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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에 해당되는 글 2건
- 2026.06.27 소박한 옛 물건 앞, 소박한 소감을 마주하며 돌아보게 되는 것들
- 2026.06.27 그럼에도 살아라. 그리고 사랑하라
유물멍 :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들 / 국립중앙박물관 / 더베이스 / 2026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에 수장중인 유물들을 관람한 시민들, 이 유물들을 전시하고 관리하는 직원들, 그리고 이 유물들을 박물관에 내놓은 기증자들이 각 유물들에 대한 감상 또는 사연을 적어낸 짧은 글들을 사진과 함께 엮은 책이다.
작고 소박한 연적이나 그릇 같은 생활용품부터 질박하면서도 품격있는 목가구와 도자기 및 공예품들은 물론,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같은 유명한 옛 그림들에 심지어 명성황후 어보와 철인왕후 옥책 그리고 데니 태극기 같은 거대한 역사를 품은 유물들까지 망라되어 있다.
옛 물건들에서 각자의 소중했던 시간들과 인연들, 살아온 삶과 살아갈 삶에 대한 사유를 길어올린 짧은 글들을 보며 이렇게 깊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하며 놀라게 되기도 한다. 아울러 세상과 역사 앞에 스스로의 작고 보잘것없음을 깨달으며 겸허해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조용히 소박하게 살아내는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며 살아갈 용기를 내기도 한다.
때때로 아무 페이지나 부담없이 펴들고 유물 사진과 그 옆의 짧은 글을 보며 마음을 내려놓기 좋은 힐링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그럼에도 살아라. 그리고 사랑하라 (0) | 2026.06.27 |
|---|---|
| 당신의 도시는 지금 어떻습니까? (1) | 2026.05.10 |
| 무속의 사회학 (0) | 2026.04.26 |
|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0) | 2026.04.25 |
| 한 권으로 읽는 대중음악사 (0) | 2026.04.19 |
| 지역언론에서 “언론의 본질”을 읽다 (0) | 2026.04.18 |
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 / 김정아 / 샘터 / 2026
10년에 걸쳐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을 완역한 번역가가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는 번역 작업 뒷이야기.
처음 완역 작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부터 사무실이 ‘재활병원’이 될 정도로 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작업 과정에 대한 솔직한 토로, 그리고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네 작품의 내용과 등장인물들에 대한 분석과 역자 본인의 솔직한 개인 감상까지 쉽고 친근한 문체로 풀어냈다.
‘도 선생님’이라 부르며 그에 대한 덕심을 숨기지 않는 이 책의 작가가 보는 도스토옙스키는 ‘벼랑 끝에 선 위태로운 엔간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이해심을 가진 사람‘이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베풀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늘 경제난에 시달렸던 사람. 가난, 빚, 도박, 사형선고와 집행 직전의 극적인 감형, 유배생활, 자녀의 죽음 등 온갖 고통을 당하고도 오히려 그 가운데에서 삶의 고귀함과 찬란함을 길어올린 놀라운 영혼. 작품 속 인물들 하나하나에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입체성을 부여하며 인간의 본질을 심연 바닥까지 탐구했던 휴머니스트.
고되고 신산했던 삶에서 그가 질문하고 깨달은 것들이 그의 문학 속에 그대로 담겼다.
4대 장편은 각각 자신만의 색깔로 빛난다. 구원의 녹색(죄와 벌), 순수의 흰색(백치), 폭력의 적색(악령), 그리고 심연의 검정(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역자는 이 책들이 반드시 순서대로 읽혀야 한다고 주문한다. 실제 발표된 순서이기도 하지만 이 순서대로 읽어야 하나의 완전한 서사가 흐름대로 이어지고 완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죄와 벌),
순수한 영혼을 세상 사람들이 감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또다른 질문(백치),
그 순수한 영혼들이 실종된 세상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역설(악령),
그리고 빛과 그림자가 한데 모두 내재된 인간의 모순을 직시하고 그 자체를 끌어안으라는 전언(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오늘 우리는 그가 남긴 작품들을 읽으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되묻고, 때로는 추잡하고 혼미하지만 끝내 긍정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들의 삶에 대해 사색하게 된다.
뭐든 자신이 옳고 남이 틀렸다고 확신하며 우기는 시대, 철저히 이기적으로 사는 게 미덕처럼 변해 버린, 선악의 구분조차 무의미해지고 타인에 대한 혐오만이 득세하는 시대.
인간에 대한 연민을 품고 그 가장 깊은 심연까지 들여다보며 삶의 존엄함과 영혼의 진정한 구원을 이야기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이야말로 이런 숨막히는 세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과 공포에 떠는 영혼들에게 기대어 쉴 수 있는 피난처이자 위로 또는 구원이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사람을 함부로 쉽게 예단하고 혐오하는 세태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주는 열쇠 또한 그의 작품 속에 있지 않을까.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결국 이것이었다.
“삶은 곧 고통이고 인간은 약하고 불완전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고통을 견디고 직시하며 살아내는 인간은 그 자체로 존귀하다. 그러므로 살아라. 그리고 사랑하라.”


| 소박한 옛 물건 앞, 소박한 소감을 마주하며 돌아보게 되는 것들 (0) | 2026.0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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