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민음사에서 발간된 문화평론가 김병익의 평론집 <지성과 반지성>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오늘의 우리 지식 사회에 있어 가장 우울한 현상은 압도적인 ‘지식기능인‘의 수와 힘에 비해 ’지성인‘은 너무나 적고 미력하다는 점이다. 물론 지식계층의 인구는 많다. 대학교수, 학자, 언론인, 작가, 예술인 등 마땅히 지성의 위력에 의하여 존경받아야 할 지식인은 도처에 있다. 그러나 계층이, 입장이 지식인의 면모를 지녔다 해서 결코 지성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현대 한국의 문학계와 지성계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도서들의 출판 내력을 소개한 서지학 도서 <김기태의 초판본 이야기>(2022)에서 이 문장을 접했다. 저자 김기태 교수는 이 문장을 인용하면서 ‘(이와) 같은 (김병익) 선생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21세기 지식인들 또한 얼마나 될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나 또한 같은 생각이다.

by 해피의서재 2024. 2. 11. 23:17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소통하고, 우리 주변에 명멸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연대해야 한다.

by 해피의서재 2023. 11. 16. 20:00
by 해피의서재 2022. 7. 14. 10:16

​(2020) 트렌드 모니터 / 최인수 외 / 시크릿하우스 / 2019

매년 이맘때면 내년도 사회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2015년부터 출간돼 온 ‘대한민국 트렌드’ 시리즈를 가장 선호한다. 그런데 올해부터 이 시리즈의 제목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전 세계 흐름까지 함께 조망할 요량인지, 올해 발매된 책의 제목은 ‘2020 트렌드 모니터’다.

목차를 통해 책이 제시하는 주요 키워드를 살펴보니, 딱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상황의 연장선을 보는 듯하였다. 범죄가 만연한 ‘타인지옥’이 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철저한 개인주의 생활과, 철저하게 목적-취향의 동질성에 바탕을 둔 단발성-익명성 모임 위주의 인간관계, 내 기준과 취향이 우선시되는 맞춤형 소비, 그 과정에서 수천 수만 가지로 분화되어 도저히 공통점을 찾기 어려워지는 파편적 사회, 그리고 공정성과 사회 투명성에 대한 대중의 어느 때보다 강경한 요구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일정하게 흘러온 사회 흐름을 기반으로 하여 생각해 보건대, 아마도 2020년대는 어느 때보다 인간에 대한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진, 그래서 오직 개인의 독자생존과 각자의 내면에 더 골몰하게 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관계단절적인 사회상이 더욱 공고해지는 시대로 기록될 듯하다.

by 해피의서재 2019. 12. 5. 14:09


드미트리 오를로프가 쓴 ​<붕괴의 다섯 단계>​(궁리, 2018)의 뒷표지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선명하게 요약해 보여 주고 있다.

시스템 자체의 붕괴도 문제지만 이 책이 가장 경계하는 붕괴는 바로 ‘신뢰의 붕괴’가 아닐까 한다.

기업을 믿을 수 없고, 정부를 믿을 수 없고, 이웃을 믿을 수 없고, 급기야는 인간이란 존재 자체를 믿을 수 없는, 만인이 만인을 상대로 싸우고 빼앗고 죽여야 간신히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의 세계만도 못한 세상으로 알게모르게 우리 모두 끌려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 모두를, 인류 모두를 이런 아비지옥으로 끌고 가는 원흉이 도대체 누구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도 그리 넉넉하게 남겨진 것 같지가 않다.

by 해피의서재 2019. 6. 21. 18:25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또 면상을 갈겨 주겠다고 한 번 마음먹으면 다른 해명을 찾으려 하지 않는 탓에 배울 것을 배우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재발을 방지하는 능력도 줄어든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지극히 단순한 해법에 갇히면 좀 더 복잡한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우리 힘을 적절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려면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기보다 시스템에 주목해야 할 때가 많다. -295쪽

​나쁜 사람을 찾아내면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거의 항상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이 문제일 때가 대부분이다.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누군가의 면상을 갈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315쪽

...... 이 글귀들은 모두 한 권의 책에서 나온 말들이다. 올해 3월에 김영사에서 출간된 올라 로슬링의 ​<팩트풀니스(Factfulness)>가 그 책이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리고 언론에서 말하는 만큼 극적이지 않으며 세상의 부조리를 바꾸는 것은 평범한 대중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올곧게 행동하고 성실하게 자기 책임을 다하는 삶들의 결집이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요즘같은 시기에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덕목인 것 같다.

by 해피의서재 2019. 6. 7. 22:05

​90년생이 온다 / 임홍택 / 웨일북스 / 2019

​서기 105년에 발명된 종이는 지금까지 2000년 가까이 인류와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동서를 막론하고 일부 지식층과 권력층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책을 일반인들에게 감추려 노력해 왔다. 쓰고 읽는 것이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독점되는 시대에는 진실이 숨겨지고 거짓된 이야기와 근거 없는 신화가 판을 쳤다. (...) 이후 인쇄술의 발달로 인하여, 인류는 점차 책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

구텐베르크의 발명으로 대중화된
​깊이 읽기의 관행은 점차 사라지고, ​소수의 엘리트만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우리는 역사적인 표준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교수 그룹은 2005년 <Annual Review of Sociology>에서 우리의 독서 습관에 있어 최근의 ​​변화들은 ​‘대중적인 독서의 시대’가 우리 지적 역사에 있어 짧은 ‘예외’였음을 암시한다고 썼다.​ 대중적인 ​독서는 예전의 사회적 기반, 즉 독서 계층이라 부를 수 있는 소수의 것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가 2017년 국회에서 발표한 <독서와 시민의 품격>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사람의 뇌는 본래 독서에 적합하게 진화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독서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났기 때문이다. (92-96쪽)

종이책 한 권을 통독하는 것보다 모바일 화면으로 짧은 웹문서나 SNS 포스팅, 동영상을 검색해서 빠르게 보는 것이 익숙하다는 90년대생들. 일단 위에 언급한 책에서는 이러한 취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어제 맞던 정보가 오늘은 틀린 사실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진 현대 세계에서 한 권의 종이책을 진득하게 완독한다는 게 어쩌면 참 쓸데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빠르게 최신 정보를 찾아내고 곳곳에 퍼진 조각난 정보들을 모아 재구성하는 게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능력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하나의 주제에 관한 정보를 유기적으로 정리하고 그 체계와 논리를 완성도 있게 구성한 책을 집중해서 완독하는 경험 또한 충분히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 긴 글을 집중해서 읽고 쓰며 논리의 유기성을 살피고 따져보는 경험이 충분치 않다면 짧게 조각난 정보 한두 가지만 보고 쉽게 경솔한 판단을 내리는 실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불어 대다수의 대중들의 ‘깊이 읽는 능력’이 저하되는 가운데 소수의 엘리트들에 한해 이런 능력이 이어지며 이게 또다른 지식 권력으로 사용되는 상황으로 흘러간다면 그것 역시 미래 사회에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되지 않을까.

​‘문서에 대한 유연하고 빠른 이동에는 익숙해졌지만 문서에 대한 집중력은 약해졌다. 특히 검색엔진은 종종 우리가 찾는 내용과 연관이 있는 문서의 일부분이나 키워드를 보여주며 우리의 관심을 끌지만, 저작물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만한 근거는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니 웹에서 검색을 하면 숲을 보지 못한다. 심지어 나무조차도 보지 못한다. 잔가지와 나뭇잎만 볼 뿐이다.’ (89쪽)


by 해피의서재 2019. 3. 24. 20:34

역시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나는 요즘 ​<우주를 계산하다>(이언 스튜어트/ 흐름출판/ 2019)라는 두꺼운 천체물리학 책을 읽고 있다. 이언 스튜어트의 간결하고도 매끄러운 글 솜씨에도 불구하고 이전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온갖 수학/물리학 용어와 맞닥뜨리니 좀체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책머리에 실려 있던 <수학이 필요한 순간>의 김민형 저자가 한 말처럼 어디 이과학 관련 독서모임이라도 찾아 들어가서 매주 한 챕터씩 함께 읽고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의 강독회라도 제안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언뜻 <수학용어사전>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그런 사전이라도 하나 옆에 끼고 읽어야 할지.

하지만 확실히 보람은 있다. 예전에는 있는지조차 몰랐던 지적 세계에 과감히 한 걸음 내밀었다는 근거없는 뿌듯함과 더불어, 두껍고 어려운 책이라도 계속 집중해서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읽어야 할 부분이 읽어온 부분보다 줄어 있다는 데서 오는 모종의 성취감, 그리고 어렴풋이나마 이 과학 분야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구축되어 왔는지에 대한 이해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이것은 분명 허망한 시간 낭비가 아니다.

모든 과학은 수학을 기반으로 발전한다는 말을 이 <우주를 계산한다>를 읽으며 실감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관찰과 사색과 연구를 거쳐 발견하고 고안해 낸 수학 수식과 법칙들을 활용해 각종 천체들의 궤도를 알아내고 이전엔 알지 못했던 우주의 온갖 물질, 성분, 발달과정까지도 밝혀내는 과정은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미신이나 환상이 아닌 검증된 사실과 수학 이론을 정밀하게 살피고 활용해 이렇게 물질과 우주의 원리를 찾아내고 또 그걸 가지고 까마득한 우주 공간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과연 이 책의 에필로그에도 내 생각과 상통하는 문장이 있었다.

“수학은 천문학을 비롯해 핵물리학, 천체물리학, 양자론, 상대성 이론, 끈 이론 같은 관련 분야들과 함께 나란히 발전해 왔다. 과학은 질문을 던지고, 수학은 그 답을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그 반대가 되기도 하며, 수학적 발견은 새로운 현상을 예측한다.” - 477쪽

“과학자들은 우주에 대한 이해를 끊임없이 수정하면서 개선하고 있고, 새로운 발견이 일어날 때마다 새로운 질문을 낳는다. ... 이것은 진짜 과학이 발전하는 방식이다. 세 걸음 전진했다가 두 걸음 후퇴하는 식이다. ... 과학은 항상 잠정적이고, 현재의 증거가 뒷받침하는 만큼만 옳다. 그런 증거에 대해 과학자들은 ‘마음을 바꿀’ 권리를 유보한다.” - 480쪽

by 해피의서재 2019. 3. 9. 13:55

올해 중국에 ‘크리스마스 금지령’이 내렸다는 뉴스가 포털에 떴다. 지난해 가을 국가주석이 ‘자국 문명의 부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부터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한다.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크리스마스 소품의 60% 가량이 중국산이라는데 정작 그 생산국에선 크리스마스 트리가 철거되고 흔한 전구장식이나 선물 교환도 볼 수 없단다. 자국 문화 부흥 운운하면서 원래 널리 퍼져 있던 문화마저 말살하는 행태. 이게 무슨 신 위정척사 운동인가 싶지만 지금 중국은 그러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중국의 지식인과 위정자들이 오형규의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2016, 글담출판)를 읽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지금 너희들이 하는 짓은 필히 몰락을 부를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 가득한데 말이다.

사실 이 책은 현대 중국을 비판할 목적이 담겨 있는 책은 아니다. 그저 인류의 등장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먹고살기 위해 고안하고 발명해 낸 수많은 기술과 제도, 그에 기초해 변화해 온 사회 구조와 세계 각국의 흥망성쇠 과정을 통사적으로 서술한 경제 중심 세계사책일 따름이다. 2년 전에 쓰여진 이 책에서 저자는 오히려 선전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어난 중국의 스타트업 열풍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며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위한 시험 공부에 매달리는 한국의 현실을 걱정한다.

그러나 갈수록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이념과 권력의 이름으로 통제하기에만 골몰하는 중국에서 과연 혁신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가능할까? 개방성과 유연성을 잃고 폐쇄적인 성향으로 돌아선 국가는 필히 쇠망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명나라 이후 해금령을 내리고 외부 세계와 단절한 중국과 이념의 장벽 너머에 자신을 가둔 소련을 들면서 말이다.

올해로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이했다는 중국. 그 40년 동안 깨달은 것이 그저 거대한 시장과 자본 하나 믿고 그 힘 하나로 뭐든 주무를 수 있다는 오만이라면 중국의 미래는 심히 암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 속 문장들>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은 정치이념이나 도덕이 아니다. 생산수단, 생활수준의 발전은 일과 생활 방식은 물론 사람들의 생각까지 바꾼다. (...) 현대 경제사는 국가와 기업, 개인들이 효율적인 생산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가 필수다. 경제적 자유는 정치적 자유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시장경제하에서는 가격 외에 만든 사람의 인종, 종교, 피부색 등을 따지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경제는 필연적으로 민주주의로 귀결하게 된 것이다. -6~7쪽

공산주의는 사유재산과 시장을 인정하지 않고 생산수단의 거래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 없는 구조다. 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국가가 세운 계획경제가 타당한지, 손익은 어떤지를 판단할 방법이 없다.(...) 공산주의 실험이 끝내 실패한 것은 인간의 본성인 이기심과 자생적 질서인 시장을 부정한 결과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여건을 개선하고 싶어하고, 남는 것을 부족한 것과 교환하려는 본성을 가졌다. 이는 흐르는 강물이나 중력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국민을 감시하고 사상 교육을 강요해야만 했다. 소련의 KGB, 동독의 슈타지 등은 나치스 독일의 게슈타포와 전혀 다를 게 없었다. 그런 점에서 히틀러와 스탈린은 이란성 썽둥이나 마찬가지였다. -322쪽

실패한 나라들은 폐쇄성과 외부에 대한 단절, 억압이란 공통점이 있다. 집단 논리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 나치스 독일과 소련, 북한이 바로 그런 사례다. 경제적 자유가 없어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체제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감시와 억압 없이는 오래 존속할 수도 없다. -358쪽

by 해피의서재 2018. 12. 25. 11:54

언제부턴가 책을 사러 서점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서점에 책을 주문하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그러고보니 이젠 동네 서점도 많이 사라지고 없다. 차비를 들여 시내로 나가 대형서점에 들어서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기 힘들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서점들 중 한 곳이 우리 동네에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아마도 생각날 때마다 찾지 않을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운 좋게도 들어선' 서점에 마음을 빼앗기는 상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유럽의 명문 서점

저자
라이너 모리츠 지음
출판사
프로네시스 | 2011-05-16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고객을 유혹하는 유럽의 서점을 만나다!오래된 서가에서 책의 미래...
가격비교

 

페이지 전체를 가득 메운 아름다운 컬러 사진들 속에 담긴 유럽의 스무 서점들은 하나같이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다.

 

개인 맞춤 서가를 제공하는 런던의 헤이우드 힐,

지금도 기차가 다니는 고가 철로 아래 자리를 잡은 베를린의 사비니 광장 아치 서점,

나라별로 그 나라에 해당되는 다양한 주제를 모아 전시한 바르셀로나의 알타이어,

수제본 작품 전시회를 정기 개최하는 파리의 오귀스트 블레조 고서점,

연 100회에 달하는 작가와의 대화와 토론 행사를 연다는 브뤼셀의 트로피슴,

'요란하지 않으면서 섬세한 다양성'을 갖췄다고 저자가 평한 취리히의 베어 서점,

교회 건물 안에 자리한 장중한 인테리어의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의 셀레시즈 도미니크,

아날로그적 감성을 간직한 빈의 부르크페어락 고서점,

모던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미술 전문 서점 로마의 부카바,

거침없는 파격도 불사하는 독창적인 도서 분류와 진열을 선보이는 베른의 슈타우파허,

진정성을 중시하는 함부르크의 펠릭스 유트 서점,

리넨 쇼핑백으로 유명세를 탄 '독립서점의 아름다운 전형'(p.180) 런던의 던트 서점,

시대의 대세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서를 엄선하는 프라이부르크의 춤 베츠슈타인,

장중한 고딕풍 건물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의 포르투 렐루 서점,

내부의 적절한 공간 배분이 돋보이는 뉘른베르크의 탈리아-캄페 북하우스,

'유럽 대륙 최초의 영어서점'이라는 파리의 갈리냐니 서점,

예배당에서 곡식창고로, 무기고로, 변전소로, 그리고 서점으로 파란만장한 변천사를 거친 마르바흐의 아이그너 서점,

'신간이든 고서든 모든 책은 수명이 길어야 한다'고 말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는 슈타데의 프리드리히 샤움부르크,

널찍한 쇼윈도 너머에 꾸밈없는 자유로움을 간직한 토리노의 라 카사 델 리브로.

 

이 책의 번역가는 책 말미에 이런 글을 남겼다.

 

명문 서점의 공통된 특징은 전통과 변화, 역사의 두께와 혁신적인 경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 이 서점들은 '...서점에 미래는 있는가?' 라는 물음 앞에 '그렇다.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고 분명한 미래가 있다'라고 대답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서점 운영을 위해서 필수적인 다양성에 각 서점만의 독자성, 전문성을 곁들인다'라는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 이 모든 의미가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한마디에 담겨 있다.  - p.312~313

 

개인적으로 이 책을 가장 잘 요약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by 해피의서재 2013. 1. 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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