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콘서트 / 이광식 / 더숲 / 2018(개정증보판)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빛의 속도로 무한 팽창을 계속해 가고 있다. 수많은 별들이 탄생과 죽음의 윤회를 거듭하고, 수천억 은하들이 광막한 우주공간을 비산한다. 그 무수한 은하들 중 한 조약돌인 우리은하 속에서 태양계는 초속 220km로 그 변두리를 순행하며, 지구라는 행성은 또다시 초속 30km로 태양 주위를 순행하고 있다. 원자 알갱이 하나도 제자리에 머무는 놈 없는, 그야말로 일체무상의 대우주다.”(394쪽)

지구의 모양과 크기를 재고, 지구로부터 태양-달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며, 항해와 역법 계산을 위해 별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 천문학은 점차 수학과 물리학, 관측술의 발달에 힘입어 점차 태양계와 그 너머의 천체, 그리고 우주 전체의 구조와 성질 그리고 기원에 대한 규명을 시도하는 학문으로 나아갔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이, 뉴턴을 거쳐 아인슈타인과 허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이 일생을 바쳐 이뤄나간 천문학 이론의 발달 연대기가 책 속에서 그들의 인생 이야기와 함께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제 현대에 이르러 우주는 태초의 대폭발과 계속되는 팽창 속에서 수소와 헬륨 등 화학 원소들의 결합과 핵융합으로 생성되고 타오르며 거대한 허공 속을 날아가는 별들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윤회로 가득한 공간으로 기술되고 있다.

내용의 이해를 돕는 여러 컬러 사진과 과학 전문 저술가의 유려한 필체로 완성도를 더욱 높인 이 아름다운 천문학 대중서는, 영겁의 시간 너머 쓸쓸하고도 장엄한 마지막을 향해 도도히 날아가는 광막한 우주와, 그 우주의 은총으로 태어나 찰나를 살아가는 하찮고도 아름다운 지구와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해 준다.

​“​적색거성이나 초신성이 최후를 장식하면서 우주공간으로 뿜어낸 별의 잔해들은 성간물질이 되어 떠돌다가 다시 같은 경로를 밟아 별로 환생하기를 거듭한다. 말하자면 별의 윤회다. 은하 탄생의 시초로 거슬러 올라가면 수없이 많은 초신성 폭발의 찌꺼기들이 태양과 행성 그리고 우리 지구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소들 곧, 피 속의 철, 이빨 속의 칼슘, DNA의 질소, 갑상선의 요오드 등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는 모두 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실화다. (...)

그러므로 우리는 어버이 별에게서 몸을 받아 태어난 별의 자녀들인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메이드 인 스타(Made in star)인 셈이다. 이처럼 우주가 태어난 이래 오랜 여정을 거쳐 당신은, 우리 인류는 지금 여기 서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주의 오랜 시간과 사랑이 우리를 키워온 셈이다. 물질에서 태어난 인간이 자의식을 가지고 대폭발의 순간까지 거슬러올라가 자신의 기원을 되돌아보고 있다는 것은 진정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랴. (...)

창 밖에는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흔들리고 새들이 우짖는다. 별들이 빛나는 전 생애를 걸쳐 원소를 만들고, 그것들을 자신의 죽음과 함께 우주로 아낌없이 뿌리지 않았다면 나도, 저 새도 없었을 것이다.” (270~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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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의서재 2019. 1. 7.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