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3

저자
김난도 지음
출판사
미래의창 | 2012-11-21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김난도의 2013년 트렌드 키워드는 '코브라 트위스트(COBRA...
가격비교

 

'이 시대의 아픈 청춘들'을 위로한 책『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로 유명한 김난도 교수. 사실 그의 본업은 소비자 트렌드 분석과 연구이다. 이 포스팅에서 다룰『트렌드 코리아 2013』은 김 교수가 몸담고 있는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올해 소비시장의 주류로 떠오를 키워드를 예측, 정리한 책이다. 매년 '트렌드 코리아 20**'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되는 시리즈물인데, 그 해의 간지(刊支)에 해당하는 동물을 소재로 메인 키워드를 제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 : '용의 해'였던 2012년의 키워드는 'DRAGON BALL'이었다) '뱀의 해'인 올해는 '뱀'과 관련된 단어인 'COBRA TWIST'를 메인 키워드로 제시했다. 책에서 제시한 10가지 키워드의 맨 앞 이니셜을 따서 지은 워딩인데 왠지 억지스런 느낌도 있긴 하지만 각 이니셜의 앞부분을 들어보면 이해가 갈 법도 하다.

 

City of hysterie 날 선 사람들의 도시

OTL Nonsense 넌센스의 시대

Bravo, Scandimom 스칸디맘이 몰려온다

Redefined ownership 소유냐, 향유냐

Alone with lounging 나홀로 라운징

Taste your life out 미각의 제국

Whenever U want 시즌의 상실

It's detox time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Surviving burn-out society 소진사회

Trouble is welcomed 적절한 불편

 

정리를 해 놓고 보니 이 키워드들을 관통하는 정서가 있다. 단순히 'COBRA TWIST'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느낀 정서와도 비슷하다.

그것은 바로 "불안"이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온통 날을 세우고 주변을 경계하다가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것이 발견되면 바로 공격 태세를 취하는 것이나, 끝장을 보고 완전히 나가떨어질 때까지 일에 미치고 노는 데 미치는 것이나, 그렇게 육체적-정신적 에너지가 전소되고 피로가 밀려들고 삶의 독성에 지쳐드는 자신을 치유하고 달래고자 자신만의 휴식 공간과 디톡스(해독) 방식을 찾는 것이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감성과 찰나적 센스에 기댄 개그, 오감 중 가장 감각적이라는 미각에 열광하며 현실을 잠시 잊는 것이나 모두 현대 사회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에서 파생되는 현상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쿨함과 똑똑함으로 대변되는 현대 소비자들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세상에 대한 불신과 빡빡한 삶에 대한 피로, 그리고 위로가 필요한 텅 빈 마음.

소비 트렌드라는 게 결국 현재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과 요구를 가지고 살아가는가를 대변하는 것임을 생각해 볼 때

이것은 비단 기업의 상품기획 부서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 기관들이 함께 심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고려할 문제인 것 같았다.

 

책에서 제시한 트렌드 중에는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하는 키워드도 있었다.

스칸디맘에 대한 부분이나 '소유'에 대한 의식 변화, DIY 등 소비자 자신의 직접적인 참여를 중시하고 선호하는 면 등이 그것이다.

'나도 자녀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하며 자녀와의 정서적 교감과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북유럽식 육아법'을 따르는 '스칸디맘' 세대의 등장,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빌려 쓰거나,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을 다른 이에게 빌려 주고 함께 공유하며 합리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증가, 가만히 앉아서 모든 것을 공급받기보다 스스로 무언가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직접 해 보면서 자신의 삶과 주변에 대한 주인의식을 키워가는 세태의 확산.

세상은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아내며 각자 가진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책의 서두에 저자는 이런 말을 했다.

책표지의 메인 컬러인 노란색과 '코브라 트위스트' 모두 우리 사회에 상존하고 있는 불안과 위기를 상징하고 있다고.

그러나 그 속에서도 소비자들과 기업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이 불안과 위기에 맞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있고

그 결과 세상에는 새로운 생활 스타일과 유행이 명멸하고, 또 사회는 그 영향으로 조금씩 변화한다.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그 움직임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바로 이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이다.

 

말의 해인 내년엔 '트렌드 코리아 2014'가 또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것이다.

그 책에서는 2013년을 어떻게 반추하고, 2014년의 전망을 어떻게 예측할까.

부디 그 책에는 올 한 해와 내년 한 해가 모두 희망적이고 밝은 내용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으면 좋겠다.

by 해피의서재 2013. 3. 1. 11:17

언제부턴가 책을 사러 서점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서점에 책을 주문하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그러고보니 이젠 동네 서점도 많이 사라지고 없다. 차비를 들여 시내로 나가 대형서점에 들어서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기 힘들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서점들 중 한 곳이 우리 동네에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아마도 생각날 때마다 찾지 않을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운 좋게도 들어선' 서점에 마음을 빼앗기는 상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유럽의 명문 서점

저자
라이너 모리츠 지음
출판사
프로네시스 | 2011-05-16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고객을 유혹하는 유럽의 서점을 만나다!오래된 서가에서 책의 미래...
가격비교

 

페이지 전체를 가득 메운 아름다운 컬러 사진들 속에 담긴 유럽의 스무 서점들은 하나같이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다.

 

개인 맞춤 서가를 제공하는 런던의 헤이우드 힐,

지금도 기차가 다니는 고가 철로 아래 자리를 잡은 베를린의 사비니 광장 아치 서점,

나라별로 그 나라에 해당되는 다양한 주제를 모아 전시한 바르셀로나의 알타이어,

수제본 작품 전시회를 정기 개최하는 파리의 오귀스트 블레조 고서점,

연 100회에 달하는 작가와의 대화와 토론 행사를 연다는 브뤼셀의 트로피슴,

'요란하지 않으면서 섬세한 다양성'을 갖췄다고 저자가 평한 취리히의 베어 서점,

교회 건물 안에 자리한 장중한 인테리어의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의 셀레시즈 도미니크,

아날로그적 감성을 간직한 빈의 부르크페어락 고서점,

모던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미술 전문 서점 로마의 부카바,

거침없는 파격도 불사하는 독창적인 도서 분류와 진열을 선보이는 베른의 슈타우파허,

진정성을 중시하는 함부르크의 펠릭스 유트 서점,

리넨 쇼핑백으로 유명세를 탄 '독립서점의 아름다운 전형'(p.180) 런던의 던트 서점,

시대의 대세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서를 엄선하는 프라이부르크의 춤 베츠슈타인,

장중한 고딕풍 건물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의 포르투 렐루 서점,

내부의 적절한 공간 배분이 돋보이는 뉘른베르크의 탈리아-캄페 북하우스,

'유럽 대륙 최초의 영어서점'이라는 파리의 갈리냐니 서점,

예배당에서 곡식창고로, 무기고로, 변전소로, 그리고 서점으로 파란만장한 변천사를 거친 마르바흐의 아이그너 서점,

'신간이든 고서든 모든 책은 수명이 길어야 한다'고 말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는 슈타데의 프리드리히 샤움부르크,

널찍한 쇼윈도 너머에 꾸밈없는 자유로움을 간직한 토리노의 라 카사 델 리브로.

 

이 책의 번역가는 책 말미에 이런 글을 남겼다.

 

명문 서점의 공통된 특징은 전통과 변화, 역사의 두께와 혁신적인 경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 이 서점들은 '...서점에 미래는 있는가?' 라는 물음 앞에 '그렇다.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고 분명한 미래가 있다'라고 대답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서점 운영을 위해서 필수적인 다양성에 각 서점만의 독자성, 전문성을 곁들인다'라는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 이 모든 의미가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한마디에 담겨 있다.  - p.312~313

 

개인적으로 이 책을 가장 잘 요약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by 해피의서재 2013. 1. 1. 23:00

 


철학이 필요한 시간

저자
강신주 지음
출판사
사계절 | 2011-02-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아파도 당당하게, 두려움 없이!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철학이 ...
가격비교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는 순간이 또 다가왔다.

들뜨기는커녕 되려 괜히 공허해지는 마음을 달래고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의 69페이지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인문학은 주어진 현실과 인간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꿈꾸려는 학문이다.

 

인문학이 그토록 강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는 왜 살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또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보다 명징하고 가치있는 삶이 될 수 있으며, 우리가 사는 이 사회도 보다 인간적이고 자유로운 곳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문학 그 자체 못지 않게 인문학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도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책의 초반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참된 인문 정신과 거짓 인문 정신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좋든싫든 현실에 안주하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따질 것 없이 그저 순종하는 나약한 삶을 살게 만드는 것이 거짓 인문 정신이라면,

참된 인문 정신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 치유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 한다.

전자가 위로를 앞세운 도피에의 권유라면, 후자는 문제의 근원과 정정당당하게 맞설 힘을 부여하는 에너지원인 셈이다. 

그래서 결국, 진정한 인문학자란 '아이 같은 눈으로' 인간과 사회의 진면목을 투명하게 꿰뚫어보며,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은 이 책 곳곳에 선명하게 투영되어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개인으로서의 '나'에 대한 성찰에 대한 글들이고, 2부는 다른 이와의 관계에 대하여 다루고 있으며, 3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다양한 철학자들의 글과 사상을 소개하는 가운데, 나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로 대략 아래의 4가지를 꼽아 보았다.

 

현실직시

주체성

자유와 책임

공존

 

"우리의 인생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총체"(p.47)라는 구절에서는 불안한 미래에 현재를 저당잡힌 채 살지 말고 오직 지금을 역동적으로 살라는 메시지를 접했다.

 

동학의 '인내천' 사상과 맹자의 '진인사대천명'에서는 '초월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김으로서 자기의 위기를 미봉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성찰과 노력으로 그 위기를 정면돌파하려 하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상에 대한 촉구를 보았다.

 

칸트의 도덕 철학에서는 인간 자체의 존엄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존재를 목적이라 하며, 나 자신도 다른 사람도 모두 수단이 아닌 하나의 '목적'으로서 각자의 자유를 누리고 또 그 자유를 서로 보장해 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마투라나의 '관찰자주의'를 읽을 때는 "역사 속에는 거짓된 세계와 진짜 세계라는 종교적이고 허위적인 이분법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역사는 낡은 세계와 새로운 세계라는 역동적 생성과 창조만이 숨쉬는 곳이기 때문이다"(p.97)라는 이 문장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공존하라는 가르침을 얻었다.

 

책의 3부에서 이어지는 사회에 대한 성찰들은 이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여러 부분을 고찰하고 비판한다.

자본과 권력, 편가르기, '생계와 생존만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된' 세태, 소비사회의 명암, 현대 사회와 종교, 대의민주주의, 진보주의 등.

이 다양하고 광범위한 이야기들을 통해 결국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위의 네 가지 단어로 압축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을 다시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면 대략 이렇게 귀결되지 않을까.

 

"마음을 열고 사람을 존중하며, 현실에 발붙이고 매 순간 당당하게 자기 자신의 주인으로 살아라."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세상을 더 이롭고 인간적인 곳으로 만들어 가는 주체이자 원동력이라는 것이,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이 인간과 세상에 품는 낙관론일 것이다.

 

앞으로도 삶과 인생, 사랑, 그리고 현대사회에 대한 통찰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이 책을 다시 찾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견하게 된다.

아울러 이 책의 말미에는 책에 인용된 참고도서들의 목록과 그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도 실려 있으니

더 많은 책을 접하고 싶을 때 이를 참고하면 더욱 좋을 성 싶다.

 

by 해피의서재 2013. 1. 1.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