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대니얼 지블랫 외 지음 / 어크로스 / 2018


오늘날 형식적 민주주의는 전세계에 걸쳐 많이 보편화되었지만, 정작 민주주의 본연의 취지와 정신을 잃고 사실상 전제주의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 책은 2016년 미국 대선 전후의 정계와 여론 동향을 중심으로 민주주의가 어떻게 변질되고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내부에서 붕괴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1930년대의 독일과 스페인, 1960~70년대의 칠레와 1990년대의 베네수엘라, 2010년대의 터키 등의 사례도 주요 반면교사로서 비중있게 언급된다.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소득과 지위, 심지어 태생에 따라 사회가 양극화되고 이로 인한 대중의 불만이 가중되는 가운데 권력을 잡기 위해 정당과 정치인들조차 상호 관용과 존중보다 혐오와 폭력을 더 선호하게 되고 이를 양분삼아 독재적 성향의 포퓰리스트가 독버섯처럼 자라 사회를 장악하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이 책에 잘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는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에서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우리 정치 지형과 여론 행방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부터 돌아보는 일이 먼저 시급할 것 같다. 비난과 복수와 일명 '사이다'라 불리는 날선 워딩에 열광하는 와중에 우리 사회는 이미 저 규범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 버린 것은 아닌지 무척 걱정스럽다. 민주주의 본연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서 부식되어 사라지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정계를 비롯하여 한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

극단적 정치 분열은 민주주의 규범에 위협이 된다. 정치판이 세계관의 차이를 넘어 사회적, 인종적, 종교적 갈등으로 배타적인 진영으로 분열될 때 그 사회는 관용의 규범을 유지하기 힘들다. (...) 정치 집단이 서로 간 공존이 불가능한 이념으로 분열될 때, 특히 구성원끼리 교류가 부족하고 고립이 심해질 때 정상적인 정당 경쟁이 사라지고 적대적인 투쟁이 시작된다. 상호 관용이 사라지면서 정치인들은 자제의 규범까지 저버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하려는 유혹에 굴복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전면 부정하는 반체제 집단이 등장한다. 상황이 이러한 국면으로 접어들면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 148쪽
by 해피의서재 2024. 3. 23. 21:52

1974년 민음사에서 발간된 문화평론가 김병익의 평론집 <지성과 반지성>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오늘의 우리 지식 사회에 있어 가장 우울한 현상은 압도적인 ‘지식기능인‘의 수와 힘에 비해 ’지성인‘은 너무나 적고 미력하다는 점이다. 물론 지식계층의 인구는 많다. 대학교수, 학자, 언론인, 작가, 예술인 등 마땅히 지성의 위력에 의하여 존경받아야 할 지식인은 도처에 있다. 그러나 계층이, 입장이 지식인의 면모를 지녔다 해서 결코 지성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현대 한국의 문학계와 지성계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도서들의 출판 내력을 소개한 서지학 도서 <김기태의 초판본 이야기>(2022)에서 이 문장을 접했다. 저자 김기태 교수는 이 문장을 인용하면서 ‘(이와) 같은 (김병익) 선생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21세기 지식인들 또한 얼마나 될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나 또한 같은 생각이다.

by 해피의서재 2024. 2. 11. 23:17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 김현철 / 김영사 / 2023


경제학은 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확장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어느 순간 돈 불리기 그 자체만이 목적인 학문처럼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지만.

한때 의사였던 저자는 재산도 환경도 받쳐 주지 못해서 제 몸 건강 하나 챙길 상황이 못 돼 유기되고 방치되어 있는 시골 저소득층 사람들의 현실을 목도하고 과감히 삶의 진로를 경제학자로 틀었다. 책의 서두에 언급된 대로, 전적으로 각자 능력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이 좌우된다는 능력주의는 사실 허상이며 각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큰 조건은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가정적-사회적 환경이라고 저자는 자각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그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복지 제도가 국민의 실제 삶에 피부로 와닿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세수 부담에 발목 잡히지 않고 그 제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설계하여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주된 생각이다.

저자는 그동안 경제학자로서 세계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사회 지표 조사 분석과 자체 사회실험을 진행하며 얻어낸 데이터들을 토대로 저출생, 여성 경력단절, 노인부양, 실직과 소득보장 등 현재 한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풀어놓는다. 선의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제 기능을 해내는 복지사회를 만들 수 없고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는 사례도 많기에 성급한 정책 추진보다는 신중한 접근과 철저한 사전 연구를 선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일견 타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데이터 만능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적 시선도 갖게 되지만, ’데이터로 사회를 분석하고 경제학적 접근으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체제를 정립하여 개개인의 삶의 질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제의식에만큼은 전적으로 찬성하는 바다.


by 해피의서재 2023. 12. 18. 21:14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소통하고, 우리 주변에 명멸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연대해야 한다.

by 해피의서재 2023. 11. 16. 20:00

혐오의 시대, 철학의 응답 / 유민석 / 서해문집 / 2020

모든 언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그 언어를 쓰는 사람 또는 세력의 사회적 위치와 권력이 더해지면 사회에 미치는 그 언어의 힘은 더욱 강력해진다.
세상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더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나보다 더 만만하다 여겨지는 자에게 불만과 분노를 퍼붓고 끝내 짓밟음으로써 자기 내면의 화를 해소하는 것이 세계적인 경향으로 굳어버린 시대에, 혐오발언은 세상에 만연하다 못해 이젠 이 시대에 가장 손쉬운 돈벌이 수단 중 하나로 활발하게 사용되는 지경이 되었다.
이 책은 철학과 언어사회학의 관점에서 이 혐오발언의 발동기제, 그리고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개인 관점에서 또는 사회 전체 관점에서 취할 방도를 고찰하고 있다. 실제 뉴스에 보도되어 독자들에게 익숙한 여러 사례를 제시하고 있어 독자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책은 독자 개개인의 각성을 넘어, 혐오폭력으로부터 개인이 안전할 수 있는 사회는 궁극적으로 어떤 사회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화두를 이어 간다.
자신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을’을 향한 통제를 위해, 자신이 속한 세력의 서열 과시를 위해, 자신의 우월감 확인을 위해, 단순한 유희를 위해, 심지어는 돈벌이를 위해 무분별하게 혐오를 쏟아내는 자들에 의해 무참히 부서지고 스러져 가는 이들이 더 이상 늘어 가지 않도록, 개인 혹은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는 시점이다.

by 해피의서재 2021. 1. 24. 19:03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김성우, 엄기호 / 따비 / 2020

사회학자 엄기호(대표작: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등)와 언어학자 김성우(대표작: <단단한 영어 공부>, <어머니와 나> 등)가 우리 사회의 문화 리터러시에 대해 나눈 대화를 정리한 대담집.

현재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세대/계층 간 언어-문화의 괴리와 소통 부재의 문제가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 왜 사람들이 보고 읽는 것은 많아지면서도 맥락을 파악하고 깊이 있게 쓰는 능력은 떨어져 가는 건지, 그렇게 떨어진 사회 전체의 문화 리터러시가 사회 통합과 민주주의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이 문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담겨 있다.

다소 학술적인 성격의 책이라 가볍게 읽기엔 좀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좀 어렵더라도 여러 사람이 모여 일종의 독서회를 조직해 함께 공부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미디어, 교육, 사회학, 정책 입안 관련 종사자들이 이 책을 읽고 토론할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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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결혼을 성립시키고 관계를 단절하며 법안을 통과 시키고 사랑을 공표하며 전쟁을 시작한다. 혐오 발언은 비합리적 증오의 행위이며 고맙다는 말은 감사의 실천이다. ‘그저 말일 뿐인 말’ 따위는 없는 것이다.”(10쪽)

“개인이 음식을 섭취하여 몸을 만들어 가듯, 우리가 접하는 매체는 사고와 정서의 뼈대를 만든다. 그렇기에 이 시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세계를 인식하고 지식을 구성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관계 맺기의 양상을 구성하는 방식의 거대한 변화다. 읽고 쓰기의 풍경 또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문해력의 추락에 대한 우려가 커져 간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도도한 흐름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항해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듯하다.”(12쪽)

“자신의 삶과 유리된 글은 누구도 쉽게 읽을 수가 없거든요. 제게 법학자가 쓴 논문을 주고 읽으라고 하면 굉장히 힘들어 할 것이고 못 읽어내는 부분도 많을 거예요. 텍스트라는 것이 객관적이고 공평한 난이도를 갖고 있고 훈련을 받으면 모두가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삶과 권력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거죠. 어떤 텍스트로 평가를 하느냐는 권력의 문제예요.”(47쪽)

“리터러시를 아는 것 자체가 삶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삶의 리터러시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삶의 리터러시, 즉 삶을 읽어내는 리터러시는 완전히 무시되는 거죠. 권력화된 방식의 리터러시에서는 반대로 권력자들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을 문해력이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리터러시는 백성을 계몽하고 민주주의를 운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문화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권력을 공고히 하고 백성들을 배제하는 방식이 됩니다.”(50쪽)

“나는 리터러시란 응답할 줄 아는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담에서 우리가 정리한 것처럼, 바벨탑 쌓기가 아니라 다리 놓기로서의 리터러시란 홀로 표현하고 선포하는 것을 넘어 응답할 줄 아는 역량이다. 응답과 응답이 끊이지 않고 순환함으로써 서로 배움을 부추기고 발생하게 하는 것, 이게 새로운 배움의 방법론이자 조사연구의 방법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292쪽)

by 해피의서재 2020. 11. 9. 22:10

코로나 사피엔스 / 정관용 외 / 인플루엔셜 / 2020

코로나19는 한순간에 우리 사는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우리는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던 여러 전문가들의 소견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기존의 사회 질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생태환경, 경제, 법 체계, 문화, 교육, 무엇 하나 예전과 같을 수 없다. 모든 것이 혼돈 속에 놓인 가운데 앞으로의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떤 형태로 사회 체제를 정비하고 디자인해야 할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격변의 시점을 우리는 살고 있다.

여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6명의 석학이 있다. 생태, 경제, 과학, 정치사회, 철학, 심리학 이렇게 여섯 분야의 권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대담이 이 한 권의 책에 모여 엮였다.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를 살아나가기 위해 앞으로 한국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저마다의 시점에서 역설한 이들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이하 책 속 서문(8~10쪽) 일부 인용)

최재천- 공장식 축산과 인구 밀집, 무차별 개발 등 인류의 무분별한 자연 침범을 멈추고 자연과의 공존과 친환경 생활을 추구하는 생태백신과 행동백신이 필요하다.

장하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경제체제의 주객전도 현상을 바로잡고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다.

최재붕-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경제/문화 체제가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한 이상, 디지털화와 스마트 기기, 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홍기빈- 시장근본주의를 극복하고, 포용적이고 효율적인 민주주의를 구축하며,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방역과 욕망에 대한 질서 부여, 도시적 공간 집약화의 해소만이 인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길이다.

김누리- 위기 대응의 공공인프라를 초토화해 온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당연시되지 않을 것이며, 강자의 약자 무한착취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야수 자본주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극복해 내야 한다.

김경일- 기존 사회가 강요하는 무한 욕망과 서로간의 파괴적인 경쟁으로 점철된 세상이 아닌, 각 개인의 뜻대로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by 해피의서재 2020. 10. 13. 19:18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지 반 년이 훌쩍 넘었다.
국내 감염자는 누적 기준 1만 명을 넘어섰고, 이 백신도 치료제도 전무한 감염병에 전세계의 모든 일상이 결박당했다.
분주하던 공항은 적막 속에 잠겼고 활력이 넘치던 번화가와 극장가도 침묵에 갇혔다. 책을 읽으러 갈 곳도, 운동을 할 곳도, 산책을 하며 바람을 쐴 곳도, 커피를 마실 곳도, 심지어 일상의 대부분을 소화하던 장소인 학교와 직장 사무실마저 굳게 봉인되어 버렸다.
월 수입이 줄거나 완전히 끊기고 마침내 더는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급한대로 긴급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임시 생활비를 대 주었다. 봄에 배부되었던 긴급지원금의 사용기한이 다 지나도록 감염병의 확산세는 여전히 줄지 않았다. 백신의 개발과 시판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코로나 시대 이전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던 사회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제 거의 정설로 굳어져 가는 분위기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전례 없는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운명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것은 즉 이제까지 존재했던 산업도 직종도 직업도 다 전혀 새로운 쪽으로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을 강제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로봇과 인공지능 등의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노동력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로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이는 다름아닌 노동으로 삶의 기반을 지탱하는 직업인들이다. 어딘가에 소속된 직장인이건, 일감이 있을 때마다 그에 맞춰 살아가는 소위 프리랜서 노동자건, 유형 혹은 무형의 점포나 기업을 차리고 일하는 자영업자건 모든 ‘일하는 이들’의 앞날 또한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 앞으로의 노동 문제에 대해 논한 책들을 두 편 소개하고자 한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국에서 앞날에 대한 막막함을 안고 끝없는 인고의 나날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들이 해답의 실마리를 조금이나마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 노동의 미래 / 이철수 외 / 현암사 / 2020
<책소개-교보문고>
“사회안전망과 기본소득부터, 미래노동에 대한 가치 정립, 고령화, 소득불평등, 노동소득분배 및 소득주도성장, 노사관계, 노동 유연화와 비정규직 등 총 일곱 장에 걸쳐 앞으로의 노동과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술과 산업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을 변화시킬 일의 미래에 대해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2. 미래의 일자리와 기술 2050 / 제롬 글렌 / 비팬북스 / 2020
<책소개-출판사 서평 중>
“정책 입안자, 기업 경영자, 민관 연구원, 교육자, 과학자, 예술가, 근로자, 자영업자, 문화 및 미디어 종사자, 엔지니어는 각자의 일자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할 것이다. 또한 향후 어떤 전략을 마련해야 할지 방향성이 모호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여러 나라 전문가들이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면 명확한 답을 얻어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앞으로 성큼성큼 나갈 수 있을 것이다.”

by 해피의서재 2020. 9. 9. 18:40

사람에 대한 예의 / 권석천 / 어크로스 / 2020

경력 30년차 기자가 그동안 언론계에 몸담으면서 보고 듣고 겪었던 사건들과 사회 이슈들, 그리고 기자이자 직장인으로서 살아 왔던 궤적을 돌아보며 써내려간 칼럼들을 한 편의 책으로 엮었다. 유명한 영화를 인용해 글을 풀어가기도 하고, 가상의 인물이나 사건, 정당을 내세운 짧은 소설이나 가상의 편지 형식으로 쓴 글도 있다. 기존의 칼럼 양식을 최대한 배제한 자유로운 형태의 글쓰기를 추구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정도면 괜찮은 인간인 줄 알았던 나 자신’이 사실은 이 뒤틀려가는 한국 사회 앞에 얼마나 하찮고 비겁한 존재였는지를 토로하며, 온갖 사회 병리 속에 각처에서 인간성이 무참히 짓밟히는 2020년대 한국 사회의 암울한 일면들을 선명하게 지적한다. 책 속 곳곳에 현재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진지하게 귀기울여야 할 중요한 진언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형식적 파격에 신경쓴 나머지 그래서 결론이 뭔가 싶은 글도 몇 편 있지만, 그 외에는 거의 손색이 없는 좋은 사회 에세이집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일독할 수 있길 기원한다.

<책 속 문장들>

누가 대신 책임져 주느냐는 반문이 사회 윤리로 굳어지면 힘 있는 자가 모든 걸 먹어치우는 약육강식의 세렝게티 초원이 펼쳐진다. 누가 미끼에 걸려 피해를 입었을 때, 그 책임을 당사자가 지라는 것은 부당할 뿐 아니라 잔인한 요구다. 그 요구는 사회적 구조의 문제점을 교묘하게 은폐시킨다.
불행이 엄습했을 때, 범죄와 혐오의 대상이 됐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책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를 혐오하는 것이 아니다. 불행과 범죄와 혐오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32쪽)

악의 낙수 효과는 현실이다. 위에서 물이 넘치면 아래로 내려가듯이 악은 계속해서 피라미드 계단 아래로 흘러내린다. 직장 상사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는 상사에게 되돌아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 아래에 있는 부하에게 내려간다. 스트레스 질량 보존의 법칙일까. 갈 곳을 찾지 못한 스트레스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대상은 눈앞의 불특정 다수다. (...) 거리에서 분노를 풀 용기조차 없는 자들은 아내와 자녀에게 푼다. 한국 사회에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가 넘쳐나는 이유 중 하나다. 학대받은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서 분노를 배설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폭력에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다. 폭력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보자는 것이다. (41쪽)

‘너를 위해’ 이데올로기는 위험하다. 진심으로 ‘너를 위한 것’일지라도 자칫 너에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변질되기 쉽다. 자식에 대한 관심이 집착과 학대로, 사랑이 스토킹으로 변하는 건 순간이다. 너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얼마든지 무례해지고 잔인해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어떤 관계든 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할 수 있는 적정 거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50쪽)

사회적 기억은 보다 정밀한 조작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이른바 ‘가짜 뉴스’가 겨냥하는 게 바로 사회적 기억입니다. 가짜 뉴스들이 쌓이고 쌓이면 진실이 뒤틀리고, 뒤틀린 진실들이 모이면 역사가 됩니다. 그래서 정치 세력들은 사회적 기억을 놓고 치열하게 갈등하고 대결합니다. (63쪽)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악이 거악을 떠받치고 있는 건 아닌가. 거악은 한두 사람의 악인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들의 작은 악들이 모인 결과가 아닌가. (127쪽)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믿는 것들이 주변의 영향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사무실에, 나와 내 친구들 사이에 공기처럼 떠다니는, 크고작은 편견의 미세먼지들이 뭉치고 뭉쳐서 내 가치관이 되고, 신념이 된 것은 아닐까. 그 가치관과 신념이 얼마나 균형감각 있고, 상식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142쪽)

나는 “법전에 있는 대로 헌법이 지켜지고 있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헌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면 힘이 있다는 이유로, 돈이 많다는 이유로, 그 무수한 ‘갑질’이 왜 일어나는가. ‘유전무죄’와 전관예우, 그리고 금수저/은수저/흙수저의 계급은 또 무엇인가. (166쪽)

폭력의 위력은 단지 통증에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의 인격에 모멸감을 갖게 한다. 자신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존재이고, 언제라도 무릎 꿇을 수 있는 인간이라는 자각은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폭력은 아무 수식어도 필요 없다. 그 자체로 절대적이다. (206쪽)

한국에는 자신이 의식하든 못 하든, 유능한 공포 기획자들이 많습니다.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나오고, 번듯하게 차려입은 그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공포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우릴 지옥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더 섬뜩한 것은 그들에게 악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악의도 없이, 그래서 망설임도 없이 근면 성실하게 성공의 사다리를 기어오를 뿐입니다. (244쪽)

폭력은 결코 ‘인간적인 반응’이라고 부를 수 없어. 인간적인 반응이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반응이니까. 좋은 일이 있을 때 기뻐하고,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고, 다른 누군가의 고통에 슬퍼하고, 남의 행복에 즐거워할 수 있어야 인간은 인간이 되는 거야. (306쪽)

법 논리와 법 감정은 서로 연결돼 있고, 함께 진화해야 한다. 법 감정은 앞서 가는데 법 논리가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그 사회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법 논리는 어떻게든 법 감정을 설득해 편차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318쪽)

정의는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자들의 독점물이 아니다. 피해자나 그 가족이 완전하지 않다고, 결함이 있다고, 그들을 조롱하거나 비켜가서는 안된다. ‘순수한 피해자’라는 도식은 피해자의 발언권을 박탈하려는 수작이다.
정의는 늘 불완전하고 삐걱거리지만 사람들 마음 속에 살아 숨쉰다. 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향해야 하는 건 결과로서의 정의가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정의다. (320쪽)

by 해피의서재 2020. 8. 9. 20:53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정지우 / 한겨레출판 / 2020

지금 당장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꼭 한 번씩 읽어봐야 할, 증오와 분노가 만연한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있게 한 근본적인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열쇠가 되어 줄 책.

총 3개 장에 걸쳐 청년, 여성, 공동체 문제에 관한 글들을 각각의 장에 모아 엮은 형태의 책이다.

타자혐오와 온갖 종류의 폭력으로 가득 찬 한국인의 일상을 30대 연령층의 생활인 입장에서 들여다보고 이 모든 병리현상들이 어디로부터 기원했는지에 대해 고찰한 끝에 내린 나름의 결론과 신념들을 저자는 나직하고 담담한 어조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오직 생존만이 삶의 지상과제이자 지향점이 되어 버린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 절망이 서로를 공격하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저자의 진단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법 조항 몇 가지 뜯어고치고 사법부 판사 몇 명 징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권위적이고 반인권적이며 폭력적인 각 사회조직의 구조와 이를 부추기는 교육-경제 체제부터 하나하나 세심하게 바꿔 나가고서야 오늘날 한국 사회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는 이 모든 병폐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는 메세지를, 이 책은 조용하면서도 힘있는 어조로 전하고 있다.

by 해피의서재 2020. 7. 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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