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이 뭐길래

저자
신정근 지음
출판사
동아시아 | 2012-05-2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리 시대 대표적 인문학자 신정근 교수의 원칙적이면서도 새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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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시작하는 동양고전 핵심 명저 25"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논어, 맹자, 주역, 대학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양 고전들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해석한 본격 동양 고전 해설서라고 보면 될 듯하다.

동양고전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사서삼경'을 떠올리지만 

이 책의 저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제자백가의 책들까지 더하여 "팔경(八經) 오서(五書) 십이자(十二子)"로 분류하여 제시했다. 

팔경과 오서와 십이자에 포함되는 책들은 각각


팔경=주역, 시경, 서경, 예기, 춘추, 악경(음악), 이아(사전류), 효경

오서=논어, 맹자, 대학, 중용, 소학

십이자(제자백가)=관자(관중), 묵자, 노자, 장자, 순자, 손자, 한비자, 상군서(상앙), 전국책(종횡가), 공손룡자(개념의 구분), 양주(자아중심주의), 추연(음양오행)


이며, 이 책들을 순차적으로 하나하나 소개하고 책들의 내용과 탄생 배경 등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책의 맨 뒷부분에는 각 고전의 관계를 정리한 상관도(圖)와 간략한 요약문도 있어 읽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아래의 자평(自評)을 통해 고전들이 저술된 시대적 배경에 대해 이렇게 피력하고 있다.
"본서는 중국 고대의 사상사이자 고대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시도는 여느 철학사와 달리 학파의 분류보다는 사상가의 분류에 따라서 서술되고 있다. 고대 철학이 집단적 대응의 측면도 있지만 개인적 분투가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분투가 제자백가라는 말처럼 선진 시대의 사상계를 풍요롭게 만들었던 것이다." (352쪽)

이 책에 따르면 팔경, 오서, 십이자의 성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팔경은 고대 중국의 '현왕 시대'를 배경으로 가장 이상적이고 근본적인 사물(또는 세상)의 이치, 치국의 도리 등을 정리한 책들이다.

그래서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와 방식'을 풀어 쓴 주역이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그 다음으로 사회 유지를 위해 지켜야 할 질서를 다룬 예기를 제시했으며, 순수한 인간의 감정 표출을 다룬 시경(문학)과 악경(예술, 음악), 서경(현왕들의 치세를 정리한 일종의 행정문서), 춘추(법률, 역사), 효경(윤리), 이아(언어, 사전)를 '팔경'으로 묶어 정리한 것이다. 


중국 서주 시대 후기에 들어서면서 군웅할거로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관중 등 학자관료를 중심으로 보다 현실적인 내용을 다룬 책들이 등장했는데 이 도서군(群)이 바로 오서이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소학의 다섯 도서 중, 사실 대학과 중용은 팔서 중 하나인 예기의 일부에 있던 부분이 따로 떨어져 나와 독립한 것이다. 이 오서는 유학의 대표적인 도서들로 남아 국가 이념 정립과 통치 철학에 관한 지식을 후세 왕조에 꾸준히 공급하며 오랜 시간 그 생명력을 보여 주었다. 


한편 춘추전국시대, 오서가 확정되기 이전에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던 수많은 사상들을 담은 책들이 바로 십이자에 해당하는 제자백가의 도서들이다. 상대적으로 잊혀진 주장과 사상이 되었지만 위 인용에 나온 대로 이 사상들은 선진 시대의 사상계, 나아가 중국의 지식 세계를 풍요롭게 만들었던 존재들이다. 그러니 이 사상을 만들어 내고 널리 퍼뜨리고자 애썼던 그 수많은 '지적 투사'들은 마땅히 잊혀지지 않고 계속 세상에 기억될 권리가 있다. 


세상을 이해하고 경영하기 위한 다양한 사상과 지식, 그리고 사례(역사 속의 다양하고 날것인 인간군상 포함)를 한데 모아 놓은 이 명저들에 대해 배워 보니, 오랜 세월 동안 동아시아 학자와 관료들이 이 책들을 항상 가까이 두고 읽어야 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by 해피의서재 2014. 5. 23. 22:18

 


염철론

저자
환관 지음
출판사
현암사 | 2007-11-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중국 고대 지성인들의 치열한 토론이 담긴 경제논쟁서 염철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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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한 시대, 한 소제(昭帝)의 조정에서 소금과 철의 전매제를 둘러싸고 현직 관료들과 재야의 학생들 사이에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시작은 단순히 전매 제도를 지속할 것이냐 폐지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였지만

화제는 점점 확대되어 한 제국의 경제와 국방 정책, 세금 문제, 치안 문제는 물론

나중에는 국가의 통치 이념과 위정자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이야기가 번졌다.

어느 편도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았고 서로에 대한 다소 공격적인 언사가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냥 막말만 주고받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고대 중국의 여러 역사적 일화와 고전 속 명문들이 수시로 인용되는 가운데 관료들과 학생들은 치열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 토론은 훗날 환관이라는 인물에 의해 염철론이라는 책으로 기록되어 후대에 전해져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마치 고대 중국판 ‘100분 토론을 보는 듯한 이 책은 화제별로 소제목을 나누어 양측의 의견을 교대로 서술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하나의 의제에 대하여 대부(현직 고위 관료)가 먼저 정부측의 입장을 말하면,

그 다음에 현량과 문학(재야의 유생들)이 정부의 의견에 반박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법가 사상에 기초한 현실적, 실용적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대부와

유가 사상에 기초하여 치국의 기본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현량-문학 간의 논리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먼저 소금과 철의 생산과 유통을 국가가 전적으로 통제하는 염철 전매제를 찬성하는 대부의 입장부터 살펴보자.

그들은 흉노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국방비가 필요하며

그 국방비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국고에 충분한 예산이 비축되어 있어야 하므로 염철 전매제를 실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들은 상공업의 발전을 중시하고 장려하는데, 이것 역시 유통을 발달시키고 백성의 부를 축적시켜

충분한 세금을 확보하고 군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 부양을 통해 국가가 충분한 돈을 확보하여 국방을 튼실히 해야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나라가 평화롭고 백성들도 두루두루 잘먹고 잘살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들의 사상적 기반은 한비자, 상앙 등이 주창한 법가 사상에 있다.

 

유가 사상의 영향을 받은 현량과 문학은 이러한 의견에 반대한다.

관료들의 무리한 계획경제 정책과 상공업 장려가 백성들 간의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인간성이 돈에 밀려 소외되는 사회 풍조를 조장하며,

정부에서 소금과 철을 전매하고 계획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부패한 관료들이 백성들을 착취하여

백성들의 생활을 도탄에 빠뜨리고 나라의 도덕적 기강까지 무너뜨리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은 유가 사상의 기본으로 돌아가 위정자의 도덕적 문제부터 바로잡고,

백성들에게는 농업과 자급자족을 권장하여 혼자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게끔 생계를 안정시키고,

국가는 전매제를 폐지하고 민간에게 경제적 주도권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마디로 괜히 백성들의 삶에 개입해서 폐 끼치지 말고 백성들이 각자 할 일을 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전혀 상반된 생각을 가진 두 집단은 토론 내내 계속 날선 대립을 이어간다.

대부는 현량과 문학을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비판하고

현량과 문학은 대부를 윤리를 무시하고 물질만을 좇는 탐욕주의자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어쨌든 두 집단 사이에 오간 대화는 매우 진지하고 품격있는 것이었으며,

내세우는 실질적 방법은 서로 달랐지만 국가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를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애초에 그런 진지한 고민이 있었기에 조정에서 관료와 유생이 한데 모여 토론하는 이러한 자리가 마련될 수도 있었으리라.

 

이 토론을 책으로 정리한 환관은 이때 토론에 참여하였던 문학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기초하여 정리를 했다고 한다.

그 자신 또한 문학의 편에 가까웠으니, 사실 염철론은 현량과 문학의 의견에 좀 더 기울어져서 서술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문학의 날카로운 비판에 대부가 당황하거나 아무 말도 못하는 장면이 몇 군데 나온다.

그러나 대부의 말에 문학이 말을 잃었다는 부분은 없다.

서술자가 완전한 공평을 기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유념하고 읽을 필요가 좀 있을 것 같다.

 

by 해피의서재 2013. 7. 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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