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시킨다.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품고 있다.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맞서는 행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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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의서재 2024. 12. 11. 11:08

손석춘 교수의 민주주의 특강 / 손석춘 / 철수와영희 / 2024


정치, 역사, 철학을 넘나들고 관통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통찰을 돕는 종합 에센스 같은 책이 올해 초에 출간되었다.

민주주의를 단순히 그때그때 선거권을 행사하는 대의정치 제도 정도로 이해하고 있어서는 절대로 자신의 삶과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온전한 권리를 보장할 수 없으며, 늘 깨어서 세상에 대한 성찰과 공동체에 대한 의견 개진, 실질적인 행동을 쉬지 않는 것이 민주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메시지를 이 책은 일관되게 전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정치라는 단어의 올바른 의미부터 다시 상기시키고, 삶 속에서 마주하는 모든 이해관계와 권력관계가 곧 정치의 산물이자 대상이라는 것을 늘 인식할 것을 촉구한다.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한 결정권을 시민이 스스로 행사한다’는 민주주의의 태동과 발전 과정이 산업혁명과 대항해시대,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전, 초기자본주의 체제의 빈부격차 등 경제-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있음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니체 등 유명 학자들의 주요 사상들이 적극 인용되어 책의 근거를 이룬다.

책은 생각하고 일하고 성찰하며 공동체와 사회의 본모습을 직시하는 시민들이 다수가 되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이 건강하고 자유로운 인간 문명사회가 지속되는 조건임을 역설한다. 자신들의 권익 독점을 위해 이를 방해하는 대자본가 계층과 언론의 부역이 이 민주주의의 위기와 자본독재, 더 나아가 전쟁과 기후위기와 인간소외를 부추기고 있음을 호소하고, 이들에게 휘둘리느라 인간답게 살 권리를 망각하고 상실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위기를 성숙의 기회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자주 회자되는 이 시기에 일독을 권할 만한 책으로 보인다.

6쪽
14쪽
22쪽
30쪽
41쪽
42쪽
52쪽
59쪽
62쪽
63쪽
66쪽
69쪽
127쪽
128쪽
146쪽
163쪽
164쪽
171쪽
178쪽
182쪽
197쪽
211쪽
246쪽
253쪽
255쪽
by 해피의서재 2024. 11. 21. 11:52

영상산업 분야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위축되었다고 한다. 겉보기엔 산업 규모도 커지고 세계적 인지도도 올라가는 등 전성기에 접어든 것 같지만 사실 그 속내는 오히려 많이 부실해지고 곤궁해졌다는 모양이다.
이럴수록 가장 중요한 건 Back to the Basics,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산업이 아닌 예술로, 삶으로,
규모보다 이야기로, 메시지로,
압도적인 위용보다 따스한 위로로.

이런 내 생각과 궤를 같이하는 이벤트가 올 가을 시작될 모양이다.
나도 한 마음을 보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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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의서재 2024. 10. 22. 14:45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전주시내 도서관들도 특별전시로 경사를 함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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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의서재 2024. 10. 11. 10:33

전주에는 아기자기한 매력을 품은 숨은 명소가 참 많다.

금암동에 위치한 지역서점 <잘익은언어들>도 그 중 하나.


주소: 전주시 덕진구 거북바우로 68-1.

by 해피의서재 2024. 10. 1. 09:31

제목으로 쓰인 문구는 튀르키예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대표작 <검은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세상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고 회자되는 이야기들. 소설책으로, 영화로, 드라마로, 실제 현실에 없지만 오직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현실의 대중들과 공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들의 상당수는 범죄와 사건, 추리와 추적으로 구성되곤 한다. 고전적인 추리소설부터 첩보물, 오컬트, 형사법정물 상업영화와 게임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SF나 역사물에도 미스터리 장르는 잘 어우러든다. 온세상이 미스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르주아 계층의 지적 유희와 오락으로 출발한 미스터리 문학은 왜 두고두고 이야기 콘텐츠들의 주요 작법으로 애용되는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탐닉할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서.

그것은 미스터리 문학이 필연적으로 품고 있는 속성 때문이 아닐까. 개인과 도시, 사회와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직시하고 사건의 근원을 향해 파고드는 그 속성이, 이해할 수 없는 심연같은 이세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스터리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는 파르마콘이 될 수 있다. 위험성을 알면서도 복용해야 하는 독이자 약, 바꾸어 말하자면 예방적 차원의 사회적 백신이다. 이러한 파르마콘의 역할은 장르문학이나 문화 콘텐츠를 포함하는 이야기 장르가 우리에게 무해하고 선한 것이기만을 기대하는 최근의 분위기를 배반한다. 오히려 만인이 만인에게 무해하고 갈등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무균실의 상상력을 벗어나기 위해서, 미스터리는 기꺼이 우리를 죽이지는 않는 가상적 병균이 되기를 자처해야 한다.” (본문 168쪽)
현대의 명탐정은 추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성과 논리의 힘에서 비롯되는 추리의 위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스터리가 다루어야 하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병리적 증상, 폭력적 일상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우선은 수많은 사연의 세계에 귀를 기울이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미스터리는 아름답고 현란한 글래스 어니언이다. 하지만 그것이 눈속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미스터리 장르는 바로 그러한 추리의 세계에 어울리는 내부의 진실까지도 예비하고 배치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시대 한국적 미스터리가 지향해야하는 그무엇이다. (본문 250쪽)


세상의 어둠을 직시하고 파헤치는 문학장르. 대중적 인기만큼 주어진 책임도 막중한 스토리텔러. 그에 대한 라이트한 안내서이자 비평서 한 권이 올 8월 시중에 나왔다. 문학과 영화/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다양한 픽션물 속에 반영된 현실 세계의 문제점들(가치관 혼란, 도처에 만연한 폭력, 공권력-사법불신, 가족주의, 확증편향, 사이코패스 범죄 등)에 대해 고찰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라 개인적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 박인성 지음 / 나비클럽 / 2024

by 해피의서재 2024. 9. 16. 11:49

중세 이슬람 세계를 대표하는 학자 이븐 할둔은 그의 역작 <역사서설>에서 국가와 권력의 흥망성쇠에 대해 이와 같이 논한 바 있다.

<노마드> (앤서니 새틴/ 까치/ 2024) 181쪽
위의 책, 277쪽

Memento Mori.

영원한 번영은 없다.

by 해피의서재 2024. 9. 15. 13:13

삶을 견디는 기쁨 / 헤르만 헤세 / 문예춘추사 / 2024


김훈의 <칼의 노래>는 ‘절망으로 절망을 돌파하는’ 한 인간의 고뇌에 찬 내면을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여러 모로 그 책을 닮았다. 양차 세계대전으로 모든 것이 피폐해진 20세기 한복판을 살아낸 헤세는 삶과 죽음, 행복과 우울, 희망과 절망, 그리고 인간문명의 존재가치에 대한 온갖 복잡한 상념들을 가감없이 이 책에 적어 내려갔다. 산문과 시, 기행문과 투병일기, 우화같은 짧은 이야기(한 도시의 흥망성쇠, 불꽃놀이 이야기 등), 형식과 소재를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펜 가는 대로 써내려간 글들의 모음.

자신의 우울을 토로하고, 죽음을 태연하게 입에 올리고, 자살이 왜 무조건 나쁘단 거냐는 발칙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돈과 쇠와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현대 문명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투의 냉소적인 일갈도 있다. 그러나 결국 헤세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 실존에 대한 긍정이다. 개인의 요동치는 내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 그것이 어떤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감정일지언정 무작정 피하지 말고 직시하자는 것, 돈도 안되고 아무 실질적 가치가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예술과 자연은 존재 그 자체로 가치가 넘치며 인간을 인간으로 남게 하는 귀한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닫자는 것. ‘절망은 진정으로 무언가를 간절히 열망하고 추구한 결과’라는 헤세의 정의에 설득력이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리라.

손 안에 들어오는 사이즈에 미니멀한 북디자인, 책 곳곳에 들어 있는 헤세의 그림들 등 얼핏 ‘힙스터픽’스런 느낌을 주는 책이지만, 글의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다. 삶과 죽음, 세상의 모순과 그에서 오는 절망에 대해 깊은 고뇌를 느껴본 이들에게 더 와닿을 책으로 보인다. 절망의 언어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이에게 더 울림이 클 책.

67쪽
81쪽
101쪽
104쪽
165쪽
167쪽
232쪽
236쪽
266쪽
292쪽
299쪽
by 해피의서재 2024. 9. 15. 07:55

다시, 역사의 쓸모 / 최태성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4


<역사의 쓸모>(2019)의 후속작이 5년만에 세상에 나왔다. 한국사를 넘어 제1차 세계대전 발발, 프랑스 혁명과 <레 미제라블>, 유럽의 대항해시대 등 세계사 이야기까지 다루는 한층 더 커진 스케일로 독자들 곁에 돌아왔다.

조근조근 말을 거는 듯한 대화체의 글은 쉽게 읽혔고 완독까지 채 한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책에 대한 인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요즘같이 모든 가치가 퇴색하고 선악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듯한 혼란의 시대에, 더욱 필히 곁에 두어야 할 책이라 하면 될 듯하다.

흔들리거나 흐트러지지 않고 바른 길, 옳은 길, 선한 길, 이타적인 길을 가야 하는 이유를 새삼 발견하며 마음을 다잡게 하는 책이다.

시종일관 인간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묻어나는 이 책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랑, 선(善), 시대에 안주하지 않는 상상력이다. 당장은 이 가치들이 무력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사회를 이끌고 역사를 써나가고 세상을 바꾸어 내는 가장 큰 위력을 가지고 있음을 이 책은 곳곳에서 역설하고 있다.

세상은 매 순간 묵묵히 자기 앞의 삶을 감당하며 시대를 넘어선 상상력과 일상 속 작은 행동들로 양심과 인간애를 지킨 수많은 이들의 움직임으로 굴러왔으며, 그렇기에 언젠가 모든 것은 반드시 바른 길, 진보의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따뜻한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가 역사라는 증거를 앞세워 독자의 눈앞에 선연히 다가온다.

아름다운 사랑의 꿈을 꾸는 이가 있는 한,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천천히, 묵묵히, 그러나 반드시.

30쪽
100쪽
109쪽
119쪽
174쪽
176쪽
179쪽
194쪽
205쪽
217쪽
219쪽
228쪽
252쪽
253쪽


by 해피의서재 2024. 9. 14. 14:17

전주시 완산도서관이 7월말에 재개관을 했다.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 도서관답게 동영상 제작 스튜디오, 1인출판 작업 공간, 작가 전용 집필실 등 다양한 문화 활동 공간을 갖추고 있다.

한편 도서관 1층에는 여느 미술관 못지 않은 퀄리티의 전시 갤러리가 자리를 잡았다. 재개관을 축하하며 지역 중견 화가들이 공간을 빛내 주었는데, 이번 전시는 10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도서관 1층 로비의 아기자기한 북큐레이션도 시선을 끈다.
이렇게 전주의 매력적인 공간이 한 곳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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