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믿음 / 손영하 외 / 바다출판사 / 2025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절박한 소망을 품고, 때로는 스낵컬처 소비하듯 점집을 찾고 무당을 만난다. 어쩌면 고대 국가 태동기부터 한국인의 일상과 함께 해 왔던 무속. 그러나 어디에도 없는 듯 어디에든 뻗어 있는 무속에 대해 그동안 우리 사회와 정부는 지극히 무지하고 무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종교인지 그냥 서비스업인지 법적 정의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 회색지대의 모호성을 이용해 사기와 성범죄 등을 저지르고 정재계를 휘어잡아 농락하는 무속인의 범법 사례도 이미 뉴스에 차고넘치는 실정이다.


책은 세 명의 일선 기자가 무속에 대한 기획 심층취재를 진행하고 작성한 본격 르포다. 무속인의 가스라이팅에 걸려들어 몸도 마음도 삶도 온통 만신창이가 된 한 부부가 경찰의 도움으로 힘겹게 그 마수를 벗어난 사연으로 포문을 연다. 이어서 무속인 범죄의 연간 발생 현황과 유형, 적발과 처벌 실태를 밝히고, 무속인들이 활동하는 신당들이 주로 모여 있는 지역의 특징과 SNS시대 젊은 무속인들의 영업활동 패턴을 분석하며 한국 사회가 무속을 통해 무엇을 갈망하고 추구하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진실되게 영성을 추구하는 만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속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한 무속의 본질 보존과 무속 범죄 예방을 촉구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어쩌면 인류사에 있어 지금은 불확실성이 가장 큰 시기일 수 있다. (…) 진학, 취직, 승진, 사업 등 선택에 따른 책임을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복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있다. (…) 현대 사회는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개인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로 바뀌면서 불안이 커졌으며 (…) 승자 독식 사회에서는 누구나 패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170쪽)

  

결국 무속의 체급과 부작용을 키운 것은 개개인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지 못하고 모두를 무한의 각자도생 생존투쟁으로 내몬 사회안전망의 부재와 사법정의의 실종일지도 모른다. 바르고 일관되며 합리적인 국가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해내고 무속이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에 충실히 전념하는 분야로 남을 때 지금까지와 같이 무속에 의해 개인의 삶이 파괴되고 급기야 국가 단위 스캔들까지 터지는 일련의 사태를 비로소 근절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by 해피의서재 2026. 4. 26.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