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논문에서 복지국가의 길을 찾다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 김현철 / 김영사 / 2023
경제학은 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확장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어느 순간 돈 불리기 그 자체만이 목적인 학문처럼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지만.
한때 의사였던 저자는 재산도 환경도 받쳐 주지 못해서 제 몸 건강 하나 챙길 상황이 못 돼 유기되고 방치되어 있는 시골 저소득층 사람들의 현실을 목도하고 과감히 삶의 진로를 경제학자로 틀었다. 책의 서두에 언급된 대로, 전적으로 각자 능력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이 좌우된다는 능력주의는 사실 허상이며 각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큰 조건은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가정적-사회적 환경이라고 저자는 자각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그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복지 제도가 국민의 실제 삶에 피부로 와닿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세수 부담에 발목 잡히지 않고 그 제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설계하여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주된 생각이다.
저자는 그동안 경제학자로서 세계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사회 지표 조사 분석과 자체 사회실험을 진행하며 얻어낸 데이터들을 토대로 저출생, 여성 경력단절, 노인부양, 실직과 소득보장 등 현재 한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풀어놓는다. 선의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제 기능을 해내는 복지사회를 만들 수 없고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는 사례도 많기에 성급한 정책 추진보다는 신중한 접근과 철저한 사전 연구를 선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일견 타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데이터 만능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적 시선도 갖게 되지만, ’데이터로 사회를 분석하고 경제학적 접근으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체제를 정립하여 개개인의 삶의 질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제의식에만큼은 전적으로 찬성하는 바다.