNgAQ

올해(2023년) 전주 도서관 여행은 아래와 같이 운영된다.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듯하다.

원본 페이지 : https://lib.jeonju.go.kr/index.jeonju?menuCd=DOM_000000104006001000

by 해피의서재 2023. 3. 26. 09:54
by 해피의서재 2022. 7. 14. 10:16

청소년, 도서관에서 만납니다 / 고정원 외 / 학교도서관저널 / 2022


공공도서관 청소년자료실 담당 사서들이 현장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 쓴 도서관 업무 실전 매뉴얼.

공공도서관 청소년자료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떻게 응용하냐에 따라 어린이도서관, 학교도서관 또는 공공도서관 일반자료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장서 구성과 북큐레이션부터 소규모 문화프로그램, 도서관 이용교육을 비롯해 청소년 도서관운영위원회 관리 지원 등 청소년 대상 도서관서비스 전반을 고루 상세히 다루고 있어 현장 사서들이 업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조언을 필요로 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되는 책.

by 해피의서재 2022. 4. 18. 21:08

다 함께 행복한 공공도서관 / 신남희 / 한티재 / 2022


한국 공공도서관 운영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도서관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찰을 여러 통계자료 및 현장 사례 인용과 함께 정리한 칼럼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도서관의 건축, 운영 주체 선정(지자체 직영/민간위탁 등), 사서인력 충당과 처우 문제부터 도서관 장서 구성(구입도서 선정 및 장서폐기 문제)과 프로그램-독서모임 운영까지 공공도서관 현장 실무의 각 분야를 세밀히 살피며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한 것이 특징.

공공도서관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도서관에 대한 정계의 이해와 일관된 정책, 도서관 종사자들의 철학과 신념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이 책 곳곳에서 강하게 묻어난다.

책 속에 제시된, 도서관 장서 구성을 사실상 유행에 내맡기다시피 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희망도서바로대출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나, 도서관이 책과 ‘쌍방향 독서 프로그램’을 매개로 민주주의 교육과 구현의 장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사회적 독서론’ 등이 특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현직 사서 및 도서관장, 그리고 더 나아가 문헌정보학 교수들과 정부의 도서관 정책 입안자들도 업무시 곁에 두고 수시로 참고할 필요가 있는 자료.

P.S. 저자 인터뷰 기사가 네이버 포스트에 올라와 있었다. 추가 자료로 함께 읽어 봐도 좋을 듯.
http://naver.me/Gd62V2dc

by 해피의서재 2022. 3. 8. 14:00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 강민선 / 임시제본소 / 2018

나름의 포부와 의욕을 가지고 사서교육원을 거쳐 한 민간위탁 공공도서관의 사서로 취업했으나, 4년간의 사서 생활 동안 현장의 온갖 부조리에 직면하며 좌절과 절망감 속에 도서관을 떠난 저자가 남긴 우울한 사서일지 혹은 도서관 실무자 잔혹사 고발기. 책 앞표지의 자료실 가구 배치도가 책의 맨 뒷장에서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채 걸어잠긴 모습으로 재등장하는 편집 디자인이 책의 주제를 가장 선명하게 잘 보여주고 있음과 동시에 저자의 절망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주어 독자의 안타까움을 더욱 증폭시킨다.

by 해피의서재 2020. 6. 29. 11:01

도서관 지식문화사 / 윤희윤 / 동아시아 / 2019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구분이 가능하다.

전반 파트(1~3장)에서는 세계 각국 도서관의 역사를 고대/중세/근대/현대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으며 중국, 일본, 아랍 지역 그리고 한국의 도서관사를 현대 시점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기술해, 이 한 권만으로도 세계의 도서관사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후반 파트(4~7장)에는 오늘날의 공공도서관들이 처해 있는 난관들과, 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하여 세계 곳곳의 도서관들이 새로운 시도에 도전한 사례들, 그 장단점과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 논한 글들이 모여 있다.

책의 전체 내용을 꿰뚫는 하나의 주제는 이것이다.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습득하고 활용하며 기억해야 할 지식을 정제하여 보존하고 전달하는 본질에 충실해야 하며, 단순히 시대의 유행만을 따르거나 피상적으로 겉모습의 변화에만 치중해서는 존재 의미의 상실과 도태를 피할 수 없다”는 것.

실제로 비슷한 성격의 다양한 문화기관과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공공도서관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지킬 수 있는 길은 역시 다른 기관에는 없는 도서관만의 차별화된 성격을 지키는 것밖에 없으며, 그 길은 바로 책을 위시한 정제된 지식의 축적과 제공에 심혈을 기울여 보유한 정보의 공신력을 확보하는 데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의 역사와 함께해 온 도서관의 과거와 오늘날의 도서관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 제기, 그리고 도서관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기본 철학 등 도서관인에게 꼭 필요한 전언들을 한데 모아 놓은 중요한 책이다. 곳곳에 각국 주요 도서관들의 외관과 내부를 찍은 컬러 사진들도 들어 있고 편집도 가독성 있게 잘 되어 있다.

다만 아무래도 학술서적에 가까운 성격의 책이라 대중적으로 많이 읽히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
<목차>
프롤로그 5

1장 고대 도서관, 신화와 역사의 경계에서
1. 도서관의 시원 17
2. 고대 문명 속의 도서관 21
3. 고대 그리스·로마의 도서관 41
4. 고대 동아시아의 도서관 56

2장 중세 도서관, 유럽 수도원부터 이슬람 모스크까지
1. 중세에 대한 오해와 편견 73
2. 수도원과 도서관 77
3. 유럽의 수도원 도서관 85
4. 이슬람 모스크와 지혜의 집 107
5. 해인사 장경판전 119

3장 근대 도서관, 혁명은 가까이에 있다
1. 중세의 가을과 근대의 봄 131
2. 인류 최고의 걸작, 인쇄술 136
3.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157
4. 근대 도서관의 파노라마 172

4장 현대 도서관, 지식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1. 공공도서관의 시작 197
2. 영미 공공도서관의 태동 200
3. 중일 공공도서관의 성립 219
4. 한국 공공도서관의 역사 243

5장 도서관의 에토스·파토스·로고스
1. 도서관의 진화와 변용 265
2. 도서관의 가치와 편익 269
3. 도서관 위기론과 해법 279
4. 도서관의 에토스·파토스·로고스 296

6장 도서관이 움직인다
1. 도서관의 고답적 정체성 315
2. 시류와 혁신의 아이콘 320
3. 장소로서의 도서관 337
4. 도시 재생과 도서관 360

7장 책과 도서관에 바치는 헌사
1. 도서관의 모태와 은유 381
2.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 384
3.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야만적 선동 389
4. 도서관의 절대성과 상대성 400
5. 도서관의 변용 405
6. 책과 도서관의 학살 416
7. 책과 도서관에 바치는 헌사 438

주 445
찾아보기 469

by 해피의서재 2020. 2. 14. 09:14

딱히 한 일도 없는데 한 해가 훌쩍 가 버렸다. 

지난해의 나는 내내 무기력했다. 만사에 의욕도 없었고, 그래서 책도 거의 읽지 않았다. 글쓰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올해는 작년보단 그래도 좀 더 활기있게 보내고 싶다. 사 놓기만 하고 묵혀 놨던 책도 한 권씩 차분히 꺼내 읽으려고 한다. 


사실 작년에 아예 책을 놓아 버렸던 건 아니다. 몇 권 읽기는 했다. 하지만 거의 정리를 안 했다. 간단한 메모만 따로 해 두었을 뿐이다. 

그 기록을 아무데나 방치해 두었다가 잊어버릴 것이 두려워져서, 이 블로그에 간단하게 메모 형식으로나마 정리해 두려고 한다. 

그래야 나중에 내가 이 책을 읽었고 그게 무슨 내용이었었구나 라고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서. 


1. 고찰명 : 중국 도시 이야기 / 신경진 / 문학동네


중국을 대표하는 25개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한 권에 담은 책. 

아득한 물안개 너머 수양버들 흩날리는 정경과 화려한 마천루들의 향연이 공존하는 중국의 도시들을 들여다보면

황제의 치세-열강의 각축장-격동의 근현대사-초고속 성장으로 이어지는 중국사의 흐름이 보인다. 


2. 하우스 스캔들 / 루시 워슬리 / 을유문화사


중세 시대에서 20세기까지의 유럽 가옥의 내부구조와 가구들의 변천사를 통해 본 서양 생활사.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인의 생활 패턴, 사회생활의 방식도 바뀌었고 

그에 따라 집의 구조와 각 방의 역할도 계속 변화해 왔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한마디로 '집과 가구의 변천사를 보면 역사의 흐름이 보인다'는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건, 중세 유럽의 주택 구조가 처음에는 중앙홀, 심플한 형태의 침대 등 단순한 구조를 띠고 있다가 

시대를 거쳐 보다 복잡한 형태로 변화했고, 그러다 현대 사회에 이르러서는 

거실의 존재, 원룸 스타일의 확산, 단순한 침구 등 다시 중세 시대의 모습과 흡사한 형태로 돌아왔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걸 보면 과연 역사는 정말 돌고 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3. 동네 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 이소이 요시미쓰 / 펄북스


일본의 한 평범한 샐러리맨이 시작한 이래 곧 전국적인 붐으로 이어진 동네도서관운동을 소개하는 책. 

'마찌 라이브러리'라 불리는 동네도서관운동은 시민들이 자택과 가게 등 각자의 공간을 작은도서관으로 꾸며 지역 사회에 개방하고 

이웃과 함께 책과 모임과 대화의 공간으로 꾸려나가는 일종의 작은도서관 운동이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출입하며 책을 통해 모두 하나 되는" 동네 도서관에서 

단절되어 가는 이웃간의, 사람 간의 소통을 회복해 나가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책이다.


4. 고전의 시작 : 사회과학 편 / 황광우, 홍승기 / 생각학교


정독이라기보단 개인적으로 이끌리는 부분을 중심으로 훑듯이 읽었지만 그렇게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경제, 정치, 법, 심리학, 인문학으로 크게 섹션을 나누어 각 분야에 해당되는 고전들을 배치하고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한 책으로, 

고전을 읽기 전에 가이드 격으로 활용하면 좋을 서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책은 그 저자가 처한 시대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저자가 살았던 시대가 어떤 시대이며, 저자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사회상을 보았으며 그 시대에 어떤 사건과 사상이 있었는지, 

여기에 저자가 답한 기록이 오래도록 살아남아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이 바로 고전이 아니겠는가.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 중에는 내가 아는 책도 있었지만 모르는 책들도 있었다. 

그로티우스의 『전쟁과 평화의 법』,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 예링의 『권력을 위한 투쟁』,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등이 그 책들이다. 

이 책들의 존재를 지금이나마 알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고전의 시작』은 내게 더욱 감사한 책이다. 


5. 슈퍼 라이브러리 / 신승수 외 / 사람의무늬


영국과 네덜란드의 도서관 건축과 인테리어를 다룬 이 책은 "현대의 도서관은 도시의 거실이다" 이 한마디로 요약이 가능하다. 

이 말은 두 국가의 도서관 운영 방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지 역할을 부여한 영국과, 문화예술의 복합공간을 추구하는 네덜란드의 도서관 정책을 이야기하는 이 책엔

"현대인이 기꺼이 찾아올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대한 힌트가 담겨 있다. 

도서관이 위치하는 도시와 그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들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러고서야 도서관이 그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게 되며, 

그 다음에 비로소 가장 적합한 공간구성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 공간구성에 관한 많은 이야기와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공간이 스스로 말하고 일하게 하라'는 것. 

도서관 공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주변과 어떻게 연계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정보와 사람과 세상을 품을 수 있음을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역설하고 있다. 

더불어 오늘날의 공공도서관은 점점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나 원형극장과 같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것 같다. 

도시의 거실, 모두에게 열린 공간, 문화와 지식의 시장,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광장. 

책 속에 등장하는 공공도서관에는 이런 역할이 부여되고 있었다. 


이것은 여담이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생각한 도서관의 역할을 이 자리에 적어 보자면...

이제 도서관 측에서 시민들에게 일일이 뭔가 챙겨주고 베푸는 시대는 지난 듯하다. 

뜻있는 시민들이 모여 자신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공간을 먼저 찾아나서고,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뭔가를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패턴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도서관은 이 시민들을 위해 공간을 내어주고 자료지원과 물리적 후원을 해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도서관이 이전의 전통적인 역할과 다른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는 지금, 

우리 도서관의 공간과 시설, 장서, 콘텐츠, 서비스 등은 어떤 것으로 채우고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도서관 신축 프로젝트를 앞둔, 또는 이미 추진중인 지자체 행정 담당자들과 도서관 관계자들에게 꼭 정독을 권하고 싶다. 

보다 넓고 포괄적인 시선으로 도서관 공간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아울러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서 죽어가는 도시의 활기를 되살리는 '도시재생'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도서관이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훌륭한 오브제로도 떠오르고 있는 만큼(이 책에서도 그 점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도시재생 관련 종사자 분들께도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6.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편 / 채사장 / 한빛비즈


"세상에 알아선 안 될 것이란 없다"는 문장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책. 

이 책에선 "역사의 흐름은 모두 경제의 변화를 따라 움직여 왔으며 정치 또한 결국은 어떤 경제체제를 선택하느냐에 대한 논의"

라고 말하고 있다. 

생산수단의 변화(석기, 땅, 공장)에 의하여 빈부와 신분이 나뉘었고, 

공장을 생산수단으로 하는 산업혁명의 확산과 함께 자본주의가 태동했으며, 

획기적인 생산량 증가로 인해 공급과잉의 문제가 나타났고, 여기서 제국주의와 열강의 식민지 경쟁이 필연적으로 일어났으며,

그 종착역이 바로 1,2차 세계대전이었다는 식으로 경제와 정치, 역사의 전개 과정을 간결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책 중간에 간단한 그림까지 첨부되어 있어 지식의 뼈대를 세우는 데 꽤 도움이 된다. 

세상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책이다. 

그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을 이유를 알 것 같다.

만약 정말 시간이 부족해서 이 책을 다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289~292쪽만 집중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역사, 경제, 정치의 주요 핵심 내용들이 그 4페이지 안에 아주 잘 요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을 인용하며 이 포스팅을 마친다.


세계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개별적 사례들을 분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는 기본적인 구분의 틀인 보수(시장 중시 신자유주의)와 진보(정부기능 중시 수정자본주의)의 개념에 의해 양분되고 결정되므로, 이 틀을 이해해야 한다. - 238쪽


by 해피의서재 2016. 1. 2. 09:49

매년 9월은 '독서의 달'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이 달이 되면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들이 곳곳에서 열리곤 한다.

책 하면 역시 도서관을 빼놓을 수 없다. 동서고금의 책과 지식이 한 데 자리하는 공간.

그동안 시민 사회의 요구와 더불어 도서관계 사람들이 꾸준히 노력해 온 덕인지

최근 몇 년새 공공도서관도 많이 늘었고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도 많이 달라진 듯하다.

도서관이란 존재에 대한 인식이 단순한 공부방 개념에서 벗어나 생활문화공간 개념으로 많이 바뀐 것 같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도서관은 여전히 부족한 점도, 열악한 점도 많다.

따라서 외국의 더 좋은 도서관들에 대해 공부하고 벤치마킹하면서 우리의 부족한 점을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독서의 달 9월의 마지막 저녁을 보내며, '세계의 도서관들'에 대해 다룬 책들의 서지사항을 한 번 모아 보았다.

도서관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 도서관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포스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세계 도서관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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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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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서관에서 우리 도서관과 독서 교육의 미래를 함께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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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도서관에 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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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도서관에 끌리다』는 전국학교도서관 담당교사 서울모임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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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의서재 2012. 9. 3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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