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초판본 이야기 / 김기태 / 새라의숲 / 2022


시, 소설, 수필, 서간…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글이 있고 지금도 도처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글이 탄생한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듣고 직접 겪으며 통과해 온 시대를 자기 각자의 지식과 감성으로 해석한 글을 남겨 왔다.
이렇게 태어난 글들은 출판사의 편집자와 장정가를 만나 정갈하게 교정된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어 서점을 거쳐 세상에 나오고, 독자 대중을 만나 서로 교감하는 가운데 점점 더 강한 생명력을 얻어 마침내 수십 수백 년을 살며 다음 세대에 계속해서 지난 세대를 증언하게 된다.

이 책은 한국의 20세기, 즉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사이에 쓰여지고 출판된 문학책 15권을 가려 뽑아 이들의 초판본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작품의 집필과 초간 출판 과정, 그리고 당시의 시대적 풍경을 고풍스런 어투로 전하고 있다.

엄혹한 일제강점기 한복판에서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한국 고유의 정서와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지키고자 했던 시인 소월과 영랑의 마음을,
도시화와 산업화가 정신없이 몰아치던 격동의 시대를 혼란하고도 고독하게, 또 처절하게 살았던 개인들의 내면을 감각적인 소설로 기록한 젊은 작가들의 마음을,
숨막히는 독재정권 치하의 모순 가득한 사회를 바라보며 ‘사람은 진정으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 당시 시대의 어른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품은 열다섯 책들의 초판본 이야기가 여기 있다.

표지, 목차, 간기면까지 사진으로 훑어보며 이들의 출판과정과 시대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이 책을 어느 분야로 분류할지 묻는다면 대중이 읽기 쉽게 쓴 서지학 또는 출판학 도서로 분류하면 될 듯하다.

by 해피의서재 2024. 2. 13.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