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5월 4일) 오후, 전주 인후도서관에서 '도서관에서 만나는 독립영화 이야기'라는 제목의 특강이 열렸다.

강사는 특강 전날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의 이상용 프로그래머.

특강은 약 2시간 가량 진행되었는데 편안하면서도 유려하게 강의를 잘 해 주셔서 강연의 내용이 더욱 쉽게 이해가 갔다.

관객 10만을 돌파했다는 독립영화 <지슬>과 이번 전주 영화제 때 상영된 작품 두 편도 (일부 장면만이나마) 감상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원래 영화제 상영작 한 편을 더 준비해 오셨는데 DVD의 이상인지 재생이 되지 않아 그 작품은 못 봤다. 그건 좀 아쉬웠다.

다행히 그 영화는 오는 5월 중하순쯤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개봉한다고 하니까 그때 가서 풀버전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서론은 이쯤 해 두고,

그날 내가 들은 강연 내용을 여기에 기억나는대로 정리해 두고자 한다.

아울러 앞으로도 도서관에서 이런 의미있는 강좌를 많이 만나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좌를 통해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그에 관련된 책을 자료실에서 찾아보면서 더 많은 세상을 알아 나가는 즐거움이란

다른 어떤 것 못지 않게 귀중하기 때문이다.

 

 


 

(강연 내용 요약) 

도서관에서 만나는 독립영화 이야기

- 인후도서관 주말 인문학 특강 -

독립영화의 정의

-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제작에 투입된 자본을 회수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

(대신 자본이 없으니 광고나 와일드릴리즈가 불가능. 그래서 주로 영화제나 소규모 독립영화 전용관을 통해 만날 수밖에 없다)

- 가치로부터의 독립

사회에 보편적으로 깔려 있는 사고와 행동의 습성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 다른 사고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영화.

영화의 형식적 문법도 일반적인 상업영화와 다른 새로운 방식을 추구함.

- 독립영화와 저예산영화의 차이

저예산영화는 단지 투입된 자본의 양이 적을 뿐, 추구하는 가치나 영화의 문법이 일반 상업영화와 차이가 없음.

 

독립영화는 왜 어려운가?

현실에서 벗어난 판타지를 통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상업영화와 달리,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면서 기존 상업영화와 다른 생소한 영화적 문법과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

내가 왜 영화관에서까지 이런 비루한 현실을 봐야 하나라는 자괴감(?),

지금까지 보던 것과 다른 생소하고 난해한 스타일에 대한 당황스러움에서 거리감을 느낌.

영화든 또다른 매체든, 어느 분야나 새로운 문화를 만나기 위해서는 용기가 가장 필요한 것 같다.

 

독립영화의 특성

주로 이제 갓 데뷔한 젊은 감독들의 작품이 대다수.

그러다 보니 감독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는 경우가 많음. <똥파리>, <무산일기> 등이 대표적 사례.

예외 : 오멸 감독의 <지슬> (제주 4.3사건 소재. 과거의 사건을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관점에서 재해석.

 

독립영화와 영화제

자본을 투입하고 회수하는 산업일 수밖에 없는 대중영화관에서 쉽게 개봉할 수 없는 독립영화들이 주로 선보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무대가 바로 영화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영화 마니아들이 영화제를 부지런히 찾아다니기도 함.

이름이 알려진 영화제들의 겉면이 점차 화려해지고 있지만

정작 영화제가 가장 추구해야 할 영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묻히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

쉽게 알려질 수 없고, 쉽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는 영화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영화제이고,

영화제는 그런 영화들을 응원해 주고 대중들에게 다른 가치, 다른 관점을 소개하고 말해 주는 스피커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음.

 

영화를 본다는 것의 의미

함께 한 스크린을 응시하며 같은 경험을 하고, 그 영화에 대해 짧은 감상이라도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관은 또 하나의 집단적 경험을 제공하는 일종의 공동체가 될 수 있음.

도서관과 영화관 등, 문화가 있는 공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음.

필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그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 안의 용기.

 

 

by 해피의서재 2013. 5. 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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