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 / 권정주 외 / 싱긋 / 2020

날이 갈수록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각 기업들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를 이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살아나갈 틈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세태를 분석하고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과 콘텐츠를 준비한다. 이 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비대면, 개인주의 성향이 더욱 가속화된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소비자들의 성향을 각 소주제별로 정리하여 보고하고 있다. 작게는 사업을 열거나 투자하기 좋은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크게는 지금 이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 흐름을 이해하는 데 나름 요긴하게 참고할 만한 실용서적이다. 다만 이 책의 효용가치는 딱 거기까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왜 이런 세태가 형성되고 있고 앞으로의 변화 양상은 어떠할지, 그것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렇게 촉발된 변화가 과연 더 나은 것일지 하는 질문과 같은, 한층 더 깊은 인문적 사유의 여지까지 제공하진 않는다. 전적으로 현장의 마케터와 사업자들을 위한 보고서로서의 임무에 충실한 책.



by 해피의서재 2021. 2. 7. 10:25

케이팝 인사이트 : 콘텐츠 대전환 시대 / 박선민 / 북코리아 / 2020

콘텐츠 상품으로서의 K-팝과 그를 소비하는 대중사회 간 상호작용에 대해 학술적 시선으로 고찰한 도서로, 대중서보다 논문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명되고 사용되어 온 미디어 매체의 성격과 대중의 문화 소비 성향에 맞춰 대중음악의 작법과 제작 공정 역시 변화해 왔음을 여러 현장 사례와 선행 연구자료를 제시하며 서술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sns로 대표되는 짧고 빠른 정보 수명과 소비자들의 능동적인 행동력, 활발한 쌍방향 소통 문화와 가벼운 재미와 유희를 추구하는 성격이 현재의 K-팝을 만들었고 그 소비 규모와 영향력을 키웠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주 요지라 하겠다.

by 해피의서재 2021. 1. 2. 13:55

당신의 밤을 위한 드라마 사용법 / 김민정 / 작가 / 2020

국내에 드문 본격 드라마 리뷰 에세이 북. 비평보다는 리뷰라는 표현이 좀 더 어울리는 책이다. 다루는 작품은 한국 드라마가 다수이지만 외국 드라마도 여럿 포함되어 있다. 당초 생각만큼 분량이 많거나 내용이 깊지는 않아 아쉬운 감이 있지만 대중예술의 한 장르로서 드라마를 조망하고 작품의 행간을 적극적으로 읽어 나가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과 메시지에 대하여 들여다보고자 한 시도는 긍정적인 작업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에 실린 드라마 목록>

<워킹데드>
<동백꽃 필 무렵>
<지정생존자> (미국 오리지널 버전)
<굿 플레이스>
<드라마월드>
<밴더스내치>
<뷰티 인사이드>
<눈이 부시게>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별나도 괜찮아>
<열혈사제>
<휴먼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미스터 션샤인>
<사의 찬미>
<라이프>
<스케치>
<보좌관>
<모두의 거짓말>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by 해피의서재 2020. 10. 18. 09:09

역사 드라마, 상상과 왜곡 사이 / 주창윤 / 역사비평사 / 2019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사극들에는 우리가 살았던 그때의 현실과 욕망이, 그리고 시대 정신이 스며 있다. 고로, 당대의 인기 사극은 사극 속 시대의 재연이라기보다, 오히려 제작-방영 당시 시청자들의 삶을 비추는 은유의 거울이다.”

이 책의 메시지를 한 문단으로 요약하라면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만 들어도 익숙하고 반가운, 시대를 풍미한 사극들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 7편의 논문을 엮은 책이 지금부터 이야기할 이 책, <역사 드라마, 상상과 왜곡 사이>이다.

논문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인기 TV사극이라는 친숙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글 자체도 쉽게 쓰여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일명 ‘드덕(드라마 덕후)’이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말미에는 광복 이후 2018년까지 방영된 모든 TV사극들의 목록이 첨부되어 있어 ‘한국 사극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역사드라마의 정의에 대한 고찰에 관한 글을 시작으로, 역대 인기 사극에서 주로 다루어진 인물과 소재의 변천사, 시대에 따른 작법과 연출의 변화, 사극에 반영된 각 시대별 사회적 특징을 다룬 글들이 이어진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이 한창일 때 양산되었던 고구려/고조선/발해 관련 드라마, 일본의 계속되는 역사부정에 대한 반발과 분노가 녹아든 항일 사극, 당대의 정치 양상을 과거 역사에 투영하여 표현한 정치사극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오늘날에 가까워질수록 거대담론보다 여성, 서민, 일상사, 생활문화, 개인의 인권을 중시하고 강조하는 경향의 사극이 많아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극은 현 시대의 반영’이라는 이 책의 주제의식은 바로 여기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예시로 하여 집중 분석한 글도 있다. 예시로 제시된 작품은 바로 2018년도 최고 화제작 <미스터 션샤인>. 이 글 안에 현대 사극의 주요 특징이 모두 축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이 만약 한 장의 음악 앨범이라면 이 글은 타이틀곡쯤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대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레퍼런스의 확장(1902~1907년 배경의 드라마에 1870~1930년대 문화 아이템을 폭넓게 사용),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들을 허구의 인물과 상상된 이야기와 한데 엮어 자연스럽게 변주한 줄거리 전개, 그 속에서 강렬하게 표현된 ‘이름 없이 용기있게 싸우다 간 위대한 이들의 단심’이라는 주제,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세 남자의 순애보와 사랑 대신 대의를 선택하는 강인한 여성상을 제시한 새로운 인물상까지.

함께 실린 스틸컷 사진들이 흑백으로 인쇄되어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한국 대중문화, 특히 드라마의 변화 양상에 대해 한 걸음 더 깊이 사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by 해피의서재 2020. 3. 1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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