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

저자 : 양칭샹

출판사 : 미래의창

출판연도 : 2017

 

중국은 언제나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

바로 옆에 있고,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인 나라이기도 하다.

그곳에 사는 젊은이들은 우리와 같을까, 다를까.

지난 가을에 중국의 젊은 세대, 80년대생(80, 바링허우)들에 대하여 현지의 젊은 학자가 쓴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호기심에 얼른 구해 보았다.

 

알려진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이 여전히 더 많은 나라, 중국.

대국굴기를 외치며 크나큰 경제시장과 강대한 군사력, 막대한 머니파워를 세계에 과시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그 내부에서 곪아가고 있는 문제는 다른 여느 인근 국가들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빈부격차나 청년실업 문제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국민과 함께 해결하는 일에 중국 당국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외부 세계는 물론이고 자국 국민들에게도 철저하기 감추고 덮기 바쁜 중국의 문제들.

그러나 2010년대 현재, 중국의 중하층 시민,

특히 80년대 이후 출생자인 바링허우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취업난과 주거란,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고질적인 가난 그리고 가족해체 현상과 정서적 황폐 등의 사회 문제는

이미 너무나 심각한 상황에 다다라 있다.

 

고등 교육을 받고서도 바로 원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치안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낯선 공업도시에서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의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내일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에 쫓기며,

기껏 꿈꾸는 목표와 희망이라곤 샤오즈즉 일명 쁘띠 부르주아로 사는 것이지만

그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한 사회 구조 속에 중국의 젊은이들은 짓이겨지고 있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책과 영화라는 가장 보편적인 문화생활과도 유리된 생존기계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의 젊은이들의 실상을, 이 책의 저자는 대중문학 비평과 시민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의 눈앞에 파헤쳐 보이고 있다.

저자인 양칭샹은 실제 광둥 성 둥관 시에 거주하는 중하층 바링허우 다수를 상대로 1:1 직접 인터뷰를 시도했고, 한한 등 유명 중국 작가들의 에세이와 대중소설을 분석하면서 그동안 중국 당국과 관영매체가 이때껏 보여준 적 없는 중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빈부 계층이 고착화된 지 오래인 가운데, 폭력적인 학교 교육과 여전한 사상통제

그리고 중국의 일상 곳곳에 배어 있는 부조리와 부패 등,

세상이 총체적으로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과 허무에 빠져들고 있는

중국의 청년 세대의 비극적인 면모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광경이 중국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이것은 따지고 보면 비단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실재하는 문제이며,

더 나아가 전세계의 젊은이들이 맞닥뜨린 문제이기도 하다.

무작정 숨기고 모르는 체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진대,

중국은 과연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을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본 중국은 완전히 위험수위를 넘어가기 직전, 아니 이미 넘어선 것처럼 보였다. 언제 어떤 식으로 폭발할지 모를 시한폭탄.

 

저자 양칭샹이 다시 중국에 묻는다.

바링허우, 이들을 위해 중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나 역시 묻고 싶어진다.

한국의 젊은이들을 위해 나와 이 나라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으로부터 한국과 중국, 양국은 전혀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by 해피의서재 2017. 12. 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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