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책을 사러 서점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서점에 책을 주문하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그러고보니 이젠 동네 서점도 많이 사라지고 없다. 차비를 들여 시내로 나가 대형서점에 들어서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기 힘들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서점들 중 한 곳이 우리 동네에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아마도 생각날 때마다 찾지 않을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운 좋게도 들어선' 서점에 마음을 빼앗기는 상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유럽의 명문 서점

저자
라이너 모리츠 지음
출판사
프로네시스 | 2011-05-16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고객을 유혹하는 유럽의 서점을 만나다!오래된 서가에서 책의 미래...
가격비교

 

페이지 전체를 가득 메운 아름다운 컬러 사진들 속에 담긴 유럽의 스무 서점들은 하나같이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다.

 

개인 맞춤 서가를 제공하는 런던의 헤이우드 힐,

지금도 기차가 다니는 고가 철로 아래 자리를 잡은 베를린의 사비니 광장 아치 서점,

나라별로 그 나라에 해당되는 다양한 주제를 모아 전시한 바르셀로나의 알타이어,

수제본 작품 전시회를 정기 개최하는 파리의 오귀스트 블레조 고서점,

연 100회에 달하는 작가와의 대화와 토론 행사를 연다는 브뤼셀의 트로피슴,

'요란하지 않으면서 섬세한 다양성'을 갖췄다고 저자가 평한 취리히의 베어 서점,

교회 건물 안에 자리한 장중한 인테리어의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의 셀레시즈 도미니크,

아날로그적 감성을 간직한 빈의 부르크페어락 고서점,

모던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미술 전문 서점 로마의 부카바,

거침없는 파격도 불사하는 독창적인 도서 분류와 진열을 선보이는 베른의 슈타우파허,

진정성을 중시하는 함부르크의 펠릭스 유트 서점,

리넨 쇼핑백으로 유명세를 탄 '독립서점의 아름다운 전형'(p.180) 런던의 던트 서점,

시대의 대세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서를 엄선하는 프라이부르크의 춤 베츠슈타인,

장중한 고딕풍 건물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의 포르투 렐루 서점,

내부의 적절한 공간 배분이 돋보이는 뉘른베르크의 탈리아-캄페 북하우스,

'유럽 대륙 최초의 영어서점'이라는 파리의 갈리냐니 서점,

예배당에서 곡식창고로, 무기고로, 변전소로, 그리고 서점으로 파란만장한 변천사를 거친 마르바흐의 아이그너 서점,

'신간이든 고서든 모든 책은 수명이 길어야 한다'고 말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는 슈타데의 프리드리히 샤움부르크,

널찍한 쇼윈도 너머에 꾸밈없는 자유로움을 간직한 토리노의 라 카사 델 리브로.

 

이 책의 번역가는 책 말미에 이런 글을 남겼다.

 

명문 서점의 공통된 특징은 전통과 변화, 역사의 두께와 혁신적인 경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 이 서점들은 '...서점에 미래는 있는가?' 라는 물음 앞에 '그렇다.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고 분명한 미래가 있다'라고 대답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서점 운영을 위해서 필수적인 다양성에 각 서점만의 독자성, 전문성을 곁들인다'라는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 이 모든 의미가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한마디에 담겨 있다.  - p.312~313

 

개인적으로 이 책을 가장 잘 요약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by 해피의서재 2013. 1. 1.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