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 돌베개 / 2011(초판), 2017(개정판)


2011년 초판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후 다시 2017년에 개정판이 출간된 유시민의 ‘국가학개론’.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입을 여는 이 책은 ‘힘으로 대내외 치안을 통제한다’에 방점을 둔 국가주의와 ‘국가 내부 거주자의 모든 자유를 보장한다’에 방점을 둔 자유주의 국가관을 먼저 설명한다. 뒤이어 ‘억압받는 자에게 국가 따윈 무의미하다’는 취지의 마르크스주의와 여기서 파생되는 국가에 대한 냉소주의에 대해서도 논한다. <월든>으로 유명한 조지 데이비스 소로의 ‘시민 불복종’에 대한 언급도 등장한다.

저자는 앞서 논한 여러 이론들을 바탕으로 하여 현대 국가와 정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점들을 피력한다. 수많은 분쟁과 유혈사태를 거치며 확립된 현대 국가의 의무사항을 현 대한민국 헌법을 읽어내려가며 설파하고, 무턱대고 신념만을 내세우며 무리하고 독선적인 행보를 보이기보다 정치행위의 결과를 중시하는 책임윤리를 견지할 것을 정치 지도자에게 요구한다. 이때 반면교사로 제시된 사례가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이다.

스스로를 ‘진보자유주의자’라 칭하는 저자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정치인과 시민들에게 ‘국가다운 국가 만들기’를 위해 다음을 요구한다. 정치인에게는 법을 제 도구처럼 휘두르지 말고 법이 명시한 권한 한도에서 책임있게 정치활동을 하며 정직하게 시민과 소통할 것을, 시민에게는 자기 자신은 물론 동료 시민에게도 동등한 존엄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시대에 늘 깨어 있으며 기꺼이 타인과 연대하여 행동할 것을 말이다.

by 해피의서재 2022. 12. 31. 21:13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 전혜원 / 서해문집 / 2021


노동은 신성시의 대상도 혐오와 기피의 대상도 아니다. 신분 구별의 근거는 더욱 아니다. 노동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거나 필요한 일을 해 주고 그 대가로 생활 자금을 받는 모든 종류의 일을 의미한다. 여기에 그 이상의 의미를 굳이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노동을 도외시하는 행위다.

로봇과 드론, AI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달하면서 인간의 노동력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일하지 않으면 생활비를 확보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취업준비자들의 무한경쟁은 더 심해지고 사용자들은 얼마 안 되는 일자리 TO를 인질 삼아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일한 만큼 버는 것,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받는 것 등)를 무시하고 노동자 사용하길 마치 일회용 소모품 쓰듯 한다. 여기에 노동의 형태도 특수고용, 하청, 일회성 계약 등 다각화되어 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제 권리를 주장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뿌리깊은 사농공상 의식에 따른 직업 및 직위 귀천 따지기, 여기에서 기인한 현장직 천대와 소위 ‘사짜’ 직업 및 학벌에 대한 집착도 한국 노동자들의 권익 신장을 시민 스스로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책은 사용자이자 노동자인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플랫폼 일자리,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일자리 소멸, 시험만능주의라는 뒤틀린 공정주의로 대표되는 노동자들 간 계층 분화와 상호 반목,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 현행 임금 책정 방식의 문제점 등 한국 노동현장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주요 문제를 상세히 살펴보고 기록한다.

소수의 자본가를 제외하고 우리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모두 남의 사업체에서 일을 하고 임금을 급여받는 노동자들이다. 우리 자신의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마냥 남의 일처럼 치부했던 노동 문제에 대하여 이참에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어떨까. 어느 순간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다름아닌 나 자신의 일상, 내가 처해 있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by 해피의서재 2022. 12. 27. 14:57

금융 오디세이 / 차현진 / 메디치미디어 / 2021


원래 2013년도에 출간된 책이었다. 전국은행연합회의 요청으로 1년간 연재했던 칼럼을 엮은 서적이었는데, 당시엔 빛을 보지 못했으나 2020년대 들어 경제 유튜버들과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발굴되어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을 이뤄낸 책이다. 절판 상태라 웃돈을 주고 중고시장에서 책을 찾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하는데,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저자가 현 시점에 맞게 책의 내용을 다시 보충하고 다듬어서 2021년에 개정증보판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책은 크게 돈, 은행, 사람 이렇게 세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돈, 즉 화폐의 기원과 발전사를 당시 사회의 경제 구조 및 역사 전개와 엮어 풀어낸다. 이어서 돈을 맡아 굴리고 유통시키는 상인과 은행가, 그리고 기업 또는 기관으로서의 은행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당대를 뒤흔들었던 역사적 사건과 경제적 파장 그리고 그에 대한 은행들의 대처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흘러간다. 여기에 은행들과 금융기관들의 작동 원리이자 근거가 되었던 경제 이론들도 간간이 언급된다. 마지막 장은 존 메이어드 케인스, 앨런 그린스펀, 미 군정과 한국은행, 그리고 1차대전 이후의 살인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좌충우돌했던 독일의 경제관료 햘마르 샤프트 이야기를 담았다.

각자 독립된 이야기들을 엮은 구성임에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 번 책을 잡으면 정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힌다. 경제를 다룬 책이지만 단순한 돈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원초적인 물욕과 지적 오만에 대한 경계와 반성을 함께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경제학 책이면서 동시에 좋은 인문학 책이기도 하다.


by 해피의서재 2022. 7. 12. 16:41

청소년, 도서관에서 만납니다 / 고정원 외 / 학교도서관저널 / 2022


공공도서관 청소년자료실 담당 사서들이 현장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 쓴 도서관 업무 실전 매뉴얼.

공공도서관 청소년자료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떻게 응용하냐에 따라 어린이도서관, 학교도서관 또는 공공도서관 일반자료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장서 구성과 북큐레이션부터 소규모 문화프로그램, 도서관 이용교육을 비롯해 청소년 도서관운영위원회 관리 지원 등 청소년 대상 도서관서비스 전반을 고루 상세히 다루고 있어 현장 사서들이 업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조언을 필요로 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되는 책.

by 해피의서재 2022. 4. 18. 21:08
제각기 다른 개인들의 개별성과 자유를 존중하고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합리적으로 타협할 줄 알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들과 연대 하는 사회.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 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 이것이 헌법이 지향하는 사회이고, 이런 사회를 지탱하는 사고 방식이 법치주의이다.


최소한의 선의 / 문유석 / 문학동네 / 2021


전직 판사 출신인 문유석 작가가 헌법과 법치주의를 소재로 우리 시대 사회의 선의와 정의, 공정과 평등, 자유 등의 담론을 돌아보며 쓴 책이다. 헌법에 담긴 민주주의와 인권수호의 정신을, 쉽고 친근한 문법을 구사하여 풀어쓴 에세이로, 혐오와 폭력이 만연한 지금 이 시기에 특히 꼭 새겨 기억해야 할 문장들이 책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법은 개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고 서로의 자유가 충돌하여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하며,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안전하며 행복하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존재한다. 저자가 법을 일컬어 ‘최소한의 선의’라 정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는 사회는 제도 만으로 건설 할 수 없다. 밥은 굶지 않게 최소한의 먹을 것은 국가가 지급하고 있지 않느냐, 뭘 더 바라느냐 감사할 줄 알아야지. 이런 마음이 지배하는 사회는 아무리 사회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수급자들을 동냥하는 걸인으로 취급하는 사회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다. 당연한 권리를 행사 하는 기본권의 주체로 보느냐, 남들의 동정을 받는 대상으로 취급하느냐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 74쪽

대중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의 변덕과 횡포로부터 소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치 권력 뿐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도 법치주의에 기반한 사고 방식이 뿌리내려 있어야 한다. 이제 법치주의는 단순히 제도여서는 안 된다. 사고 방식이어야 하는 것이다. 법치주의는 법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누구든 권력을 함부로 행사하지 말고 항상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시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회가 진정한 법치주의 사회다. - 82쪽

답답하고 지루한 법치주의가 사망한 곳에는 속 시원하고 화끈한 파시즘이 독버섯처럼 피어 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파시즘이 득세한 곳에 개인의 자유가 설 자리는 없다. 법치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지켜 주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 89쪽

타인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도덕적 염결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각자 최소한의 규칙은 엄수하기, 각자의 밥그릇을 존중하며 타협하기, 건전한 무관심, 그리고 최소한 사악해지지는 말자는 자기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사회에서 비로소 개개인 최후의 성역, 생각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다. - 109쪽

왜 법이 범죄자들에게 관대하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법은 범죄자들에게 관대한 것이 아니다. 법이 인간에게 관대하게 만들어지다 보니 범죄자들이 반사적 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다. (…) 법치주의 시스템은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이념으로 한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결국 쉽게 말하면 인간을 특별히 귀한 존재로 취급하겠다, 특별 대우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 ‘인간’을 존엄한 존재로 보는 인본주의 헌법 질서하에서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특별대우를 받게 된다. - 144쪽

법이 인간 사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선의’라면 형벌은 사회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악의’인 것이다. - 150쪽

우리의 법치주의 시스템은 인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대중의 무지를 탓하기 전에 법조 엘리트들이 먼저 인간에 대한 스스로의 무지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 159쪽

목적이 정당하고, 방법 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는 필요 최소한이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과잉금지 원칙은 개인들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 174쪽

결국 ‘선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사회에는 법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정치도 필요하고, 윤리도덕도 필요하다. 각자가 자기 역할을 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그중에서 법은 융통성 있고 발빠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않다. 법은 엑셀러레이터가 아니라 브레이크 쪽이다. 개별 사건에서 정의로운 결론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결론은 철저히 국민의 대표가 제정한 법 안에서, 해석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도출해야지, 이를 넘어서면 국회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 177쪽

현실에서 정의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헌법이, 그리고 롤스의 <정의론>이 제시하는 방향은 분명히 있다. 더 많은 자유와 창의, 혁신을 보장하고 장려하는 것이 우리 헌법 질서의 근본이다. - 204쪽

자유가 사회를 견인하되, 그 속도가 누군가를 낙오시켜 쓰러지게 만들지 않도록 평등이 제어하는 것. 무조건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면 잠시 멈출 줄도 아는 것. 어쩌면 그 망설임의 순간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일지도 모르겠다. - 205쪽

법은 종교도 아니고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법은 타협의 기술이다. - 249쪽

헌법은 결국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선의다. - 253쪽
by 해피의서재 2022. 4. 4. 21:40

다 함께 행복한 공공도서관 / 신남희 / 한티재 / 2022


한국 공공도서관 운영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도서관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찰을 여러 통계자료 및 현장 사례 인용과 함께 정리한 칼럼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도서관의 건축, 운영 주체 선정(지자체 직영/민간위탁 등), 사서인력 충당과 처우 문제부터 도서관 장서 구성(구입도서 선정 및 장서폐기 문제)과 프로그램-독서모임 운영까지 공공도서관 현장 실무의 각 분야를 세밀히 살피며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한 것이 특징.

공공도서관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도서관에 대한 정계의 이해와 일관된 정책, 도서관 종사자들의 철학과 신념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이 책 곳곳에서 강하게 묻어난다.

책 속에 제시된, 도서관 장서 구성을 사실상 유행에 내맡기다시피 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희망도서바로대출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나, 도서관이 책과 ‘쌍방향 독서 프로그램’을 매개로 민주주의 교육과 구현의 장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사회적 독서론’ 등이 특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현직 사서 및 도서관장, 그리고 더 나아가 문헌정보학 교수들과 정부의 도서관 정책 입안자들도 업무시 곁에 두고 수시로 참고할 필요가 있는 자료.

P.S. 저자 인터뷰 기사가 네이버 포스트에 올라와 있었다. 추가 자료로 함께 읽어 봐도 좋을 듯.
http://naver.me/Gd62V2dc

by 해피의서재 2022. 3. 8. 14:00

금리를 알면 부의 미래가 보인다 / 장태민 / 메이트북스 / 2020

벌써 몇 달째 미 연방준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 얘기로 금융계가 들썩이는지 모르겠다.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든 경기를 떠받쳐 보겠다고 돈을 최대한 시장에 풀던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시대도 이제는 끝을 향해 가는 양상이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가운데 그새 한국은 이미 국가 기준금리를 0.25% 더 올렸다. 앞으로 더 오를 거란 전망이 우세한 실정이다.

이제부터 이야기하려는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에 출간된 책이다. 금융을 움직이고 나아가 세상의 부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단연 돈의 가치를 나타내는 금리라고 이 책은 단언한다. 그래서 제목부터 당당하게 ‘금리를 알면 부의 미래가 보인다’고 적어 놓았다. 글쎄, 정말 금리가 뭔지 알면 나도 부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인가? 한 번 읽어나 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다고 볼 순 없을 것 같다. 돈과 금리에 대한 여러 개념을 차분히 정리해 주면서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함께 짚어주는 정도의 기능을 가진 책이다. 만약 집중해서 읽을 시간이 없으면 각 챕터의 시작 페이지마다 요약글이 있으니 그걸 읽어도 된다.

책에서 설명하는 돈과 금리의 속성은 다음과 같다.

돈은 그 자체로 가치 교환과 저장 기능을 가지며, 돈을 빌려주고 빌려쓰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조달 수수료이자 대여료가 바로 금리라고 볼 수 있다. 명목상의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이 실질금리이며, 이 실질금리가 높을수록 저축에 유리하고 낮을수록 대출에 유리하다. 그리고 오늘날 전세계가 초저금리 상황을 유지 중인 것은 저축 대신 대출과 소비의 활성화를 유도해 경기 부양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각국의 통화 정책의 산물이나, 이 넘치는 유동성은 화폐 가치의 하락을 초래해 되려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거나 검증도 안 된 가상화폐의 가격 폭등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이 출간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고, 생필품 물가마저 최소 3% 이상 급속히 오르는 인플레이션에까지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이젠 정말 기준금리 인상과 유동성 감소가 불가피한 시점에 왔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 따르면 저출생과 노령화에 따른 내수시장 정체, 산업 성장 동력 상실 등 한국 경제의 내부 경쟁력 약화로 인해 초저금리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따라서 채권 투자는 제로금리짜리 은행 정기예금 예치와 다를 게 없을 것이며 고수익을 노린다면 신흥국 주식시장을 주로 노려야겠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고위험 저수익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상당히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일단 금리의 고저에 따른 돈의 흐름의 특성에 대해선 어느 정도 파악은 했다. 그런데, 그래서 이제 앞으로 우린 뭘 해야 하나? 책은 그에 대한 모범답안까지 명확히 제시해 주진 않는다. 기껏해야 다가오는 폭풍우를 주의하라는 것 정도. 이제 앞으로 내 재산, 내 재화를 어떻게 지키고 불릴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독자만의 몫이다.

by 해피의서재 2021. 11. 18. 23:14
앞으로 20년의 세월이 흐르면 과거 20만 년의 기술 발전보다 더 큰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진다. 모든 분야에 로봇이 투입되고 자동화가 이루어져 지금 사람이 하는 일 대부분은 사라지게 된다. 심지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일조차 인공지능이 하는 일이 된다. 이 시기에는 소수의 사람만이 일하고, 그들이 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나머지 사람들은 국가에 의존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조각나며 사라지는 마지막 일자리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발전을 선도하는 사람으로 변화하거나 기술을 선도하는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 <돈의 비밀>, 46쪽


돈의 비밀 : 경제적 자유를 만드는 돈의 경제학 / 조병학 / 인사이트앤뷰 / 2020


한 경제 유튜브 채널의 연속 강좌를 순차적으로 잘 정리한 강의록을 읽는 느낌으로 편집된 경제-금융 대중서. 실제 저자가 경제 유튜브 채널 운영자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비교적 쉽게 읽히는 글쓰기를 구사한 덕에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자본주의 경제구조와 ETF(상장지수펀드)의 운용 원리에 대해서도 독자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요약하면 생각보다 매우 심플하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인한 첨단 기술의 발달로 인해 분야를 막론하고 노동의 종말이 가속화하고 있고 세계 금융계의 승자독식 구도는 더욱 심해질 것이니, 미래 산업 사회의 유일한 승자로 남을 것으로 추정되는 첨단 성장기술 내지 전통적인 필수 소비재 관련 기업으로 구성된 미국 ETF에 지금부터라도 장기 분할 투자를 하여 ‘생업 없이도 투자수익만으로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양극화 구조로 대표되는 빈곤 아포칼립스를 앞둔 시점에서 각자 스스로의 힘으로 그 파국을 탈출할 팁을 주는 느낌도 든다. 이 아포칼립스가 야기할 각종 사회 문제와 그에 대한 국가 또는 국제사회의 대처에 대한 고민은 처음부터 이 책의 주제 밖 사안인 만큼 거의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 경제 구조의 변화와 영향에 대한 거시적인 고찰을 추구하는 독자보단 개인적-실용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경제적 자유를 쟁취할 방도를 찾는 이들에게 더 적합한 책이다.

월급은 월급을 받기로 계약한 날로부터 자기 인생의 거의 절반을 팔아서 바꾼 대가이다. 월급은 그 자체로 우리 인생이다. 직업을 얻기 위해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공부한 이후, 삶의 절반을 회사의 소유주 혹은 경영진에게 내주고 그들로부터 인생을 판 대가로 받는 돈이 월급이다. - 27쪽

은행에 돈을 맡기는 방법은 내 소중한 시간을 팔아 만든 현금을 조각내 버리는 길이다. 이자를 아주 조금 주면서 대단한 이자율인 듯 포장하는 예금과 적금, 미래를 보장해 준다고 하면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보험, 적금과 크게 차이가 없으면서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우리나라 연금은 모두 돈을 받아가는 그들을 위한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결론은 미래를 보장받으려면 현재의 현금을 어디에 보관, 예치, 투자하든 물가상승률은 물론 일반적인 투자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내는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36쪽

금리가 0%대인 2020년을 기준으로 은행에서 1% 이자를 받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돈을 투자해 돈을 버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더욱 주목받는다. 돈을 투자할 곳은 크게 세 군데이다. 하나는 사람들이 살고 일하고 머무는 공간에 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계속 사용하는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자재로 무언가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 61쪽

경제 위기에 직면하면 대부분 기업과 개인은 현금이 부족해진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통화 공급량을 급속하게 늘린다. 그러나 정부가 통화를 공급하더라도 대부분 기업과 개인은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져서 투자한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조달하려고 한다. 부동산, 원자재, 주식의 가격이 갑자기 하락하는 시기가 이때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것은 현금이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현금은 부동산, 원자재, 주식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무기로 변한다. 그리고 경제위기가 점점 안정화되면 부동산, 원자재, 주식이 제 가치를 찾아가면서 높은 수익을 내게 된다. 현금을 보유한 부자들은 위기에도 이렇게 돈을 번다. - 88쪽

투자는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것을 대신할 충분한 자본을 안전하고 수익 높은 투자처로 이동시키는 일이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나의 자본을 ‘내가 일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기업에 투자해 주는 것’이다. 그 대가로 나는 그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배당’받고, 기업의 가치가 성장한 만큼 내 투자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로서는 투자 대상을 선택하기 이전에 수익을 낼 확률이 높고 위험이 가장 낮은 시장을 선택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 시장은 신흥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 104쪽

한 가지 명확하게 머리에 그려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기업의 성장에 기술혁명이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고, 기술혁명이 결합해 성과를 내면 승자독식의 고착화가 이루어진다. 승자독식이 고착화한다는 것은 자본이 승자에게 집중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112쪽

대부분 ETF는 편입된 종목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비중이 조정되거나 제외되고, 신규로 새로운 종목을 편입하는 특징이 있다. 물론 이와 다르게 편입 종목에 같은 비율로 투자하거나, 섹터별로 같은 비율로 투자하는 ETF도 있다. 이런 투자 방식이 의미하는 것은 편입된 종목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우량기업이라면 이들의 평균 성장률을 계속 이익으로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 118쪽

이 시기에도 살아남을 직업은 있다. 모두가 일자리를 잃어도 이 세 가지 직업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첫 번째는 정치인들이다. 거의 강도를 높여 가며 20년간 지속한 실업과 디플레이션은 정치인들을 실험대에 세우겠지만, 반대로 더욱 높은 수준의 정치력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자본가들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생산과 소비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 마지막은 최고의 엔지니어들이다. 이들은 인공지능으로, 혹은 인공지능에 인간의 창의성을 융합해 새로운 기술을 계속 개발하는 사람들이다. - 189쪽


by 해피의서재 2021. 5. 23. 18:00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 / 오찬호 / 북트리거 / 2020

by 해피의서재 2021. 5. 19. 09:29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좋다고 말하려면 최소한 다음 두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첫째, 누구나 대단한 꿈을 꿀 수 있고,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사회인가. 둘째, 대단한 꿈을 꾸지 않는 누구라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 본문 167쪽 중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 / 오찬호 / 북트리거 / 2020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책. 이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이 바로 지금 현재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와 그 본질에 관한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떤지, 지금 우리 사회는 왜 이다지도 강퍅한지, 그리고 켜켜이 쌓인 작금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지금 이 책을 완독할 것.

나쁜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노력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가난을 극복하고 한 단계 위로 올라 가려고 해도 거대한 천장에 가로막힌다. 둘째, 천장을 뚫고 올라 가지 못한 이들이 단지 그 이유로 인간다움을 보장 받지 못한다. 힘들다고 하소연해도 ‘노력하지 않았기에 정당한 결과’라는 가혹한 평가만이 부유한다. 만약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천장이 계속해서 견고해지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한 사람의 고통을 그저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면서 좋은 사회를 꿈꿀 수 있을까? - 168쪽
친숙한 것을 낯설게 보자. 내게 친숙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자. 익숙하지 않다고 외면하지 말자. 좋은 이야기에 도취되지 말자. 불편한 이야기를 무작정 거부하지 말자. 아름다운 말 속에 무엇이 감춰졌는지 따져보자.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즐기자. 마지막으로, 나는 사회 ‘안’에서 살아감을 잊지 말고,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회가 달라져야 함을 명심하자. - 226쪽


by 해피의서재 2021. 5. 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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