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의 백호 / 백호 누나, 백호 / 위즈덤하우스 , 2019

(아래의 글은 2019년에 쓴 것이다. 당시엔 해당 책의 저자의 선의를 진심으로 믿었었다. 4년이 흐른 지금, 이 글은 저자 관련 이슈로 완전히 빛이 바랬다. 2023년 현재의 시점에 대해선 이 링크 참조.)

반려동물 천만 마리 시대. 아울러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가 공중파 방송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SNS에 자신의 반려동물을 소개하는 계정이 많아지고, 그 중 몇몇 계정은 여간한 연예인이나 유명인 못지 않은 뜨거운 관심을 몰고 다니기도 한다. 심지어 이제는 그들의 이야기가 종이책으로 출간되기도 한다.

올해 다섯 살 난 웰시코기 백호. 견주의 성인 강씨를 앞에 붙이면 자연스럽게 ‘강백호’가 된다. 인기 만화 <슬램덩크> 주인공의 이름과 똑같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 만화 주인공처럼 이 강아지도 넷상에서, 아니 넷을 넘어 현실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5년 전, ‘이웃집의 백호’라는 이름의 트위터 계정에 태어난 지 몇 달 안 된 아주 조그마한 웰시코기 강아지의 사진을 올릴 때만 해도 ‘백호 누나’는 이 정도의 인기와 영향력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풍부한 표정과 어딜 가나 씩씩하고 싹싹한 백호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백호에 열광하는 ‘랜선 누나’와 ‘랜선 형’이 늘어났고, 이제 백호는 SNS 팔로워 수 70만 명을 거느린 ‘스타견’이 되었다.

너무 작고 약해서 다른 형제들이 다 입양을 가는 동안 입양처를 찾지 못했다는 강아지 백호. 만약 끝까지 입양처를 찾지 못했거나, 아니면 그냥 대충 개를 키우다 버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가벼운 생각을 가진 견주에게 갔다면 지금의 ‘이웃집의 백호’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이전에 오랫동안 시추를 반려견으로 키우다 보낸 백호의 누나는 이미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백호만큼 행복해질 권리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 놓인 다른 개들을 위한 자선 활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SNS 인기견으로서 얻은 백호의 인지도를 활용한, 그야말로 ‘선한 영향력’의 행사를 시작한 것이다.

백호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산책회’를 열 때마다 백호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몇백 명의 인파가 몰려오고, 백호를 모티프로 한 일러스트와 디자인이 반영된 ‘굿즈’(기념품)는 공지가 뜨기 무섭게 예약이 밀려든다. 이렇게 들어온 수익은 모두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할 사료와 기타 물품 비용으로 지출된다. 기부처와 기부 내역도 모두 SNS에 공개된다.

백호는 언제나 해맑다. 유난히 낯가림이 없고, 누굴 만나든 사람처럼 웃으면서 반긴다. 당당하게 마트 한복판을 누비며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심지어 대부분의 동물들이 그렇게도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동물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와중에도 수의사의 얼굴을 혀로 싹싹 핥아 주며 열광적으로 반가워한다. 스스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만큼 사랑을 표현할 줄 알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백호 누나를 비롯한 가족들의 헌신적인 돌봄과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늘 환하게 웃는 백호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한 생명과 함께하는 것은 이렇게 수많은 생각과 고민의 날이 수반되어야 하는 일이다. 강아지의 평균적인 수명은 15년. 내 인생의 15년을 함께할 생명에 대해 그 어떤 것도 가벼워서는 안된다.” - 249쪽

개의 하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소파와 침대를 높이 15cm 이하로 모두 맞춰 제작하고,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매일 털빗질과 집안 청소와 바깥 산책과 삼시세끼 생식 급여를 빼놓지 않으며, 수시로 동물병원에서 건강 체크를 해주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동물 전용 구급 키트를 살피고 챙기는 삶. 2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이 작은 털동물에게 자기 삶의 일부를 온전히 내어 줄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절대 동물 반려를 쉽게 결정하지 말라고 이 책은 엄중히 경고한다.

백호의 누나는 자신보다 강아지가 먼저 세상을 등질 것임을 알기에, 바로 지금 이 순간을 강아지와 더 재밌게 살고 훗날 ‘우리 재밌었지? 좋은 파트너였지?’ 하고 헤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 이세상의 다른 모든 개들에게도 지금의 백호처럼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계속 이야기하고, 지금도 버림받고 외로운 개들을 위한 행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사람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 개와, 그 개의 사랑을 원동력으로 성장하는 사람. 그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by 해피의서재 2019. 7. 8. 22:03
서명 : 늑대를 구한 개

저자 : 스티븐 울프

출판사 : 처음북스

출판연도 : 2014

 

한 중년 남자의 좌절과 재기를 담담하게 적은 이 수기의 제목이 왜 늑대를 구한 개가 되었냐 하면

이 수기의 내용이울프라는 성씨를 가진 한 남자가 한 마리의 개를 통해 새 삶을 되찾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개의 이름은 혜성이라는 뜻의 카밋’.

그레이하운드 종으로, 원래 경주견으로 태어나고 길러졌다가 중도에 도태된 친구다.

 

개와 만나기 전 울프 씨의 사정도 이 개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건실하게 잘 살던 이 미국인 변호사는

그동안 앓던 허리 상태가 어느 날 순식간에 크게 악화되면서 일어나 걷는 것조차 버거운 지경이 되고,이 때문에 결국 직장마저 잃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깊은 절망에 빠져 있던 그는 어느 날 거리에서 웬 우아하고 당당한 자태의 그레이하운드 한 마리를

목격한 뒤 그와 같은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경주견 시장에서 도태된 그레이하운드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를 통해 카밋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허리 통증으로 인해 운신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한 울프 씨를 위해

카밋은 금세 문고리에 걸린 긴 끈을 물어 당겨서 문을 여는 법을 익히고,

울프 씨의 휠체어를 직접 끌고 공항을 누비기도 하며,

나중에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견 품종이라는 한계를 넘어

본격적인 장애미 도우미견으로 인정도 받는다.

 

울프 씨가 카밋을 키우는 건지 카밋이 울프 씨의 시중을 드는 건지

알쏭달쏭해 보이기까지 한 이 두 동물(어쨌든 인간도 동물이므로)의 동거는

울프 씨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던 모양이다.

우울하고 끔찍한 과거를 지나 왔음에도 기꺼이 사람을 따르고

우아함과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이 의젓한 개를 지켜보면서

울프 씨는 지난날의 자신의 삶과, 더 나아가 인생이란 것의 의미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 생각들을 모아 정리한 글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책 속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울프 씨가 카밋을 보며 쓴 글이다.

 

카밋을 보면서 배운 사실이 하나 있었다. 때론 의연하게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버려야 한다는 거다. 그날 그날 새롭게 찾아오는 일들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 삶에선 원래 자기가 선택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목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실패가 아니다. 그것이 인생이다.”

 

이 책의 주제는 이 한 문단으로 요약이 가능할 것 같다.

울프 씨는 이 문단대로 카밋과 함께 자신의 변화된 모습과 새로운 나날들을 온전히 긍정하고 받아들이며 견뎠다.

카밋이 천수를 다하고 세상을 떠난 후에도 울프 씨는 카밋이 남겨 준 그 가르침을

삶의 위로이자 힘으로 삼으며 또 꿋꿋이 살아가고 있을 터이다.

.

그리고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by 해피의서재 2017. 12. 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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