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문학적이며 잠언적인 물리학 에세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베리 / 쌤앤파커스 / 2019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로 통한다는 카를로 로베리 교수의 이 책은 그 외양부터가 예의 온갖 수학 공식과 계산으로 도배된 이론물리학 도서와 완전히 다르다. 작고 아담한 사이즈와 가벼운 무게, 복잡한 계산식들 대신 고금의 철학자와 문학가들 그리고 옛 고대 종교 이야기까지 인용한 지극히 인문적인 글쓰기 하며 ‘직선적이고 절대적인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지금 현재 우리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지 선택하기에 달렸다’는, 차라리 동양철학의 중심 사상에 가까운 결론에 이르기까지.

포맷도, 내용 전개도, 주제도 과학도서답지 않게 파격적이리만치 감성적이고 문학적인 이 물리학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우주와 시간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의 영역을 넘어 나와 세상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고찰까지 하게 되기에 이른다. 과학을 한다는 건 곧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는 일, 철학의 목적 또한 그러하기에 과학과 철학이라는 두 학문은 결국 다시 서로 통할 수밖에 없는 한 몸같은 존재인가 보다.

by 해피의서재 2020. 5. 29.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