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희망과 두려움 / 윌리엄 모리스 / 미술문화 / 2026


20세기 아르누보 미술, 바우하우스로 대표되는 현대 산업디자인 태동의 단초가 된 생활공예운동을 이끌었던 영국 ‘모던 디자인의 아버지’ 윌리엄 모리스(1834~1896)의 강연 원고를 모아 엮은 책.

19세기에 나온 책임에도 마치 최근 출판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

기계를 활용한 공산품 대량생산이 보편화되고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발달하며 신흥 자본가들이 대폭 증가하던 19세기 영국, 한켠에선 투박한 공산품들이 강과 대기를 오염시키며 공장에서 무미건조하게 찍혀나와 팔리고 한켠에선 떼부자가 된 주인의 부를 과시하듯 쓸데없이 사치스런 디자인의 건물과 인테리어 소품 그리고 생활용품들이 시민들의 눈을 어지럽히던 시공간.

집이고 건물이고 도시 경관이고 모든 것이 본연의 아름다움을 잃어가던 당대의 풍토를 모리스는 강도높게 비판하며 자연을 닮은 소박하고 정갈한 생활공예의 보편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예술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서도 모리스는 단호하게 ‘하루하루 일하며 세상을 지탱해 나가는 민중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행복으로서의 예술’을 이야기한다. 가치있는 것을 사람의 힘으로 직접 생각해서 만들어내는 노동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이자 행복의 완성이라고, 그 노동의 가치를 후려치지 말고 모든 생산직 노동자들의 수고와 작업물을 인정하라고. 이 점에서 모리스는 예술가를 넘어 사회운동가이자 노동운동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준다.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자연의 정갈함과 예술성을 잃어버리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 역시 황폐화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 모리스의 견해였다. 난해한 미술품들이 박제되듯 수장된 미술관에서 몇몇 부유한 식자들만 뜬구름 잡듯 예술을 논하는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자연과 도시, 일상생활 속에서 숨쉬듯 접하게 되는 생활용품과 건물들 사이에서 매 순간 대중이 자연스럽게 예술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 모리스의 주장은 오늘날까지도 생생한 생명력을 발하고 있다. 지금 현직에 있는 예술, 산업, 도시계획 관련 행정가들도 귀기울여 듣고 새겨야 할 정도로.

by 해피의서재 2026. 4. 25. 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