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쓸모 / 최태성 / 다산초당 / 2019

스타 역사 강사 최태성이 역사 속 수많은 사람들의 일생과 선택을 들여다보며 깨달은, 진정으로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지침과 교훈들을 22개의 이야기 속에 녹여 엮은 책이다.

각자 다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한국사 속의 여러 결정적인 장면들이 읽는 이에게 깊은 통찰과 울림을 준다.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이런 말을 전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의 박제가 아니라 여전히 우리 삶 속을 흐르고 있는 현재라고. 현재 처한 세상의 부조리에 지레 포기하지도, 눈앞의 이익에 쉽게 자신을 팔지도 말라고. 자신의 존엄함을 지키며 자신과 세상을 진정으로 가치있게 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그런 삶이 비록 당사자에겐 지난하고 보는 이에겐 어리석어 보일지도 모르나 역사는 결국 그런 이들의 편이었고 끝내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해 갔노라고. ​

역사를 찬찬히 살펴보면요, 그 갈망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한 시대의 꿈이 이루어져서 다음 시대가 와요. 이걸 알게 되면 굉장히 설렙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꿈은 뭘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언제 오게 될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역사학자 E.H.카의 유명한 말처럼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미리 벽을 세워버려요. 역사 속 인물은 과거의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이름을 외우고 업적을 외우는 게 끝이죠. 하지만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면 과거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32~33쪽

역사 속에서 위인으로 평가받는 사람들은 정상에서 배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날 줄 알고, 잘 내려온 사람들이지요.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내려오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 나의 존재, 나의 격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59쪽

창조나 창의력을 말하면 사람들은 자꾸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고 해요. 그러나 아무리 새로워도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열광하지 않으면 널리 쓰이지 않습니다. 저는 소수를 위한, 소수의 권익을 대변하는 기술은 역사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자유의 확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폭발력을 지닌 창조적 발명은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수를 대변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진정한 창조인가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고 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질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고민을 바탕으로 한 창조만이 오랜 시간 생명력을 가지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세상을 바꿔나갈 테니까요. -116~117쪽

저는 사람들이 명사가 아닌 동사의 꿈을 꾸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지요. 그 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자신만의 자리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그 힘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든요. -214쪽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한 번뿐인 젊음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역사라는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어요? 저는 늘 사람들에게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앞선 시대의 사람들에게 선물을 받은 만큼 뒤이어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 주고 싶어요. 그리하여 훗날 눈을 감는 순간,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에 일생으로 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26쪽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살아낸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세부적으로는 다를지 몰라도 그 궤적은 같아요. 자기만의 중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나갔던 사람들이거든요. (...)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돈이 많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일 수는 없어요. 아무리 가진 게 많은 사람이라도 인격이 부족하고 그 사람만의 무언가가 없으면 진정한 ‘인싸’가 되지 못합니다. 손에 쥔 것이 없어지면 전부 사라질 인기이고 인연인 것이죠. -240쪽

시민의식이 다른 게 아닙니다. 불의에 저항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추구하는 정신, 법과 도덕을 준수하며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태도를 이릅니다. 될 대로 되라고 포기한다면, 권리만 찾고 의무는 나 몰라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도 정치에 참여히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에게 시민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시민사회가 탄생한 지 100년, 이제 시민으로서 우리의 자세를 돌아볼 시간입니다. -282쪽

by 해피의서재 2019. 8. 30. 1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