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밤을 위한 드라마 사용법 / 김민정 / 작가 / 2020

국내에 드문 본격 드라마 리뷰 에세이 북. 비평보다는 리뷰라는 표현이 좀 더 어울리는 책이다. 다루는 작품은 한국 드라마가 다수이지만 외국 드라마도 여럿 포함되어 있다. 당초 생각만큼 분량이 많거나 내용이 깊지는 않아 아쉬운 감이 있지만 대중예술의 한 장르로서 드라마를 조망하고 작품의 행간을 적극적으로 읽어 나가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과 메시지에 대하여 들여다보고자 한 시도는 긍정적인 작업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에 실린 드라마 목록>

<워킹데드>
<동백꽃 필 무렵>
<지정생존자> (미국 오리지널 버전)
<굿 플레이스>
<드라마월드>
<밴더스내치>
<뷰티 인사이드>
<눈이 부시게>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별나도 괜찮아>
<열혈사제>
<휴먼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미스터 션샤인>
<사의 찬미>
<라이프>
<스케치>
<보좌관>
<모두의 거짓말>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by 해피의서재 2020. 10. 18. 09:09

역사 드라마, 상상과 왜곡 사이 / 주창윤 / 역사비평사 / 2019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사극들에는 우리가 살았던 그때의 현실과 욕망이, 그리고 시대 정신이 스며 있다. 고로, 당대의 인기 사극은 사극 속 시대의 재연이라기보다, 오히려 제작-방영 당시 시청자들의 삶을 비추는 은유의 거울이다.”

이 책의 메시지를 한 문단으로 요약하라면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만 들어도 익숙하고 반가운, 시대를 풍미한 사극들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 7편의 논문을 엮은 책이 지금부터 이야기할 이 책, <역사 드라마, 상상과 왜곡 사이>이다.

논문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인기 TV사극이라는 친숙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글 자체도 쉽게 쓰여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일명 ‘드덕(드라마 덕후)’이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말미에는 광복 이후 2018년까지 방영된 모든 TV사극들의 목록이 첨부되어 있어 ‘한국 사극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역사드라마의 정의에 대한 고찰에 관한 글을 시작으로, 역대 인기 사극에서 주로 다루어진 인물과 소재의 변천사, 시대에 따른 작법과 연출의 변화, 사극에 반영된 각 시대별 사회적 특징을 다룬 글들이 이어진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이 한창일 때 양산되었던 고구려/고조선/발해 관련 드라마, 일본의 계속되는 역사부정에 대한 반발과 분노가 녹아든 항일 사극, 당대의 정치 양상을 과거 역사에 투영하여 표현한 정치사극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오늘날에 가까워질수록 거대담론보다 여성, 서민, 일상사, 생활문화, 개인의 인권을 중시하고 강조하는 경향의 사극이 많아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극은 현 시대의 반영’이라는 이 책의 주제의식은 바로 여기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예시로 하여 집중 분석한 글도 있다. 예시로 제시된 작품은 바로 2018년도 최고 화제작 <미스터 션샤인>. 이 글 안에 현대 사극의 주요 특징이 모두 축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이 만약 한 장의 음악 앨범이라면 이 글은 타이틀곡쯤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대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레퍼런스의 확장(1902~1907년 배경의 드라마에 1870~1930년대 문화 아이템을 폭넓게 사용),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들을 허구의 인물과 상상된 이야기와 한데 엮어 자연스럽게 변주한 줄거리 전개, 그 속에서 강렬하게 표현된 ‘이름 없이 용기있게 싸우다 간 위대한 이들의 단심’이라는 주제,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세 남자의 순애보와 사랑 대신 대의를 선택하는 강인한 여성상을 제시한 새로운 인물상까지.

함께 실린 스틸컷 사진들이 흑백으로 인쇄되어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한국 대중문화, 특히 드라마의 변화 양상에 대해 한 걸음 더 깊이 사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by 해피의서재 2020. 3. 1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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