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김성우, 엄기호 / 따비 / 2020

사회학자 엄기호(대표작: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등)와 언어학자 김성우(대표작: <단단한 영어 공부>, <어머니와 나> 등)가 우리 사회의 문화 리터러시에 대해 나눈 대화를 정리한 대담집.

현재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세대/계층 간 언어-문화의 괴리와 소통 부재의 문제가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 왜 사람들이 보고 읽는 것은 많아지면서도 맥락을 파악하고 깊이 있게 쓰는 능력은 떨어져 가는 건지, 그렇게 떨어진 사회 전체의 문화 리터러시가 사회 통합과 민주주의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이 문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담겨 있다.

다소 학술적인 성격의 책이라 가볍게 읽기엔 좀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좀 어렵더라도 여러 사람이 모여 일종의 독서회를 조직해 함께 공부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미디어, 교육, 사회학, 정책 입안 관련 종사자들이 이 책을 읽고 토론할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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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결혼을 성립시키고 관계를 단절하며 법안을 통과 시키고 사랑을 공표하며 전쟁을 시작한다. 혐오 발언은 비합리적 증오의 행위이며 고맙다는 말은 감사의 실천이다. ‘그저 말일 뿐인 말’ 따위는 없는 것이다.”(10쪽)

“개인이 음식을 섭취하여 몸을 만들어 가듯, 우리가 접하는 매체는 사고와 정서의 뼈대를 만든다. 그렇기에 이 시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세계를 인식하고 지식을 구성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관계 맺기의 양상을 구성하는 방식의 거대한 변화다. 읽고 쓰기의 풍경 또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문해력의 추락에 대한 우려가 커져 간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도도한 흐름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항해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듯하다.”(12쪽)

“자신의 삶과 유리된 글은 누구도 쉽게 읽을 수가 없거든요. 제게 법학자가 쓴 논문을 주고 읽으라고 하면 굉장히 힘들어 할 것이고 못 읽어내는 부분도 많을 거예요. 텍스트라는 것이 객관적이고 공평한 난이도를 갖고 있고 훈련을 받으면 모두가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삶과 권력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거죠. 어떤 텍스트로 평가를 하느냐는 권력의 문제예요.”(47쪽)

“리터러시를 아는 것 자체가 삶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삶의 리터러시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삶의 리터러시, 즉 삶을 읽어내는 리터러시는 완전히 무시되는 거죠. 권력화된 방식의 리터러시에서는 반대로 권력자들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을 문해력이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리터러시는 백성을 계몽하고 민주주의를 운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문화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권력을 공고히 하고 백성들을 배제하는 방식이 됩니다.”(50쪽)

“나는 리터러시란 응답할 줄 아는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담에서 우리가 정리한 것처럼, 바벨탑 쌓기가 아니라 다리 놓기로서의 리터러시란 홀로 표현하고 선포하는 것을 넘어 응답할 줄 아는 역량이다. 응답과 응답이 끊이지 않고 순환함으로써 서로 배움을 부추기고 발생하게 하는 것, 이게 새로운 배움의 방법론이자 조사연구의 방법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292쪽)

by 해피의서재 2020. 11. 9.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