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래의 본격 북 에세이 <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376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 번 책을 집어들면 무섭게 책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메타북이라는 자평이 의미하듯 이 책은 책에 관한 책이다.

물리적으로 책은 글자가 인쇄된 수백 장의 종이를 엮어 만든 종이뭉치일 뿐이지만

그 속에는 한 시대를 있게 한 수많은 이야기들과 그 시대의 공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의 흡인력은 바로 그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데서 나온다.

 

프랑스 대혁명을 앞둔 시점, 파리 시내에 유행했던 야한 연애소설들이

어떻게 대혁명을 촉발시키는 매개채로 작용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너무 어려워서 아무도 읽지 않았으나 오히려 그래서 더 유명해진 책들의 이야기,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이 과연 언제부터 고전이었는가에 관해 다소 발칙한 시선으로 바라본 글들,

20세기 본성론양육론이라는 각각의 이데올로기의 강화에 기여하며

간접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을 부른 온갖 학설들의 이야기,

그리고 권력의 흥망성쇠 속에서 속절없이 불타 없어진 책들에 관한 이야기까지,

<책의 정신>은 이렇게 다섯 종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독립성을 띠면서도 그 책들과 학설들이 대세를 타던 시대,

그리고 그 시대들이 이어지고 이어져 만들어 온 인류의 역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는 데서

그 공통성을 가진다.

 

서로 다른 다섯 가지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실 의외로 일관적이다.

책을 읽을 때, 어떤 이데올로기가 대세를 타는 것을 볼 때, 무엇에 유의하며 무엇을 읽어내야 하는지

늘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된 주장이다.

 

책은 예로부터 세상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 왔다.

새로운 이론과 사상을 담은 책부터 야한 이야기책에 이르기까지,

어떤 종류가 되었건 책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순간부터

알게 모르게 사회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해 왔다.

따라서 때로는 금기시되기도 했고,

아예 불태워지는 수난을 겪기도 했으며,

권력자들의 프로파간다로 왜곡되어 이용당하기도 했다.

 

이렇듯 강력하고 때로는 위험했던 책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저자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든 객관적인 시선과 비판적인 시야를 언제나 견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이름난 책과 명사들의 일화를 인용하는 가운데,

진실과 이름값은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특정인의 명성에 함몰되지 말 것과,

책을 비롯한 어떤 정보든 모든 판단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다른 이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해서야 정말 옳고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을 리 없지 않나.

 

이 책의 제목이 책의 정신인 것은 책에 담겨 있는 주장과 이론을 늘 의식해야 한다는 뜻으로 지어진 것일 게다.

아무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읽는다면 책의 정신에 지배당하는 결과를 부를 것이다.

따라서 책은 나의 정신으로, 책의 정신을 분석하면서 읽어야 한다.

 

책을 읽을 땐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

 

이 책이 말하고 싶은 바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아마 이런 문장이 나올 것이다.

 

by 해피의서재 2016. 7. 3. 10:57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