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에 ‘크리스마스 금지령’이 내렸다는 뉴스가 포털에 떴다. 지난해 가을 국가주석이 ‘자국 문명의 부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부터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한다.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크리스마스 소품의 60% 가량이 중국산이라는데 정작 그 생산국에선 크리스마스 트리가 철거되고 흔한 전구장식이나 선물 교환도 볼 수 없단다. 자국 문화 부흥 운운하면서 원래 널리 퍼져 있던 문화마저 말살하는 행태. 이게 무슨 신 위정척사 운동인가 싶지만 지금 중국은 그러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중국의 지식인과 위정자들이 오형규의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2016, 글담출판)를 읽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지금 너희들이 하는 짓은 필히 몰락을 부를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 가득한데 말이다.

사실 이 책은 현대 중국을 비판할 목적이 담겨 있는 책은 아니다. 그저 인류의 등장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먹고살기 위해 고안하고 발명해 낸 수많은 기술과 제도, 그에 기초해 변화해 온 사회 구조와 세계 각국의 흥망성쇠 과정을 통사적으로 서술한 경제 중심 세계사책일 따름이다. 2년 전에 쓰여진 이 책에서 저자는 오히려 선전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어난 중국의 스타트업 열풍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며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위한 시험 공부에 매달리는 한국의 현실을 걱정한다.

그러나 갈수록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이념과 권력의 이름으로 통제하기에만 골몰하는 중국에서 과연 혁신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가능할까? 개방성과 유연성을 잃고 폐쇄적인 성향으로 돌아선 국가는 필히 쇠망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명나라 이후 해금령을 내리고 외부 세계와 단절한 중국과 이념의 장벽 너머에 자신을 가둔 소련을 들면서 말이다.

올해로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이했다는 중국. 그 40년 동안 깨달은 것이 그저 거대한 시장과 자본 하나 믿고 그 힘 하나로 뭐든 주무를 수 있다는 오만이라면 중국의 미래는 심히 암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 속 문장들>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은 정치이념이나 도덕이 아니다. 생산수단, 생활수준의 발전은 일과 생활 방식은 물론 사람들의 생각까지 바꾼다. (...) 현대 경제사는 국가와 기업, 개인들이 효율적인 생산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가 필수다. 경제적 자유는 정치적 자유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시장경제하에서는 가격 외에 만든 사람의 인종, 종교, 피부색 등을 따지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경제는 필연적으로 민주주의로 귀결하게 된 것이다. -6~7쪽

공산주의는 사유재산과 시장을 인정하지 않고 생산수단의 거래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 없는 구조다. 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국가가 세운 계획경제가 타당한지, 손익은 어떤지를 판단할 방법이 없다.(...) 공산주의 실험이 끝내 실패한 것은 인간의 본성인 이기심과 자생적 질서인 시장을 부정한 결과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여건을 개선하고 싶어하고, 남는 것을 부족한 것과 교환하려는 본성을 가졌다. 이는 흐르는 강물이나 중력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국민을 감시하고 사상 교육을 강요해야만 했다. 소련의 KGB, 동독의 슈타지 등은 나치스 독일의 게슈타포와 전혀 다를 게 없었다. 그런 점에서 히틀러와 스탈린은 이란성 썽둥이나 마찬가지였다. -322쪽

실패한 나라들은 폐쇄성과 외부에 대한 단절, 억압이란 공통점이 있다. 집단 논리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 나치스 독일과 소련, 북한이 바로 그런 사례다. 경제적 자유가 없어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체제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감시와 억압 없이는 오래 존속할 수도 없다. -358쪽

by 해피의서재 2018. 12. 25.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