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 박근영 / 나무수 / 2010

이번에 새로 좋아하게 된 한 배우의 무명 시절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인터뷰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도서관에서 찾아내 읽은 책.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아프고 치열하게 고뇌하고 도전한 삶의 궤적이 느껴져 그 배우가 더 좋아졌다.

여기 그를 비롯한 11명의 청춘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다. 인터뷰어의 따듯한 시선과 더불어. 통상적인 삶의 경로와 다른, 자신만의 생각과 신념과 꿈을 따라 남들이 가지 않은 거칠고 불안한 길을 걸어가기를 기꺼이 택한 아름다운 청춘들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반짝이고 있다.

이 책이 출판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또 어떻게 반짝이고 있을까. 최근 한 인기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나타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그 배우처럼 다른 이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그렇게 찬란하게 빛나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 또 실제로도 지금 그렇지 않을까. 꼭 그러기를 바란다. 그 젊은 날의 꿈과 고뇌와 신념을 바탕으로 더욱 성숙하고, 그래서 더 아름답게 빛나는 사람들이 되어 있기를.

<목차>

여는 글
01 포토그래퍼 하덕현 : 상처 받은 자는 걷는다
02 패션 디자이너 문성지 : 아름다움은 아름답다
03 연극배우 김주헌 : 끝까지 부딪치고 넘어본다
04 화가 김민희 & 이근희 : 바람 불어오는 쪽으로 가라
05 영화감독 이종필 : 지루한 삶에 불.을.지.펴.라.
06 인테리어 잡지 에디터 임상범 : 삶은 바다로 가는 여행이다
07 만화가 김풍 : 끝까지 즐겁게 사는 게 이기는 거다
08 뮤지션 이지린 : 음악은 소소한 일상이다
09 여행작가 변종모 :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10 건축가 백지원 &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연진 : 도시라는 정글을 유쾌하게 건너다
11 시인 김일영 : 슬픔도 고이면 단단해진다
맺는 글


by 해피의서재 2020. 4. 10. 12:50

좀 근본적으로, 현대인은 '욕망을 참는 법' 좀 배웠으면 좋겠음. 욕망 좀 참는다고 안 죽는다.

- 트위터 유저 @E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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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의서재 2020. 4. 5. 14:27

역사 드라마, 상상과 왜곡 사이 / 주창윤 / 역사비평사 / 2019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사극들에는 우리가 살았던 그때의 현실과 욕망이, 그리고 시대 정신이 스며 있다. 고로, 당대의 인기 사극은 사극 속 시대의 재연이라기보다, 오히려 제작-방영 당시 시청자들의 삶을 비추는 은유의 거울이다.”

이 책의 메시지를 한 문단으로 요약하라면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만 들어도 익숙하고 반가운, 시대를 풍미한 사극들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 7편의 논문을 엮은 책이 지금부터 이야기할 이 책, <역사 드라마, 상상과 왜곡 사이>이다.

논문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인기 TV사극이라는 친숙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글 자체도 쉽게 쓰여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일명 ‘드덕(드라마 덕후)’이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말미에는 광복 이후 2018년까지 방영된 모든 TV사극들의 목록이 첨부되어 있어 ‘한국 사극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역사드라마의 정의에 대한 고찰에 관한 글을 시작으로, 역대 인기 사극에서 주로 다루어진 인물과 소재의 변천사, 시대에 따른 작법과 연출의 변화, 사극에 반영된 각 시대별 사회적 특징을 다룬 글들이 이어진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이 한창일 때 양산되었던 고구려/고조선/발해 관련 드라마, 일본의 계속되는 역사부정에 대한 반발과 분노가 녹아든 항일 사극, 당대의 정치 양상을 과거 역사에 투영하여 표현한 정치사극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오늘날에 가까워질수록 거대담론보다 여성, 서민, 일상사, 생활문화, 개인의 인권을 중시하고 강조하는 경향의 사극이 많아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극은 현 시대의 반영’이라는 이 책의 주제의식은 바로 여기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예시로 하여 집중 분석한 글도 있다. 예시로 제시된 작품은 바로 2018년도 최고 화제작 <미스터 션샤인>. 이 글 안에 현대 사극의 주요 특징이 모두 축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이 만약 한 장의 음악 앨범이라면 이 글은 타이틀곡쯤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대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레퍼런스의 확장(1902~1907년 배경의 드라마에 1870~1930년대 문화 아이템을 폭넓게 사용),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들을 허구의 인물과 상상된 이야기와 한데 엮어 자연스럽게 변주한 줄거리 전개, 그 속에서 강렬하게 표현된 ‘이름 없이 용기있게 싸우다 간 위대한 이들의 단심’이라는 주제,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세 남자의 순애보와 사랑 대신 대의를 선택하는 강인한 여성상을 제시한 새로운 인물상까지.

함께 실린 스틸컷 사진들이 흑백으로 인쇄되어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한국 대중문화, 특히 드라마의 변화 양상에 대해 한 걸음 더 깊이 사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by 해피의서재 2020. 3. 12.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