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시간

저자
강신주 지음
출판사
사계절 | 2011-02-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아파도 당당하게, 두려움 없이!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철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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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는 순간이 또 다가왔다.

들뜨기는커녕 되려 괜히 공허해지는 마음을 달래고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의 69페이지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인문학은 주어진 현실과 인간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꿈꾸려는 학문이다.

 

인문학이 그토록 강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는 왜 살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또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보다 명징하고 가치있는 삶이 될 수 있으며, 우리가 사는 이 사회도 보다 인간적이고 자유로운 곳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문학 그 자체 못지 않게 인문학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도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책의 초반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참된 인문 정신과 거짓 인문 정신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좋든싫든 현실에 안주하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따질 것 없이 그저 순종하는 나약한 삶을 살게 만드는 것이 거짓 인문 정신이라면,

참된 인문 정신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 치유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 한다.

전자가 위로를 앞세운 도피에의 권유라면, 후자는 문제의 근원과 정정당당하게 맞설 힘을 부여하는 에너지원인 셈이다. 

그래서 결국, 진정한 인문학자란 '아이 같은 눈으로' 인간과 사회의 진면목을 투명하게 꿰뚫어보며,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은 이 책 곳곳에 선명하게 투영되어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개인으로서의 '나'에 대한 성찰에 대한 글들이고, 2부는 다른 이와의 관계에 대하여 다루고 있으며, 3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다양한 철학자들의 글과 사상을 소개하는 가운데, 나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로 대략 아래의 4가지를 꼽아 보았다.

 

현실직시

주체성

자유와 책임

공존

 

"우리의 인생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총체"(p.47)라는 구절에서는 불안한 미래에 현재를 저당잡힌 채 살지 말고 오직 지금을 역동적으로 살라는 메시지를 접했다.

 

동학의 '인내천' 사상과 맹자의 '진인사대천명'에서는 '초월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김으로서 자기의 위기를 미봉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성찰과 노력으로 그 위기를 정면돌파하려 하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상에 대한 촉구를 보았다.

 

칸트의 도덕 철학에서는 인간 자체의 존엄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존재를 목적이라 하며, 나 자신도 다른 사람도 모두 수단이 아닌 하나의 '목적'으로서 각자의 자유를 누리고 또 그 자유를 서로 보장해 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마투라나의 '관찰자주의'를 읽을 때는 "역사 속에는 거짓된 세계와 진짜 세계라는 종교적이고 허위적인 이분법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역사는 낡은 세계와 새로운 세계라는 역동적 생성과 창조만이 숨쉬는 곳이기 때문이다"(p.97)라는 이 문장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공존하라는 가르침을 얻었다.

 

책의 3부에서 이어지는 사회에 대한 성찰들은 이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여러 부분을 고찰하고 비판한다.

자본과 권력, 편가르기, '생계와 생존만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된' 세태, 소비사회의 명암, 현대 사회와 종교, 대의민주주의, 진보주의 등.

이 다양하고 광범위한 이야기들을 통해 결국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위의 네 가지 단어로 압축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을 다시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면 대략 이렇게 귀결되지 않을까.

 

"마음을 열고 사람을 존중하며, 현실에 발붙이고 매 순간 당당하게 자기 자신의 주인으로 살아라."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세상을 더 이롭고 인간적인 곳으로 만들어 가는 주체이자 원동력이라는 것이,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이 인간과 세상에 품는 낙관론일 것이다.

 

앞으로도 삶과 인생, 사랑, 그리고 현대사회에 대한 통찰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이 책을 다시 찾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견하게 된다.

아울러 이 책의 말미에는 책에 인용된 참고도서들의 목록과 그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도 실려 있으니

더 많은 책을 접하고 싶을 때 이를 참고하면 더욱 좋을 성 싶다.

 

by 해피의서재 2013. 1. 1.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