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 늑대를 구한 개

저자 : 스티븐 울프

출판사 : 처음북스

출판연도 : 2014

 

한 중년 남자의 좌절과 재기를 담담하게 적은 이 수기의 제목이 왜 늑대를 구한 개가 되었냐 하면

이 수기의 내용이울프라는 성씨를 가진 한 남자가 한 마리의 개를 통해 새 삶을 되찾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개의 이름은 혜성이라는 뜻의 카밋’.

그레이하운드 종으로, 원래 경주견으로 태어나고 길러졌다가 중도에 도태된 친구다.

 

개와 만나기 전 울프 씨의 사정도 이 개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건실하게 잘 살던 이 미국인 변호사는

그동안 앓던 허리 상태가 어느 날 순식간에 크게 악화되면서 일어나 걷는 것조차 버거운 지경이 되고,이 때문에 결국 직장마저 잃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깊은 절망에 빠져 있던 그는 어느 날 거리에서 웬 우아하고 당당한 자태의 그레이하운드 한 마리를

목격한 뒤 그와 같은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경주견 시장에서 도태된 그레이하운드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를 통해 카밋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허리 통증으로 인해 운신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한 울프 씨를 위해

카밋은 금세 문고리에 걸린 긴 끈을 물어 당겨서 문을 여는 법을 익히고,

울프 씨의 휠체어를 직접 끌고 공항을 누비기도 하며,

나중에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견 품종이라는 한계를 넘어

본격적인 장애미 도우미견으로 인정도 받는다.

 

울프 씨가 카밋을 키우는 건지 카밋이 울프 씨의 시중을 드는 건지

알쏭달쏭해 보이기까지 한 이 두 동물(어쨌든 인간도 동물이므로)의 동거는

울프 씨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던 모양이다.

우울하고 끔찍한 과거를 지나 왔음에도 기꺼이 사람을 따르고

우아함과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이 의젓한 개를 지켜보면서

울프 씨는 지난날의 자신의 삶과, 더 나아가 인생이란 것의 의미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 생각들을 모아 정리한 글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책 속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울프 씨가 카밋을 보며 쓴 글이다.

 

카밋을 보면서 배운 사실이 하나 있었다. 때론 의연하게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버려야 한다는 거다. 그날 그날 새롭게 찾아오는 일들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 삶에선 원래 자기가 선택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목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실패가 아니다. 그것이 인생이다.”

 

이 책의 주제는 이 한 문단으로 요약이 가능할 것 같다.

울프 씨는 이 문단대로 카밋과 함께 자신의 변화된 모습과 새로운 나날들을 온전히 긍정하고 받아들이며 견뎠다.

카밋이 천수를 다하고 세상을 떠난 후에도 울프 씨는 카밋이 남겨 준 그 가르침을

삶의 위로이자 힘으로 삼으며 또 꿋꿋이 살아가고 있을 터이다.

.

그리고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by 해피의서재 2017. 12. 3. 10:45


나의 아름다운 비행

저자
신지수 지음
출판사
책으로여는세상 | 2011-10-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대한항공 A330 조종사가 3만 피트 하늘 위에서 들려주는 짜릿...
가격비교

 

  최근들어 비행기와 조종사에 관한 이야기에 부쩍 관심이 생겼다. 여행과 일탈을 향한 열망 탓일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늘 떨치기 힘들기에, 그 열망을 해소하기 위해 ‘여행’그것도 ‘먼 여행’의 상징인 비행기와 공항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비행기에 관한 책도 몇 권 구해 읽었다. 물론 전문적인 책은 아니고, 일반 대중을 상대로 비행기와 항공 종사자에 대해 이야기한 책들이다. 항공에 관심 많은 젊은 네티즌들이 블로그에 올린 글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발견하게 된 책 중의 한 권이 바로 이 ‘나의 아름다운 비행’이었다.


  책은 한 민항기 조종사가 비행 생활 중에 겪은 에피소드를 적은 9편의 에세이를 엮은 것이다. 각각 ‘눈(Snow)’ ‘기억’ ‘타깃’ ‘뺑뺑이’ ‘사냥’ ‘배달’ ‘위기’ ‘고통’ ‘어머니 대자연’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눈 오는 날의 이륙 준비(눈), 훈련생 시절 조종사 자격 심사비행을 하던 때의 기억(타깃), 악천후 속의 어려운 착륙(뺑뺑이), 화물기 운항에 얽힌 에피소드(배달), 조종석에서 갑자기 찾아온 극심한 고통 속에서 한때 잃었던 초심을 떠올린 이야기(고통) 등 조종사로 살면서 보고 겪어 온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그리고 생동감 있게 글 속에 풀어냈다.

 
  저자는 2013년 기준으로 입사 16년차를 맞이한 대한항공 소속 기장이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조종사를 꿈꾸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대학도 비행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경영학과로 진학했고, 역시 비행기와 관련 없는 육군으로 병역을 마쳤다. 모 대기업의 사무직 직원으로 취직도 했다. 그런 그가 27세 때 자신이 있던 곳을 과감히 뛰쳐나와 대한항공 직영 제주비행훈련원(현재는 폐지되었다고 한다)으로 들어간다. 이제까지 다른 이(특히 가족)들이 지정해 준 길을 벗어나, 정말로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자신이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아 나서기로 결심하고 그 결심을 실천에 옮긴 것이었고, 그 길이 바로 비행기 조종사라는 직업이었던 것이다. 이후 긴 훈련 기간을 거쳐 그는 30세가 되던 해 대한항공의 정식 부기장이 되었고, 현재 에어버스 A330이라는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장이 되어 세계의 하늘을 날고 있다.


  ‘비행은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고 그는 책에서 고백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가 비행을 통해 진정한 자신과 삶의 의미, 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끊임없이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행기의 모험(비행)과 귀환(착륙)에서 ‘우린 결국 원래의 나로 돌아가기 위한 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타깃’편이라든가,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과 그의 피조물이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자연의 위대함과 자비 앞에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어머니 대자연’편이 그 좋은 예라 할 것이다.


  보통 민간 제트 여객기의 순항 고도가 3만 9천 피트 대인데, 이 정도 높이의 상공에선 산소는 희박하고 기압도 매우 낮으며 기온은 영하 50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이 척박하기 짝이 없는 높은 하늘 위에서, 조종사들은 이 거대한 하늘에 비하면 더없이 자그마한 일엽편주 같은 비행기를 이끌고 고독한 비행을 하는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에 매년 건강검진과 엄격한 조종능력 심사를 거쳐야 하며, 끊임없이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때로는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며, 갑자기 비행기를 ‘사냥’하는 자들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개중에는 정말 목숨을 잃은 조종사들도 있다. 그들을 위한 글도 이 책에 실려 있다. ‘앞서 간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기억’편의 마지막 문장이나, ‘인간은 비행기를 사냥해선 안 된다. 죽이기 위한 사냥은 더욱 용서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사냥’편을 읽으면서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
(부연하자면 ‘기억’편은 1999년에 중국에서 일어났던 화물기 사고를, ‘사냥’편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또다른 피랍기로 오인받았던 한 비행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렇듯 조종사의 삶과 애환, 그리고 4만 피트 상공의 하늘이 말해준 가르침들을 항공 전문 지식들과 버무려 감성적인 필치로 써내려간 저자는 책의 가장 마지막 에피소드인 ‘어머니 대자연’ 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내 비행기를 너무나 사랑하고, 내 동료들을 절대 믿으며, 내 승객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존경한다.’

 

  그 마음을 잃지 않는 한, 그의 비행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늘 아름다울 것이다.

 

<Remarks>

비행의 의미는 ‘나를 찾는 것’이었으며 착륙은 ‘나에게, 원래의 내 모습으로, 바로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나의 타깃은 거울에 비친 내 솔직한 모습이었으며, 나를 찾을 수 있다면 언제든 다시 아름다운 세상을 찾아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76쪽)

비행은 늘 마지막에 낮은 곳을 조준한다. 미래와 정상보다는 과거와 집을 지향한다. 이미 높은 곳을 마음껏 날은 비행기는 집으로 그리고 원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것을 꿈과 모험의 피날레로 여긴다. (79쪽)
나는 내 삶을 살기 위해 안간힘 써 왔지만 그것은 사실 내 삶을 부정하는 일이었다. 내 가족과 함께 사는 내 모습이, 내 동료와 내 친구와 함께 사는 내 모습이, 그리고 내 자연 속에 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 사는 내 모습이 내 삶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228쪽)
고통은 나쁜 것이 아니다. 나에게 외치는 나의 울림이다. 집 떠난 내 영혼이 그 소리를 듣고 나에게로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229쪽)
모든 개체는 자연 앞에서 동등하다. ‘날개 달린 기계’역시 내 형제요, 내 친구다. 결국 당신과 다르지 않은 존재다. 알고 보면 세상에 특별한 것은 없다. (257쪽)


by 해피의서재 2013. 9. 21. 09:51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2010


죽음을 목전에 둔 한 노교수가 있다. 춤추기를 좋아했으나 루게릭병으로 몸이 점점 굳어가 이제 춤은 고사하고 혼자 힘으로 화장실에 가기조차 불가능해져 간다. 무력한 육신에 갇힌 채 죽어가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노교수는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죽음을 가치있는 일로 승화시키’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의 죽음을 생의 마지막 연구 프로젝트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제자가 있다. 피아노 연주가가 꿈이었으나 결국 하루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가는 스포츠 언론의 현장으로 뛰어든다. 무엇을 위해 왜 뛰는지도 모르는 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득바득 살아간다. 일과 소비가 전부인 삶을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어느 날 TV방송에서 옛 은사의 인터뷰를 보고 그대로 굳어 버린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이 교수와 제자가 14번의 화요일마다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교수의 이름은 모리 슈워츠, 제자의 이름은 미치 앨봄이다. 책은 죽음을 앞둔 모리와 그를 화요일마다 찾아오는 미치의 대화 사이에 미치의 대학 시절 기억들을 교차시키는데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교차편집을 보는 듯한 효과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사제의 이야기가 오랜 시간을 넘나들며 한데 연결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모리와 미치가 나누는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세상, 자기 연민, 후회, 죽음, 가족, 감정, 나이듦, 돈, 사랑, 결혼, 문화, 용서, 의미있는 삶 등.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주제들이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어린 시절 모피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모리는 ‘다른 사람을 착취하고 다른 사람의 땀으로 돈을 벌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결국 교수의 길을 택한다. 이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모리의 가르침은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미치에게 들려주는 말들 하나하나가 삶에 대한 위로이자 새겨야 할 교훈인데, 몇 가지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 문화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네. 우린 거짓된 진리를 가르치고 있어. 그러니 스스로 제대로 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그걸 굳이 따르려고 애쓰지 말게. 그것보다는 자신만의 문화를 창조해야 해."

"인생은 밀고 당김의 연속. 그래서 마음을 상하면서도 상처받지 않아야 하는 삶. 그리고 그 속에서 이기는 건 언제나 사랑이며, 사랑이야말로 유일하게 이성적인 행동이다."


"살아가면서 현재 자신의 인생에 무엇이 좋고 진실하며 아름다운지를 발견해야 해. 뒤돌아보면 경쟁심만 생기지."


"의미있는 삶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를 둘러싼 지역 사회에, 그리고 자기에게 목적과 의미를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자신을 바치는 데 있다. 거기엔 돈 따위가 끼어들 틈이 없다."


"연민을 가지고 서로에게 책임감을 느낀다면 세상은 훨씬 좋을 곳이 될 것이다.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할 것이다."


"인간관계에는 일정한 공식이 없다. 양쪽 모두가 공간을 넉넉히 가지면서 넘치는 사랑으로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다. 자기 상황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상황에도 마음을 쓸 때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다."


"더 마음을 열고, 광고로 인해 만들어진 헛된 가치에 유혹되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이 말할 때는 생애 마지막 이야기인 양 관심을 기울여라. 그리고... 인생에서 '너무 늦은 일' 따윈 없다.."



미치는 화요일마다 모리를 찾을 즈음, 일하던 신문사가 파업을 하면서 일손을 놓은 상태였다. 일중독자처럼 살아왔던 미치에게 ‘일이 없고’ ‘자기를 찾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 닥친 셈인데 이때 미치는 심적으로 무척 혼란스러워한다. ‘나 없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는 사실에 경악해 버렸다’는 문장이 이를 대변한다. 그런 미치에게 모리의 말들은 마음의 위안이자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본다.


미치가 속한 스포츠 언론계는 자극적인 상업문화가 넘실거리는 곳이다. 치열한 경쟁이 상존하고, 조금이라도 밀리면 나가떨어지는 살벌한 곳이다. 인생의 참된 의미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이 공간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죽음이 임박할 때까지도 주택, 차, 생필품 등만 생각하며 끊임없이 소비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한발 뒤로 물러서서 삶을 관조하며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건지 돌아보는 습관을 갖지 못하게 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방송국에서 모리를 찾아와 3번에 걸쳐 인터뷰를 한 것(첫번째 인터뷰 덕에 미치는 모리를 찾게 되었다), 이 책이 출간된 후에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 것은 바로 삶을 담담히 관조하고 삶의 의미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아무리 건강했던 사람도 결국은 죽는다. 살아서 부유하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어떤 화려한 삶을 누렸어도 죽고 나면 한 줌의 재와 제 이름이 새겨진 묘비 하나만이 남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오늘도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더 많이 가지려 하고 그래서 의미없는 크고작은 싸움을 벌이는가.


누군가가 말했다. ‘이 짧은 세상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헛된 가치에 유혹되지 말고 나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에 충실하며 사는 것, 그리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에, 내가 보고 또 누리고 있는 이 자연에 감사하며 그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죽음 앞에 내 삶이 당당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by 해피의서재 2011. 12. 2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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