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소통하고, 우리 주변에 명멸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연대해야 한다.

by 해피의서재 2023. 11. 16. 20:00

풍요중독사회 / 김태형 / 한겨레출판 / 2020


2020년에 출간된 이 책의 저자는 10여 년 전 저술한 <불안증폭사회>를 비롯해 <자살 공화국>, <트라우마 한국사회>, <싸우는 심리학> 등의 저서를 통해 한국사회에 적체된 각종 병리가 어떻게 한국인의 삶을 황폐화시키는지 고찰하고 분석해 왔다.

극도로 세분화되고 하층으로 쉽게 추락하기 쉬운 위계 질서에 갇혀, 개개인이 모두 파편화된 채 남에게 짓밟히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돈과 지위에 집착하고 정신적 여유와 기본적 사회성까지 상실하고 있는 현 시대의 한국인들. 20세기 말 이후 몰아닥친, ‘신자유주의’로 불리는 강자독식형 정글자본주의의 정신적 인질이 되어 능력주의로 포장된 자기착취 가스라이팅에 빠진 채 자기혐오와 약자혐오 속에서 ‘사회적 생존을 위해 영원히 지속해야 하는 불안한 고지전’을 치르며 자신의 우위를 끊임없이 확인받고자 하는 정신병리에 갇혀 있는 것이 바로 현재 시점의 한국인들이라고 저자는 진단하고 있다. 그나마 1980년대 이전까진 적어도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끼리는 서로 돕고 다독이고 소통하며 지냈으니 정 힘들어지면 도와 주는 이들이 있을 거란 최소한의 심리적 안정감이라도 있었으나 이젠 그마저도 없이 모두가 적이자 경쟁자일 뿐인, 소득수준과 보유 자산에 따라 세밀하게 위계가 쪼개지고 그 위계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권리와 대우의 차이가 너무나 커져 버린 사회에서 자기계발이란 이름의 자기학대와 남보다 뒤처져선 안되고 반드시 우위에 서야 한단 강박에서 유래된 나르시시즘 및 자기과시, 갑질이 횡행하는 것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불리는 데 집착하며 SNS에 명품 구입 인증 사진 등 과시성 포스팅을 올리는 세태,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악용하여 범죄를 자행하는 사람들의 끝없는 출몰, 사는 집의 규모에 따라 어린이들이 서로 멸칭을 부르며 따돌리는 작태, 타인에 대한 우월감을 확인받는 데 집착하는 자들의 터무니없는 갑질에 홀로 고통받다가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속출하는 것 또한 근본적 원인이 여기에 있다.

저자는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로 기본소득 제도의 도입과 정착을 제시한다. 기본소득 지급을 통해 개인의 생존불안을 획기적으로 경감시키는 것만으로도 소모적인 생존경쟁에서 벗어나 좀더 각자의 적성에 맞는 자유롭고 생산적인 활동에 나서도록 유도할 수 있고 이웃간의 동질감을 회복시켜 사회공동체의 복원도 가능할 것이며 덩달아 사회 신뢰도도 올라가니 저신뢰 사회에서 사기 등을 피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온갖 시간과 금전적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이자, 한 국가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관되는 사안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서로를 경계하고 물어뜯고 최후의 1인만 남을 때까지 사생결단을 내도록 강요하는 정글사회는 종국엔 지력을 다한 농경지처럼 아무도 살 수 없는 폐허로 남을 것이 자명하다. 한국전쟁이 남긴 오랜 트라우마 때문에 쉽진 않겠지만, 이제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상상하고 실현해야 할 때가 왔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by 해피의서재 2023. 10. 9. 11:23

그 개가 그토록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이유

위 링크에 있는 글은 2019년에 썼던 것이다. 나 역시 이 강아지의 SNS 계정을 알고 있었고, 항상 밝고 사랑스러우며 낯가림 없이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모습을 무척 흐뭇하게 바라보며 좋아했었다. 책을 읽게 된 것도 SNS로 출간 소식을 접한 덕에 가능했다. 자연스럽고도 귀여운 강아지 사진과 개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글들을 좋게 평했었다.

강아지는 작년에 희귀병을 얻어 투병생활을 하다 올 5월에 8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진짜 문제는 그 후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급기야 TV 방송국이 취재에 나설 정도로 커져 버린 의혹들과 쏟아지는 충격적인 폭로들.
어느 날 문득 SNS 유명세를 타면서 얻게 된 대중의 사랑을 세상의 다른 모든 동물들에게 나눠 주겠다며 기부를 위해 진행했던 굿즈 판매, 그게 결국은 동물을 앞세워 자신의 인정욕과 경제적 사익을 채우려는 한 개인의 이기적 행각에 불과했던 것인가.

저 글을 지워 버려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그러나 이 또한 하나의 기록이며 어떤 사건에 대한 하나의 증거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여 그대로 남겨 두기로 했다. 다만 이 글을 해당 포스팅에도 링크하여 경계로 삼고자 한다. 마치 도핑 전력이 있는 운동선수의 이름에 * 표시를 두는 것처럼.

이제 앞으로 누가 기부니 후원이니 하는 것에 기꺼이 나설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선의를 악용한 자들이 얼마나 많았을 것이며 그렇게 상처받고 세상에 대한 선의를 버린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나는 이번에 또 한 번의 거대한 배신을 목격했다. 그리고 이전부터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 그 어떤 것도 믿을 수도 정을 줄 수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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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의서재 2023. 7.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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