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민음사에서 발간된 문화평론가 김병익의 평론집 <지성과 반지성>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오늘의 우리 지식 사회에 있어 가장 우울한 현상은 압도적인 ‘지식기능인‘의 수와 힘에 비해 ’지성인‘은 너무나 적고 미력하다는 점이다. 물론 지식계층의 인구는 많다. 대학교수, 학자, 언론인, 작가, 예술인 등 마땅히 지성의 위력에 의하여 존경받아야 할 지식인은 도처에 있다. 그러나 계층이, 입장이 지식인의 면모를 지녔다 해서 결코 지성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현대 한국의 문학계와 지성계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도서들의 출판 내력을 소개한 서지학 도서 <김기태의 초판본 이야기>(2022)에서 이 문장을 접했다. 저자 김기태 교수는 이 문장을 인용하면서 ‘(이와) 같은 (김병익) 선생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21세기 지식인들 또한 얼마나 될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나 또한 같은 생각이다.

by 해피의서재 2024. 2. 11. 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