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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해당되는 글 4건
- 2024.09.16 인생만큼 경이로운 것은 없다. 오직 글쓰기를 제외하고는. 7
- 2024.09.15 절망은 희망의 또다른 이름
- 2015.06.14 죽음의 한가운데서 인간을 생각하다 : 카뮈의 《페스트》
- 2013.07.15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오르한 파묵의 모든 것
제목으로 쓰인 문구는 튀르키예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대표작 <검은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세상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고 회자되는 이야기들. 소설책으로, 영화로, 드라마로, 실제 현실에 없지만 오직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현실의 대중들과 공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들의 상당수는 범죄와 사건, 추리와 추적으로 구성되곤 한다. 고전적인 추리소설부터 첩보물, 오컬트, 형사법정물 상업영화와 게임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SF나 역사물에도 미스터리 장르는 잘 어우러든다. 온세상이 미스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르주아 계층의 지적 유희와 오락으로 출발한 미스터리 문학은 왜 두고두고 이야기 콘텐츠들의 주요 작법으로 애용되는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탐닉할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서.
그것은 미스터리 문학이 필연적으로 품고 있는 속성 때문이 아닐까. 개인과 도시, 사회와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직시하고 사건의 근원을 향해 파고드는 그 속성이, 이해할 수 없는 심연같은 이세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스터리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는 파르마콘이 될 수 있다. 위험성을 알면서도 복용해야 하는 독이자 약, 바꾸어 말하자면 예방적 차원의 사회적 백신이다. 이러한 파르마콘의 역할은 장르문학이나 문화 콘텐츠를 포함하는 이야기 장르가 우리에게 무해하고 선한 것이기만을 기대하는 최근의 분위기를 배반한다. 오히려 만인이 만인에게 무해하고 갈등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무균실의 상상력을 벗어나기 위해서, 미스터리는 기꺼이 우리를 죽이지는 않는 가상적 병균이 되기를 자처해야 한다.” (본문 168쪽)
현대의 명탐정은 추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성과 논리의 힘에서 비롯되는 추리의 위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스터리가 다루어야 하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병리적 증상, 폭력적 일상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우선은 수많은 사연의 세계에 귀를 기울이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미스터리는 아름답고 현란한 글래스 어니언이다. 하지만 그것이 눈속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미스터리 장르는 바로 그러한 추리의 세계에 어울리는 내부의 진실까지도 예비하고 배치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시대 한국적 미스터리가 지향해야하는 그무엇이다. (본문 250쪽)
세상의 어둠을 직시하고 파헤치는 문학장르. 대중적 인기만큼 주어진 책임도 막중한 스토리텔러. 그에 대한 라이트한 안내서이자 비평서 한 권이 올 8월 시중에 나왔다. 문학과 영화/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다양한 픽션물 속에 반영된 현실 세계의 문제점들(가치관 혼란, 도처에 만연한 폭력, 공권력-사법불신, 가족주의, 확증편향, 사이코패스 범죄 등)에 대해 고찰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라 개인적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 박인성 지음 / 나비클럽 / 2024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습니까? (1) | 2024.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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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은 희망의 또다른 이름 (0) | 2024.09.15 |
여기, 역사라는 이름의 작은 호롱불을 밝히며 (1) | 2024.09.14 |
우리가 도서관을 지켜야 하는 이유 (1) | 2024.03.24 |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0) | 2024.03.23 |
처음 엮어진 책에 담긴 그 시대 사람의 마음 (0) | 2024.02.13 |
삶을 견디는 기쁨 / 헤르만 헤세 / 문예춘추사 / 2024
김훈의 <칼의 노래>는 ‘절망으로 절망을 돌파하는’ 한 인간의 고뇌에 찬 내면을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여러 모로 그 책을 닮았다. 양차 세계대전으로 모든 것이 피폐해진 20세기 한복판을 살아낸 헤세는 삶과 죽음, 행복과 우울, 희망과 절망, 그리고 인간문명의 존재가치에 대한 온갖 복잡한 상념들을 가감없이 이 책에 적어 내려갔다. 산문과 시, 기행문과 투병일기, 우화같은 짧은 이야기(한 도시의 흥망성쇠, 불꽃놀이 이야기 등), 형식과 소재를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펜 가는 대로 써내려간 글들의 모음.
자신의 우울을 토로하고, 죽음을 태연하게 입에 올리고, 자살이 왜 무조건 나쁘단 거냐는 발칙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돈과 쇠와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현대 문명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투의 냉소적인 일갈도 있다. 그러나 결국 헤세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 실존에 대한 긍정이다. 개인의 요동치는 내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 그것이 어떤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감정일지언정 무작정 피하지 말고 직시하자는 것, 돈도 안되고 아무 실질적 가치가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예술과 자연은 존재 그 자체로 가치가 넘치며 인간을 인간으로 남게 하는 귀한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닫자는 것. ‘절망은 진정으로 무언가를 간절히 열망하고 추구한 결과’라는 헤세의 정의에 설득력이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리라.
손 안에 들어오는 사이즈에 미니멀한 북디자인, 책 곳곳에 들어 있는 헤세의 그림들 등 얼핏 ‘힙스터픽’스런 느낌을 주는 책이지만, 글의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다. 삶과 죽음, 세상의 모순과 그에서 오는 절망에 대해 깊은 고뇌를 느껴본 이들에게 더 와닿을 책으로 보인다. 절망의 언어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이에게 더 울림이 클 책.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습니까? (1) | 2024.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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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큼 경이로운 것은 없다. 오직 글쓰기를 제외하고는. (7) | 2024.09.16 |
여기, 역사라는 이름의 작은 호롱불을 밝히며 (1) | 2024.09.14 |
우리가 도서관을 지켜야 하는 이유 (1) | 2024.03.24 |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0) | 2024.03.23 |
처음 엮어진 책에 담긴 그 시대 사람의 마음 (0) | 2024.02.13 |
1940년대 프랑스령 알제리의 도시 오랑. 평화롭다 못해 따분한 나날 속을 살던 이 도시의 거리에 죽은 쥐들의 시체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쥐들의 죽음은 곧 사람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이어지고, 사망자의 수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만 간다. 전염을 막기 위해 외부 세계와 차단되어 고립된 도시는 거대한 무덤처럼 변해 간다. 죽음의 도시가 되어 버린 오랑 안에서도 사람들은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가며 버티고, 의사 베르나르 리유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보건대를 조직해 페스트라는 이름의 이 소리없는 학살자와 싸워 나간다.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장편소설 『페스트』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기자 레이몽 랑베르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베르나르 리유가 정리한 비망록의 형태를 취한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건조한 문체이다. 본시 작가 카뮈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그 건조한 문체다. '습기가 없는 마른 바람 같'다는 평론이 있을 정도로. 촉촉한 물기라곤 단 1mm도 느낄 수 없는 그의 글투는 이 소설에서 전염병 앞에 무너져 가는 한 도시의 처참하고 비극적인 모습을 역설적으로 더 강렬하게 드러낸다. 아울러 그 습기 없는 문체로 묘사된 각 등장인물들의 내면 묘사와 심경 변화, 그들 각자의 신념은 작가 카뮈가 이 작품을 통해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가치, 즉 "인간에의 희망"을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이러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죽음 앞에서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페스트가 수그러들었어도 도시 곳곳에 여전히 페스트 균이 남아 있을 것임을 알기에 마냥 안심할 수 없고, 여전히 불안 속에서 일상을 영위해야 하는 도시의 앞날을 암시하는 결말 부분에 맞닥뜨리게 되면, 우린 결국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위협과 불안 속에서, 그들에 맞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갈등하며, 그럼에도 끝까지 싸워 나가야 하는 숙명과 그 숙명을 기꺼이 감당할 의지를 가진 존재."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싱글맨> (0) | 2016.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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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래의 <책의 정신> (0) | 2016.07.03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0) | 2016.07.03 |
느티나무도서관 이야기 (0) | 2014.11.17 |
다시, 데미안을 읽다 (0) | 2014.08.18 |
한 권으로 정리한 동양 고전 25선 (2) | 2014.05.23 |
'한때 영광의 중심에 있었으나 점차 그 옛 명성을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퇴락해 간 침잠의 도시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세상의 변방에서 살아가는 분노와 우울을 딛고 마침내 문학의 힘으로 그의 도시를 세상의 중심으로 옮겨놓은
터키 문학의 거장 오르한 파묵의 삶과 작품 세계를 정리한 책'.
국내에서 그의 작품을 전담 번역해 온 터키 문학 전문가 이난아의 시선으로,
그의 팬이자 전담 번역가이자 연구가이자 사적인 친구로서 지켜본 오르한 파묵의 모든 것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
그가 걸어온 삶의 여정, 그의 각 작품들에 대한 탐구, 창작에 임하는 자세와 철학, 번역가 이난아와의 인터뷰와 또다른 사적인 면모 등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한 번에 답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이 어느 정도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명의 작가에 대해 그의 생애와 그의 모든 작품들을 모두 정리한 책 자체도 사실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그 점에서 이 책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책은 오르한 파묵의 생애에 대한 개관부터 시작하여
그의 데뷔작(제브데트 씨와 아들들)부터 최신작(순수 박물관)까지 7편의 소설과 1편의 에세이(이스탄불)를 각 챕터별로 상세히 다루고 있고
후반부는 최신작 <순수 박물관>의 집필 과정과 실제로 이스탄불에 세워진 박물관의 개관 준비 과정을 다루었으며,
마지막으로 파묵과 그의 고향 이스탄불의 관계에 대하여 정리하는 글과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문인 <아버지의 여행가방>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바늘로 우물 파듯', 매일 아침부터 매일 저녁까지 한 자리에 앉아 마치 부지런한 직장인처럼 늘 부지런히 글을 쓰는 그는,
'글을 쓰는 그 자체가 행복이자 위안이어서, 그리고 글쓰기가 곧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어서' 쓴다고 말한다.
그래서 평생 수도승처럼 하루종일 방 한 구석에서 글만 쓰면서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
문학에 대한 파묵의 철학을 알고 싶다면 책의 중반부 '검은 책'에 대한 인터뷰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안나 카레니나> 등 19세기 소설의 영향을 받은 사실주의 가족소설에서 출발한 파묵의 작품 세계는,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성향을 받아들여 다양한 장르(세밀화, 신문칼럼, 시, 연극 등)와의 콜라보레이션과
기존 소설 구성의 해체(챕터마다 제각각의 화자가 제각각 말을 하는 <고요한 집>, <검은 책>, <내 이름은 빨강> 등),
이슬람 고전문학과의 퓨전(<검은 책>에서 현대 문학의 포맷 안에 이슬람 고전문학을 각색하여 접목한 것) 등
파격적인 형식적 실험들을 도입한 작품들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파격적인 실험의 틀 속에 담겨 있는 파묵의 이야기는 그가 살아온 이스탄불의 역사와 현대 사회상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고요한 집>과 <새로운 인생>, <눈> 등의 작품에서 격동과 혼란의 터키 역사와 사회상의 변화를 캐치해 녹여넣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 시대에 대한 담담한 관찰 외에 그 시대에 대한 연민과 비판의식도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파묵의 소설 대부분은 '환상적이고 유희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이고 역사적이다'(p.114).
의심하기보다는 삶의 경이로움에 동참하라고 호소합니다." (p.132)'
책의 뒷표지에는 이 책의 본문 일부가 프린트되어 있다. 여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고향의 역사와 오늘을 문학의 힘을 빌어 기록함으로써
자신이 보고 기억하는 모든 것을 영원히 이세상에 남기고 싶어한 작가 파묵의 내면을 잘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4만 피트 상공에서 만난 아름다운 이야기 (0) | 2013.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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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제국, 동로마의 역사를 터키에서 만나다 (0) | 2013.09.21 |
고대 중국판 100분 토론, 염철론 (1) | 2013.07.15 |
인문 내공, 당신의 힘으로 세상을 읽고 해석하라 (0) | 2013.05.28 |
2013년의 대한민국을 예측하다 : 트렌드 코리아 2013 (0) | 2013.03.01 |
우리가 철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 : 강신주의『철학이 필요한 시간』 (0) | 2013.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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