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의 포착이다.”
“경험과 기억의 덩어리가 삶인 것이다.”

최근(9.20~10.3) 총 4부에 걸쳐 KBS1에서 방영된 실크로드 문화기행 다큐 <매혹의 실크로드>에서 가장 인상깊게 기억된 문장들이다.

길 위의 몸짓(춤), 소리(음악), 재주(기예) 이렇게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실크로드 문화를 다룬 이번 다큐에서 춤 테마는 무용가 차진엽이, 음악 테마는 작곡가 원일이, 기예 테마는 밥 장이 맡아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옛 신라 수도 경주에서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북인도를 거쳐 중동 한복판에 자리한 옛 페르시아, 즉 현재의 이란에 이르는 여정을 거치면서 세 예술가는 ‘길’과 ‘교류’를 통한 문화의 전파와 융합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행을 마친 후 여기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각자 나름대로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냈다. 다큐의 마지막 장면, 경주 황룡사지 유적 위에서 펼쳐진 원일의 음악 <바람의 길>과 차진엽의 춤은 4부작짜리 다큐의 대미를 장식하는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단상으로 남았다.

일러스트레이터 밥 장은 비록 무거운 곤봉을 직접 휘두르거나, 서커스를 하거나, 말을 타고 격구나 마상무예를 직접 할 수는 없지만 대신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섬세한 선과 강렬한 색으로 화폭에 구현해 냈다. 이 기록을 엮어 출간된 책이 바로

여행, 작품이 되다 / 밥 장 / 시루 / 2019.09.16




세월은 흐르고 옛 영화는 스러졌으며 번화했던 도시는 사막같은 폐허로 변했지만 한때 그 영광스런 시간 속에서 함께 반짝이던 ‘가장 찬란하던 한순간의 포착’, 예술만큼은 시공을 넘어 공기 속에 스며든 채 오늘까지 그 빛을 내고 있다. 이 책과 다큐가 바로 그에 대한 기록이자 증거가 아닐까 한다.

원일의 <바람의 길>을 들으며 이 책을 읽으면 다큐를 보면서 느꼈던 그 감동을 다시 불러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곡은 음원이 나올지 안 나올지 감이 안 온다...


by 해피의서재 2019. 10. 19.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