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교수의 민주주의 특강 / 손석춘 / 철수와영희 / 2024


정치, 역사, 철학을 넘나들고 관통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통찰을 돕는 종합 에센스 같은 책이 올해 초에 출간되었다.

민주주의를 단순히 그때그때 선거권을 행사하는 대의정치 제도 정도로 이해하고 있어서는 절대로 자신의 삶과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온전한 권리를 보장할 수 없으며, 늘 깨어서 세상에 대한 성찰과 공동체에 대한 의견 개진, 실질적인 행동을 쉬지 않는 것이 민주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메시지를 이 책은 일관되게 전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정치라는 단어의 올바른 의미부터 다시 상기시키고, 삶 속에서 마주하는 모든 이해관계와 권력관계가 곧 정치의 산물이자 대상이라는 것을 늘 인식할 것을 촉구한다.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한 결정권을 시민이 스스로 행사한다’는 민주주의의 태동과 발전 과정이 산업혁명과 대항해시대,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전, 초기자본주의 체제의 빈부격차 등 경제-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있음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니체 등 유명 학자들의 주요 사상들이 적극 인용되어 책의 근거를 이룬다.

책은 생각하고 일하고 성찰하며 공동체와 사회의 본모습을 직시하는 시민들이 다수가 되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이 건강하고 자유로운 인간 문명사회가 지속되는 조건임을 역설한다. 자신들의 권익 독점을 위해 이를 방해하는 대자본가 계층과 언론의 부역이 이 민주주의의 위기와 자본독재, 더 나아가 전쟁과 기후위기와 인간소외를 부추기고 있음을 호소하고, 이들에게 휘둘리느라 인간답게 살 권리를 망각하고 상실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위기를 성숙의 기회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자주 회자되는 이 시기에 일독을 권할 만한 책으로 보인다.

6쪽
14쪽
22쪽
30쪽
41쪽
42쪽
52쪽
59쪽
62쪽
63쪽
66쪽
69쪽
127쪽
128쪽
146쪽
163쪽
164쪽
171쪽
178쪽
182쪽
197쪽
211쪽
246쪽
253쪽
255쪽
by 해피의서재 2024. 11. 21. 11:52

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 돌베개 / 2011(초판), 2017(개정판)


2011년 초판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후 다시 2017년에 개정판이 출간된 유시민의 ‘국가학개론’.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입을 여는 이 책은 ‘힘으로 대내외 치안을 통제한다’에 방점을 둔 국가주의와 ‘국가 내부 거주자의 모든 자유를 보장한다’에 방점을 둔 자유주의 국가관을 먼저 설명한다. 뒤이어 ‘억압받는 자에게 국가 따윈 무의미하다’는 취지의 마르크스주의와 여기서 파생되는 국가에 대한 냉소주의에 대해서도 논한다. <월든>으로 유명한 조지 데이비스 소로의 ‘시민 불복종’에 대한 언급도 등장한다.

저자는 앞서 논한 여러 이론들을 바탕으로 하여 현대 국가와 정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점들을 피력한다. 수많은 분쟁과 유혈사태를 거치며 확립된 현대 국가의 의무사항을 현 대한민국 헌법을 읽어내려가며 설파하고, 무턱대고 신념만을 내세우며 무리하고 독선적인 행보를 보이기보다 정치행위의 결과를 중시하는 책임윤리를 견지할 것을 정치 지도자에게 요구한다. 이때 반면교사로 제시된 사례가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이다.

스스로를 ‘진보자유주의자’라 칭하는 저자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정치인과 시민들에게 ‘국가다운 국가 만들기’를 위해 다음을 요구한다. 정치인에게는 법을 제 도구처럼 휘두르지 말고 법이 명시한 권한 한도에서 책임있게 정치활동을 하며 정직하게 시민과 소통할 것을, 시민에게는 자기 자신은 물론 동료 시민에게도 동등한 존엄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시대에 늘 깨어 있으며 기꺼이 타인과 연대하여 행동할 것을 말이다.

by 해피의서재 2022. 12. 31. 21:13


드미트리 오를로프가 쓴 ​<붕괴의 다섯 단계>​(궁리, 2018)의 뒷표지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선명하게 요약해 보여 주고 있다.

시스템 자체의 붕괴도 문제지만 이 책이 가장 경계하는 붕괴는 바로 ‘신뢰의 붕괴’가 아닐까 한다.

기업을 믿을 수 없고, 정부를 믿을 수 없고, 이웃을 믿을 수 없고, 급기야는 인간이란 존재 자체를 믿을 수 없는, 만인이 만인을 상대로 싸우고 빼앗고 죽여야 간신히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의 세계만도 못한 세상으로 알게모르게 우리 모두 끌려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 모두를, 인류 모두를 이런 아비지옥으로 끌고 가는 원흉이 도대체 누구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도 그리 넉넉하게 남겨진 것 같지가 않다.

by 해피의서재 2019. 6. 21. 18:25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또 면상을 갈겨 주겠다고 한 번 마음먹으면 다른 해명을 찾으려 하지 않는 탓에 배울 것을 배우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재발을 방지하는 능력도 줄어든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지극히 단순한 해법에 갇히면 좀 더 복잡한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우리 힘을 적절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려면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기보다 시스템에 주목해야 할 때가 많다. -295쪽

​나쁜 사람을 찾아내면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거의 항상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이 문제일 때가 대부분이다.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누군가의 면상을 갈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315쪽

...... 이 글귀들은 모두 한 권의 책에서 나온 말들이다. 올해 3월에 김영사에서 출간된 올라 로슬링의 ​<팩트풀니스(Factfulness)>가 그 책이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리고 언론에서 말하는 만큼 극적이지 않으며 세상의 부조리를 바꾸는 것은 평범한 대중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올곧게 행동하고 성실하게 자기 책임을 다하는 삶들의 결집이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요즘같은 시기에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덕목인 것 같다.

by 해피의서재 2019. 6. 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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