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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23 한 권으로 정리한 동양 고전 25선 2
"한 권으로 시작하는 동양고전 핵심 명저 25"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논어, 맹자, 주역, 대학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양 고전들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해석한 본격 동양 고전 해설서라고 보면 될 듯하다.
동양고전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사서삼경'을 떠올리지만
이 책의 저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제자백가의 책들까지 더하여 "팔경(八經) 오서(五書) 십이자(十二子)"로 분류하여 제시했다.
팔경과 오서와 십이자에 포함되는 책들은 각각
팔경=주역, 시경, 서경, 예기, 춘추, 악경(음악), 이아(사전류), 효경
오서=논어, 맹자, 대학, 중용, 소학
십이자(제자백가)=관자(관중), 묵자, 노자, 장자, 순자, 손자, 한비자, 상군서(상앙), 전국책(종횡가), 공손룡자(개념의 구분), 양주(자아중심주의), 추연(음양오행)
"본서는 중국 고대의 사상사이자 고대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시도는 여느 철학사와 달리 학파의 분류보다는 사상가의 분류에 따라서 서술되고 있다. 고대 철학이 집단적 대응의 측면도 있지만 개인적 분투가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분투가 제자백가라는 말처럼 선진 시대의 사상계를 풍요롭게 만들었던 것이다." (352쪽)
이 책에 따르면 팔경, 오서, 십이자의 성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팔경은 고대 중국의 '현왕 시대'를 배경으로 가장 이상적이고 근본적인 사물(또는 세상)의 이치, 치국의 도리 등을 정리한 책들이다.
그래서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와 방식'을 풀어 쓴 주역이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그 다음으로 사회 유지를 위해 지켜야 할 질서를 다룬 예기를 제시했으며, 순수한 인간의 감정 표출을 다룬 시경(문학)과 악경(예술, 음악), 서경(현왕들의 치세를 정리한 일종의 행정문서), 춘추(법률, 역사), 효경(윤리), 이아(언어, 사전)를 '팔경'으로 묶어 정리한 것이다.
중국 서주 시대 후기에 들어서면서 군웅할거로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관중 등 학자관료를 중심으로 보다 현실적인 내용을 다룬 책들이 등장했는데 이 도서군(群)이 바로 오서이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소학의 다섯 도서 중, 사실 대학과 중용은 팔서 중 하나인 예기의 일부에 있던 부분이 따로 떨어져 나와 독립한 것이다. 이 오서는 유학의 대표적인 도서들로 남아 국가 이념 정립과 통치 철학에 관한 지식을 후세 왕조에 꾸준히 공급하며 오랜 시간 그 생명력을 보여 주었다.
한편 춘추전국시대, 오서가 확정되기 이전에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던 수많은 사상들을 담은 책들이 바로 십이자에 해당하는 제자백가의 도서들이다. 상대적으로 잊혀진 주장과 사상이 되었지만 위 인용에 나온 대로 이 사상들은 선진 시대의 사상계, 나아가 중국의 지식 세계를 풍요롭게 만들었던 존재들이다. 그러니 이 사상을 만들어 내고 널리 퍼뜨리고자 애썼던 그 수많은 '지적 투사'들은 마땅히 잊혀지지 않고 계속 세상에 기억될 권리가 있다.
세상을 이해하고 경영하기 위한 다양한 사상과 지식, 그리고 사례(역사 속의 다양하고 날것인 인간군상 포함)를 한데 모아 놓은 이 명저들에 대해 배워 보니, 오랜 세월 동안 동아시아 학자와 관료들이 이 책들을 항상 가까이 두고 읽어야 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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