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이슬람 세계를 대표하는 학자 이븐 할둔은 그의 역작 <역사서설>에서 국가와 권력의 흥망성쇠에 대해 이와 같이 논한 바 있다.

<노마드> (앤서니 새틴/ 까치/ 2024) 181쪽
위의 책, 277쪽

Memento Mori.

영원한 번영은 없다.

by 해피의서재 2024. 9. 15. 13:13

삶을 견디는 기쁨 / 헤르만 헤세 / 문예춘추사 / 2024


김훈의 <칼의 노래>는 ‘절망으로 절망을 돌파하는’ 한 인간의 고뇌에 찬 내면을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여러 모로 그 책을 닮았다. 양차 세계대전으로 모든 것이 피폐해진 20세기 한복판을 살아낸 헤세는 삶과 죽음, 행복과 우울, 희망과 절망, 그리고 인간문명의 존재가치에 대한 온갖 복잡한 상념들을 가감없이 이 책에 적어 내려갔다. 산문과 시, 기행문과 투병일기, 우화같은 짧은 이야기(한 도시의 흥망성쇠, 불꽃놀이 이야기 등), 형식과 소재를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펜 가는 대로 써내려간 글들의 모음.

자신의 우울을 토로하고, 죽음을 태연하게 입에 올리고, 자살이 왜 무조건 나쁘단 거냐는 발칙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돈과 쇠와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현대 문명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투의 냉소적인 일갈도 있다. 그러나 결국 헤세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 실존에 대한 긍정이다. 개인의 요동치는 내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 그것이 어떤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감정일지언정 무작정 피하지 말고 직시하자는 것, 돈도 안되고 아무 실질적 가치가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예술과 자연은 존재 그 자체로 가치가 넘치며 인간을 인간으로 남게 하는 귀한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닫자는 것. ‘절망은 진정으로 무언가를 간절히 열망하고 추구한 결과’라는 헤세의 정의에 설득력이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리라.

손 안에 들어오는 사이즈에 미니멀한 북디자인, 책 곳곳에 들어 있는 헤세의 그림들 등 얼핏 ‘힙스터픽’스런 느낌을 주는 책이지만, 글의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다. 삶과 죽음, 세상의 모순과 그에서 오는 절망에 대해 깊은 고뇌를 느껴본 이들에게 더 와닿을 책으로 보인다. 절망의 언어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이에게 더 울림이 클 책.

67쪽
81쪽
101쪽
104쪽
165쪽
167쪽
232쪽
236쪽
266쪽
292쪽
299쪽
by 해피의서재 2024. 9. 15. 07:55

다시, 역사의 쓸모 / 최태성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4


<역사의 쓸모>(2019)의 후속작이 5년만에 세상에 나왔다. 한국사를 넘어 제1차 세계대전 발발, 프랑스 혁명과 <레 미제라블>, 유럽의 대항해시대 등 세계사 이야기까지 다루는 한층 더 커진 스케일로 독자들 곁에 돌아왔다.

조근조근 말을 거는 듯한 대화체의 글은 쉽게 읽혔고 완독까지 채 한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책에 대한 인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요즘같이 모든 가치가 퇴색하고 선악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듯한 혼란의 시대에, 더욱 필히 곁에 두어야 할 책이라 하면 될 듯하다.

흔들리거나 흐트러지지 않고 바른 길, 옳은 길, 선한 길, 이타적인 길을 가야 하는 이유를 새삼 발견하며 마음을 다잡게 하는 책이다.

시종일관 인간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묻어나는 이 책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랑, 선(善), 시대에 안주하지 않는 상상력이다. 당장은 이 가치들이 무력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사회를 이끌고 역사를 써나가고 세상을 바꾸어 내는 가장 큰 위력을 가지고 있음을 이 책은 곳곳에서 역설하고 있다.

세상은 매 순간 묵묵히 자기 앞의 삶을 감당하며 시대를 넘어선 상상력과 일상 속 작은 행동들로 양심과 인간애를 지킨 수많은 이들의 움직임으로 굴러왔으며, 그렇기에 언젠가 모든 것은 반드시 바른 길, 진보의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따뜻한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가 역사라는 증거를 앞세워 독자의 눈앞에 선연히 다가온다.

아름다운 사랑의 꿈을 꾸는 이가 있는 한,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천천히, 묵묵히, 그러나 반드시.

30쪽
100쪽
109쪽
119쪽
174쪽
176쪽
179쪽
194쪽
205쪽
217쪽
219쪽
228쪽
252쪽
253쪽


by 해피의서재 2024. 9. 1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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