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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14 죽음의 한가운데서 인간을 생각하다 : 카뮈의 《페스트》
- 2013.07.15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오르한 파묵의 모든 것
1940년대 프랑스령 알제리의 도시 오랑. 평화롭다 못해 따분한 나날 속을 살던 이 도시의 거리에 죽은 쥐들의 시체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쥐들의 죽음은 곧 사람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이어지고, 사망자의 수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만 간다. 전염을 막기 위해 외부 세계와 차단되어 고립된 도시는 거대한 무덤처럼 변해 간다. 죽음의 도시가 되어 버린 오랑 안에서도 사람들은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가며 버티고, 의사 베르나르 리유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보건대를 조직해 페스트라는 이름의 이 소리없는 학살자와 싸워 나간다.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장편소설 『페스트』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기자 레이몽 랑베르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베르나르 리유가 정리한 비망록의 형태를 취한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건조한 문체이다. 본시 작가 카뮈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그 건조한 문체다. '습기가 없는 마른 바람 같'다는 평론이 있을 정도로. 촉촉한 물기라곤 단 1mm도 느낄 수 없는 그의 글투는 이 소설에서 전염병 앞에 무너져 가는 한 도시의 처참하고 비극적인 모습을 역설적으로 더 강렬하게 드러낸다. 아울러 그 습기 없는 문체로 묘사된 각 등장인물들의 내면 묘사와 심경 변화, 그들 각자의 신념은 작가 카뮈가 이 작품을 통해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가치, 즉 "인간에의 희망"을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이러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죽음 앞에서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페스트가 수그러들었어도 도시 곳곳에 여전히 페스트 균이 남아 있을 것임을 알기에 마냥 안심할 수 없고, 여전히 불안 속에서 일상을 영위해야 하는 도시의 앞날을 암시하는 결말 부분에 맞닥뜨리게 되면, 우린 결국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위협과 불안 속에서, 그들에 맞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갈등하며, 그럼에도 끝까지 싸워 나가야 하는 숙명과 그 숙명을 기꺼이 감당할 의지를 가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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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영광의 중심에 있었으나 점차 그 옛 명성을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퇴락해 간 침잠의 도시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세상의 변방에서 살아가는 분노와 우울을 딛고 마침내 문학의 힘으로 그의 도시를 세상의 중심으로 옮겨놓은
터키 문학의 거장 오르한 파묵의 삶과 작품 세계를 정리한 책'.
국내에서 그의 작품을 전담 번역해 온 터키 문학 전문가 이난아의 시선으로,
그의 팬이자 전담 번역가이자 연구가이자 사적인 친구로서 지켜본 오르한 파묵의 모든 것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
그가 걸어온 삶의 여정, 그의 각 작품들에 대한 탐구, 창작에 임하는 자세와 철학, 번역가 이난아와의 인터뷰와 또다른 사적인 면모 등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한 번에 답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이 어느 정도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명의 작가에 대해 그의 생애와 그의 모든 작품들을 모두 정리한 책 자체도 사실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그 점에서 이 책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책은 오르한 파묵의 생애에 대한 개관부터 시작하여
그의 데뷔작(제브데트 씨와 아들들)부터 최신작(순수 박물관)까지 7편의 소설과 1편의 에세이(이스탄불)를 각 챕터별로 상세히 다루고 있고
후반부는 최신작 <순수 박물관>의 집필 과정과 실제로 이스탄불에 세워진 박물관의 개관 준비 과정을 다루었으며,
마지막으로 파묵과 그의 고향 이스탄불의 관계에 대하여 정리하는 글과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문인 <아버지의 여행가방>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바늘로 우물 파듯', 매일 아침부터 매일 저녁까지 한 자리에 앉아 마치 부지런한 직장인처럼 늘 부지런히 글을 쓰는 그는,
'글을 쓰는 그 자체가 행복이자 위안이어서, 그리고 글쓰기가 곧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어서' 쓴다고 말한다.
그래서 평생 수도승처럼 하루종일 방 한 구석에서 글만 쓰면서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
문학에 대한 파묵의 철학을 알고 싶다면 책의 중반부 '검은 책'에 대한 인터뷰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안나 카레니나> 등 19세기 소설의 영향을 받은 사실주의 가족소설에서 출발한 파묵의 작품 세계는,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성향을 받아들여 다양한 장르(세밀화, 신문칼럼, 시, 연극 등)와의 콜라보레이션과
기존 소설 구성의 해체(챕터마다 제각각의 화자가 제각각 말을 하는 <고요한 집>, <검은 책>, <내 이름은 빨강> 등),
이슬람 고전문학과의 퓨전(<검은 책>에서 현대 문학의 포맷 안에 이슬람 고전문학을 각색하여 접목한 것) 등
파격적인 형식적 실험들을 도입한 작품들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파격적인 실험의 틀 속에 담겨 있는 파묵의 이야기는 그가 살아온 이스탄불의 역사와 현대 사회상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고요한 집>과 <새로운 인생>, <눈> 등의 작품에서 격동과 혼란의 터키 역사와 사회상의 변화를 캐치해 녹여넣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 시대에 대한 담담한 관찰 외에 그 시대에 대한 연민과 비판의식도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파묵의 소설 대부분은 '환상적이고 유희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이고 역사적이다'(p.114).
의심하기보다는 삶의 경이로움에 동참하라고 호소합니다." (p.132)'
책의 뒷표지에는 이 책의 본문 일부가 프린트되어 있다. 여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고향의 역사와 오늘을 문학의 힘을 빌어 기록함으로써
자신이 보고 기억하는 모든 것을 영원히 이세상에 남기고 싶어한 작가 파묵의 내면을 잘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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