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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7.15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오르한 파묵의 모든 것
'한때 영광의 중심에 있었으나 점차 그 옛 명성을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퇴락해 간 침잠의 도시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세상의 변방에서 살아가는 분노와 우울을 딛고 마침내 문학의 힘으로 그의 도시를 세상의 중심으로 옮겨놓은
터키 문학의 거장 오르한 파묵의 삶과 작품 세계를 정리한 책'.
국내에서 그의 작품을 전담 번역해 온 터키 문학 전문가 이난아의 시선으로,
그의 팬이자 전담 번역가이자 연구가이자 사적인 친구로서 지켜본 오르한 파묵의 모든 것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
그가 걸어온 삶의 여정, 그의 각 작품들에 대한 탐구, 창작에 임하는 자세와 철학, 번역가 이난아와의 인터뷰와 또다른 사적인 면모 등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한 번에 답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이 어느 정도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명의 작가에 대해 그의 생애와 그의 모든 작품들을 모두 정리한 책 자체도 사실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그 점에서 이 책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책은 오르한 파묵의 생애에 대한 개관부터 시작하여
그의 데뷔작(제브데트 씨와 아들들)부터 최신작(순수 박물관)까지 7편의 소설과 1편의 에세이(이스탄불)를 각 챕터별로 상세히 다루고 있고
후반부는 최신작 <순수 박물관>의 집필 과정과 실제로 이스탄불에 세워진 박물관의 개관 준비 과정을 다루었으며,
마지막으로 파묵과 그의 고향 이스탄불의 관계에 대하여 정리하는 글과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문인 <아버지의 여행가방>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바늘로 우물 파듯', 매일 아침부터 매일 저녁까지 한 자리에 앉아 마치 부지런한 직장인처럼 늘 부지런히 글을 쓰는 그는,
'글을 쓰는 그 자체가 행복이자 위안이어서, 그리고 글쓰기가 곧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어서' 쓴다고 말한다.
그래서 평생 수도승처럼 하루종일 방 한 구석에서 글만 쓰면서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
문학에 대한 파묵의 철학을 알고 싶다면 책의 중반부 '검은 책'에 대한 인터뷰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안나 카레니나> 등 19세기 소설의 영향을 받은 사실주의 가족소설에서 출발한 파묵의 작품 세계는,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성향을 받아들여 다양한 장르(세밀화, 신문칼럼, 시, 연극 등)와의 콜라보레이션과
기존 소설 구성의 해체(챕터마다 제각각의 화자가 제각각 말을 하는 <고요한 집>, <검은 책>, <내 이름은 빨강> 등),
이슬람 고전문학과의 퓨전(<검은 책>에서 현대 문학의 포맷 안에 이슬람 고전문학을 각색하여 접목한 것) 등
파격적인 형식적 실험들을 도입한 작품들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파격적인 실험의 틀 속에 담겨 있는 파묵의 이야기는 그가 살아온 이스탄불의 역사와 현대 사회상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고요한 집>과 <새로운 인생>, <눈> 등의 작품에서 격동과 혼란의 터키 역사와 사회상의 변화를 캐치해 녹여넣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 시대에 대한 담담한 관찰 외에 그 시대에 대한 연민과 비판의식도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파묵의 소설 대부분은 '환상적이고 유희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이고 역사적이다'(p.114).
의심하기보다는 삶의 경이로움에 동참하라고 호소합니다." (p.132)'
책의 뒷표지에는 이 책의 본문 일부가 프린트되어 있다. 여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고향의 역사와 오늘을 문학의 힘을 빌어 기록함으로써
자신이 보고 기억하는 모든 것을 영원히 이세상에 남기고 싶어한 작가 파묵의 내면을 잘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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