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개와 함께 살아온 삶 속에서 발견한 그들의 삶은 너무나 고귀했고 황홀했으며 날 부끄럽게 했고 그래서 때로는 너무나 슬펐다.”

(강하고 현명하고 자상한) 우리개 이야기 / 김종규 / 잼난인연 / 2019

30년간 천도농장에서 진돗개를 위시한 한국 토종견을 전문적으로 길러온 저자가 그간 길렀고 지금도 기르고 있는 견공들과의 에피소드를 쓴 글을 엮은 책이다.

제 짝을 해친 삵을 기어이 찾아내 잔혹하게 복수한 수캐 이야기, 자신이 평생 좋아하고 따르던 할아버지가 죽자 아무도 알려준 적 없는 할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 스스로 숨을 거둔 개 이야기, 산 속에서 조난당한 사람에게 마을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 개 이야기, 아픈 주인을 위해 나름 먹을 것을 챙겨준다고 쥐를 잡아 가공(?)까지 해서 주인의 방 앞에 갖다 준 개 이야기 등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견공들의 실제 이야기가 민담처럼 또는 동화처럼 구수하게 펼쳐진다.

오랫동안 개를 지켜봐 온 저자는 말한다. 개, 특히 자생적으로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람들과 교감하며 살아온 우리개들은 엄연한 자의식을 가진 주체로서 대해야 할 존재들이라고. ‘믿어주는 만큼 자라고, 아껴 주는 만큼 여물고, 인정받는 만큼 성장하는 법’이라는 코이의 법칙은 당연히 개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평생을 우리개에게 바친 만큼 개들을 향하는 시종일관 애틋하고 따스한 저자의 시선은, 애견인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조언들과 함께 책의 곳곳에 잘 스며들어 있다.

by 해피의서재 2020. 6. 26.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